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믿습니까?
누군가의 눈엔 그저 형형색색의 예쁜 돌일지 몰라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마법 같은 힘이 숨어 있다. 믿는다면 말이다. 샤머니즘과 대체의학 사이 어딘가, 크리스털이 궁금해졌다.
최근 어른들의 요상한 수집품이라고 여겼던 화려한 돌덩어리가 인스타그램 해외 뷰티 구루의 계정에 업로드되는 일이 잦아졌다. 에디터가 쇼핑을 위해 자주 들르는 미국 쇼핑몰에서는 크리스털을 올려둘 수 있는 받침대를 판매하기까지. ‘어라? 크리스털이 유행인가?’ 생각하던 중 우연히 들른 인테리어 편집숍에서 엄지손가락만 한 연분홍빛 크리스털을 덜컥 구매하기에 이르렀다.
일단 손에 넣긴 했는데, 이런 돌이 무슨 효과가 있는 건지 궁금해 관련된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몇 권의 책에서 얻은 내용은 이렇다. 크리스털은 지구가 형성될 때 마그마로부터 만들어지며, 겉으로는 고체 덩어리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한 주파수로 진동하는, 움직이는 분자 덩어리라는 것. 그 종류는 무궁무진하고, 각각 다른 치유력이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털 치유법은 고대부터 사용돼왔다. 특히 인도의 아유르베다와 연관이 깊다고 한다. 다소 물리 교과서 같은 내용이 이어져 지루하기도 했지만, 각 크리스털의 영적, 치료적 특성이 나열된 부분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에디터가 구매한 작은 크리스털의 이름은 ‘로즈 쿼츠’라는 것도 알게 됐다. 한국어로는 홍수정 또는 장미 수정. 감정 치료 효과가 있고 자존감을 높여줘 사랑을 부르는 광물이라고 한다. 그냥 예뻐서 골랐는데, 번지수는 제대로 찾았나 보다. 회사 모니터 앞에 둔 작은 크리스털이 에디터의 스트레스를 조금은 줄여 줄 수 있지 않을까?
고대엔 크리스털로 질병도 치료하곤 했다지만, 요즘은 그보다 미용에 더 많이 쓰인다. 특히 에스테틱이나 찜질방에서 발견된다. 자수정 사우나, 옥 찜질방. 왠지 동네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스파에코 진산호 대표는 크리스털의 힘을 믿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저 말고 다른 에스테티션에게 물어봐도 확실히 크리스털 괄사를 사용하면 테라피 효과가 좋다고 대답해요. 아주 오래전 미국에서 크리스털 관련 강의를 들을 때 강사가 각 크리스털 원적외선을 측정했는데, 그 파장을 눈으로 직접 보기도 했고요.” 실제로 그는 사무실과 집에 옥으로 된 큼직한 구 모양 크리스털 원석을 두었으며, 젬스톤 테라피 프로그램을 개발해 진행 중이다. 자수정은 대표적인 힐링 스톤으로, 안티에이징을 위한 마사지에, 옥은 디톡스 기능이 있어 페이스 & 보디 슬리밍에 효과가 뛰어나다고. 홍수정도 림프 순환에 도움을 주는 대표 크리스털 괄사 중 하나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핑크 주얼 괄사도 이 홍수정으로 만든 것이다. <얼루어> 미국판 편집장 미셸도 본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주얼 괄사를 사용하는 모습을 자주 업로드한다. “미국에서 크리스털, 특히 로즈 쿼츠 롤러의 인기가 높아요. 저도 로즈 쿼츠와 그린 제이드(옥) 괄사를 좋아하고, 화장품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해서 부기 완화용으로 자주 사용해요. 크리스털이 마사지 도구로의 효과는 확실하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기적 같은 크리스털의 효과를 믿지는 않아요. 물론 믿는 사람들은 있죠. 미국에서 크리스털 힐링이 빅 트렌드인 것은 확실해요. 스트레스를 완와해줄 것이라 믿고 집이나 사무실에 크리스털을 두는 사람이 많거든요.” 동양에 뿌리를 둔 크리스털 힐링이 오히려 미국에서 더 성황을 이루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서양 사람들이 이런 대체의학을 매우 신비롭게 여겨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한 침술이 대체의학으로 떠오른 것처럼 말이다.
돌의 신비로운 힘을 믿어보기로 한 에디터는 다양한 크리스털을 보기 위해 인사동으로 향했다. ‘크리스탈 환타지’는 인사동에서도 가장 큰 크리스털 전문 매장으로, 가지각색 수정과 관련 액세서리, 괄사까지 크리스털 관련 용품을 한데 모아놓은 매장이다. 휴일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매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그동안 나만 빼고 다들 크리스털을 수집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마다 궁합이 맞는 크리스털이 따로 있는데, 별자리나 태어난 달로 고를 수도 있고, 오링 테스트나 건강 상태, 염원에 따라 선택할 수도 있다. 에디터는 면역을 강화한다는 자수정 귀고리와 재물운을 좋게 해준다는 호안석 목걸이를 구매했다. 내 경우엔 호안석 목걸이를 했을 땐 좀 갑갑한 기분이 들었고, 자수정 귀고리를 한 날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기는 듯했다. 이렇게 조금씩 나와 맞는 크리스털이 무엇인지 알아보려 한다. 효과가 없으면 또 어떤가. 때로는 ‘믿음’ 그 자체가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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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이정혜
- 포토그래퍼
- KIM OI MIL, JUNG WON YOUNG
- 모델
- 김아현
- 헤어
- 김승원
- 메이크업
- 이나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