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화려하기보다 사려 깊은 미적 감각으로. 샤넬부터 할펀까지, 빛나는 모든 것을 위해 치어스!

 

반짝이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 묵직하게 일렁이는 바다의 반짝이는 물결과 짙은 초록을 가르며 부서지는 빛의 잔상, 뜨거운 태양이 반사된 모래빛 등은 때때로 경외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의 샹들리에, 차가운 거리를 가득 메운 조명 등 인공의 반짝임도 퍽 아름다운데, 이것이 우리가 착용하는 보석과 의상이라면 탐닉할 가능성이 크다. 반짝이는 것들은 대개 보기만 해도 즐겁다. 주변 모든 것이 반짝이는 것 하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반짝이는 것은 주인공을 자처한다. 그래서 중요한 파티나 모임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반짝이 아이템이다. 부러 큰 소리로 나를 어필하지 않아도 의상 하나가 확실한 존재감을 만든다.

반짝이는 아이템의 대표는 시퀸 또는 스팽글이라 부르는 납작하고 동그란 요소다. 작은 입자의 나열이 각각 다른 파장으로 빛을 반사해 반짝임을 생성하는데 반짝임의 강도가 가장 센 것이 바로 이것들이다. 이번 시즌 시퀸을 가장 화려하고도 능숙하게 활용한 컬렉션은 바로 할펀이다. 케이프를 두른 것 같은 디자인의 시퀸 드레스는 다양한 빛깔이 물들어 그야말로 오색찬란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오프 숄더 톱과 팬츠로 구성한 실버 시퀸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유려한 곡선과 러플에 더해진 실버 시퀸은 화려하면서도 고혹적인 느낌을 준다. 마이클 코어스가 선보인 언밸런스한 어깨 라인의 레드 드레스와 페더 트리밍을 이용한 골드 칵테일 드레스는 시퀸이 지닌 관능을 극대화한 스타일이다. 리차드 퀸과 드리스 반 노튼, 에르뎀은 시퀸을 활용해 깊은 꽃 자수를 완성했고, 마리 카트란주는 꿈에서나 나올 법한 상상도 위에 컬러풀한 시퀸을 적용했다. 시퀸을 지적이고 원숙하게 이용한 컬렉션은 역시 샤넬이다. 단정한 블랙 톱과 화이트 팬츠를 모두 시퀸으로 장식했는데 펄 네크리스와 이어링에 매치해 실크 버금가는 고급스러운 아웃핏으로 완성, 세계적인 패션하우스의 내공을 과시한다. 시퀸의 반짝임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는 스터드를 추천한다. 스터드는 크기와 배열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지니는데, 발맹의 블랙 점프슈트는 밤하늘의 별처럼 은은한 반짝임을 주고, 보테가 베네타의 네모 스터드 코트는 작은 유리조각의 나열처럼 덩어리감 있는 반짝임을 보여준다.

이마저도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는 은은한 광택을 내는 글리터 의상이 답이다. 글리터한 패브릭에 플리츠를 더한 알베르타 페레티와 구찌, 드레이핑과 색색의 도형 무늬를 프린트한 드레스의 크리스토퍼 케인, 시선을 모으는 보랏빛 점프슈트를 소개한 폴앤조의 런웨이를 참고하면 되겠다. 메탈릭한 패브릭을 찢거나 꼬아 반짝임을 만든 발렌시아가와 긴 메탈 조각을 페더처럼 연출한 알렉산더 맥퀸, 크리스털 조각을 이어 붙인 몰리 고다르도 그만의 매력적인 반짝임을 구현한 컬렉션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중요한 자리를 계획하고 있다면 글리터한 의상을 준비하면 어떨까. 특히 나를 드러내야 하고 새 시즌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자리라면 더 그만이겠다. 이때 당당한 걸음과 눈빛은 필수 사항.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 반짝이는 그대들은 모두 아름다우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