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후끈 발열 화장품, 괜찮을까?

바르는 순간 따뜻한 열감으로 피부 온도를 높인다? 뼛속까지 시린 한파에도 여전히 뜨거운 발열 화장품에 대하여.

제철 만난 발열?

쌀쌀한 냉기에 온몸이 움츠러드는 겨울, 칼바람의 공격을 아무런 방패 없이 견뎌내야 하는 게 바로 피부다. 얼굴에 패딩을 입힐 수도, 장갑을 씌울 수도 없는 노릇이니 자연스럽게 꽁꽁 언 피부를 녹이는 발열 화장품에 관심이 쏠린다. 한여름 뻘겋게 달아오른 피부 온도를 내리려 쿨링 화장품을 쓰는 것처럼 한파에 움츠러든 피부는 따뜻한 발열 화장품으로 다스리는 것. 때문에 매년 12월엔 제철 맞은 발열 화장품 출시 소식이 끊이지 않는데, 올해는 뭔가 다르다. 신제품 뉴스를 아무리 뒤져봐도 ‘히팅’, ‘워밍’, ‘스팀’ 등 발열 화장품의 키워드를 찾을 수 없다. 이유가 뭘까?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발열 화장품의 자취를 쫓았다.

발열 화장품은 죄가 없다

발열 화장품의 원리는 바르는 순간 따뜻한 열감으로 혈액순환을 도와 피부를 재생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스팀 타월을 이용해 모공을 열면 화장품의 유효 성분이 피부에 더 깊이 스며드는 것처럼 포뮬러 자체에서 나오는 열감 덕분에 흡수력이 높아지기도 한다. 그런데 몇 년 전, 이러한 열감이 지방을 태우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지면서 다이어트를 위한 보디용 셀룰라이트 크림으로 대거 출시됐다. 그 과정에서 몇몇 사람이 셀룰라이트 크림을 온몸에 샤워하듯 바르기 시작했고, 결국 경미한 화상과 가려움증 등 부작용을 겪었다. 전문가들이 셀룰라이트 크림의 열감은 실제 피부의 표피, 진피를 뚫고 지방층까지 흡수되기 어려우며 설령 흡수된다 해도 그 양이 매우 적어 지방 제거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주의를 줬지만 이미 쏟아진 물. 그렇게 셀룰라이트 크림은 발열 화장품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소수의 피해자만 남긴 채 잠시 사라졌다. 사실 적당한 양과 사용법만 주의한다면, 발열 화장품이 내뿜는 열감이 피부에 무리를 줄 만큼 자극적이거나 위험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발열 화장품은 몇 가지 화학분자를 결합시켜 피부 속 온도수용체에 착각을 일으켜요. 그러면 뇌가 뜨거움을 전달받아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모공도 확대되죠. ‘바닐릴부틸에텔’이라는 대표 성분이 신경 말단을 직접 자극해 열감각을 깨우는 거예요. 캡사이신이나 생강 추출물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보다 덜 자극적이고 순한 편이에요.” 와인피부과 김홍석 원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발열 화장품 속 바닐릴부틸에텔은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은 성분으로, 독성 및 축적성이 없어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뭐든 과하면 화를 부르는 법. 발열 화장품의 열감을 적절히, 잘만 활용하면 신진대사가 원활해져 혈행이 개선되고 피부 진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안전하게, 따뜻하게

발열 화장품이 모공을 열어 노폐물을 깨끗이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돕는다는 건 알겠다. 그런데 얼굴 피부에 발랐을 때 모공이 확장되면 결국 늘어나고 처지진 않을까? 김홍석 원장의 말에 따르면 발열 화장품이 내뿜는 열감은 모공을 영구적으로 넓힐 정도로 높지 않으며, 장시간 유지되는 것도 아니기에 그럴 위험은 없다고 한다. 다만, 강한 알칼리성 세안제와 함께 사용하거나 피부에 물리적인 자극을 가하면 미세한 상처가 발생하면서 모공이 늘어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또 홍조가 있는 피부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발열 화장품의 특성상 얼굴에 혈액이 몰리기 때문에 홍조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적정량만 사용하면 단순히 피부를 따뜻하게 하는 데서 나아가 다음 단계의 스킨케어 성분이 잘 흡수되게 도와준다고 하니, 올겨울엔 안전한 발열 화장품으로 피부에 온기를 불어넣어보자.

1 끌레드뽀 보떼의 19AW 리미티드 에디션 핑크 오일
감마리놀렌산을 함유한 독자 오일 콤플렉스가 피부 온도를 높여 순환을 돕고 주름을 개선한다. 75ml 18만원대.

2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의 공진향 녹용팩
바르는 순간 느껴지는 온열감이 피부에 생기를 더하며, 고농축 녹용 성분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120ml 5만8천원.

3 키엘의 파워풀 비타민 C 에센스
마사지하는 동안 발생하는 온열감이 피부 탄력을 높이고 순도 99%의 비타민 C가 잔주름을 완화한다. 75ml 11만5천원대.

4 파머시의 허니 포션
수딩 젤이 열감을 내면서 흡수력 높은 크림으로 바뀌어 로열젤리의 영양감을 피부 속 깊이 전달한다. 117g 6만8천원.

    에디터
    황혜진
    포토그래퍼
    JUNG WON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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