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씨인 김씨, 그중에서도 퍽 흔한 김해 김씨를 특별하게 만든 그. 잡힐 듯 말 듯한 판타지의 세계로 안내하는 김인태의 김해김. 그의 에너제틱한 관종의 힘이 SFDF 수상의 원동력이다.

 

먼저 SFDF 수상을 축하한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솔직히 말해서 소름이 끼쳤다. 이른바 기라성 같은 선배들 아래 이름을 올린다는 것에 신나고 설렜다.

상금은 어디에 쓸 예정인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브랜드 운영 자금으로 써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큰 금액이 아니라도 소외된 계층을 돕는 데 쓰고 싶다.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
원래는 관심이 없었는데 하나 둘 사안을 알게 되고 공감하게 되니 자연적으로 신경이 쓰이더라. 특히 위안부 할머니 관련해서는 물리적 기간의 한계가 있어 더 신경 쓰고 싶다.

3년 전 <얼루어>에 소개한 적이 있지만, 새롭게 알게 된 오디언스를 위해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다. 직접 해달라.
김해김은 이름에서 주는 묵직한 느낌과 달리 실험과 재미를 추구하는 브랜드다. 그중 실험은 김해김이라는 이름을 발전시키기 위한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다.

김해김이라는 이름이 스스로의 뿌리에서 기인한다고 했다. 이 같은 본관과 의상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금관가야는 장식 예술이 번영한 시기다. 이 시절에 대한 영감을 장식적이면서도 위트 있게 풀고자 한다.

김해김 의상에는 판타지가 있다.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무엇인가?
김해김 코드를 넣으려고 한다는 것. 자세히 보지 않아도 단번에 김해김 의상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이다.

리본과 오간자, 드레이핑 같은 것인가?
맞다. 쿠튀르를 전공해 손으로 만들며 완성되는 우연성을 좋아한다. 오간자의 투명성은 겹치고 겹치며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극대화된 리본은 오히려 덜 여성스러운 느낌이 들어 흥미롭다. 잡는 모양 따라 다른 실루엣이 만들어지는 드레이핑은 말할 것도 없다. 세 가지 모두 내 실험을 완성시키는 든든한 요소다.

2020 봄/여름 컬렉션은 공식적으로 첫 번째 레디투웨어였는데 쿠튀르와 레디투웨어 사이쯤의 느낌이 들었다.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가 무엇인가?
김해김이 꾸준히 전개하고 있는 네 가지 컬렉션과 이번 시즌 테마를 모두 보여주고 싶었다. 먼저 ‘살 테면 사봐라!’ 하는 듯 과장된 콘셉트의 컬렉션인 ‘Buy It If You Can’, 특별한 밤에 돋보이기 위한 드레스와 슈트로 구성한 ‘Tonight’, 말그대로 유니폼처럼 매일 입어도 좋을 데일리룩인 ‘My Uniform’, 그리고 한복 장인들과 협업으로 전통 한복을 선보이는 ‘김인태 김해김’ 컬렉션이 그것이다. 또 이번 시즌에는 ‘ME(Attention Seeker): 나(관종)’라는 콘셉트 아래 관종이라는 키워드를 우아한 방식으로 풀어보고자 했다.

스스로 관종이라고 생각하나?
SNS에 자신의 모습과 삶을 노출하고 공유하길 바라는 우리 모두가 관종이 아닐까? 우아한 관종이 되고 싶고, 그것을 기꺼이 즐길 것이다.

2020 봄/여름 쇼에서 선보인 링거 퍼포먼스도 같은 맥락이겠다.
물론이다. 그 퍼포먼스는 쇼 하기 전 3개월 전부터 구상해놓았다. 링거 아닌 비타민이다. 김해김이 당신의 스타일에 (비타민처럼)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는 의미다. 쇼 후에 2만 명 정도가 김해김 공식 계정을 팔로우했으니, 관종 콘셉트가 관종을 불러 모은 것 같다.

디자인을 할 때 특별히 그리는 여성상이 있나?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는 많지만 뮤즈는 없다. 김해김 뮤즈가 되고 싶은 여성이 바로 뮤즈가 될 자격이 있다.

패션 디자이너로서 루틴이 있을까?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저 멀리 다른 대륙으로 떠나는 것도 여행이지만, 서울 내 자주 가지 않은 곳을 탐방하는 것도 좋아한다. 근래에는 택시 타고 영등포에 가 변화된 모습을 구경했다. 일상 매 순간이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예민한 편인가?
시각적인 것, 뉘앙스, 감각에 예민한 편이다.

예민함이 불러일으키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춤을 춘다. 발레와 탈춤을 2년씩 배웠다. 춤을 추며 땀을 흘리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2020년에는 탈춤 공연도 할 예정이다.

몇 년 전, 책을 쓴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
더디지만 꾸준히 쓰고 있다. 이제 두 챕터 정도 완성된 것 같다. 주제는 파리에서 보낸 나의 20대. 파리가 나를 키웠지만 20대 내내 파리에서 지낸 것은 아쉬운 면도 있다.

20대로 되돌아간다면 뭘 하고 싶나?
세계 4대 패션도시를 3년씩 경험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에게 항상 다음이 궁금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사업적으로는 세워둔 10년 비즈니스 플랜을 잘 달성하는 것(파리의상조합 정식 회원 등록, 전 세계 매장에서 김해김 의상 판매 등도 미리 계획한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조향사와 향수를 만들고 싶고, 더 나중에는 아제딘 알라이아처럼 1층에는 갤러리와 서점을 하고 2층부터 약 7층까지 김해김 스타일의 콘도를 하는 등 영감을 주는 종합 문화 그룹으로 성장하고 싶다.

김해김 향수가 나온다면 어떤 향기를 가졌을까?
시들어가는 꽃. 꽃잎이 떨어지기 직전의 향. 옅어지는 향이나 농도가 있는 아이리스 향을 담고 싶다. 꽃의 모든 순간이 아름다운 까닭이다. 김해김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