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모피 코트 사는 사람이 있어?

‘착한 패션’을 바라는 ‘착한 소비자’가 스스로 동물성 재료로 만든 모피를 피하는 이 시점에 우리는 다시 한번 힘주어 진짜 모피와 이별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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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버버리에서 모피 사용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동물 살생을 반대하고 윤리적 태도를 보이는 패션 하우스의 이 같은 발표가 처음은 아니다. 오래전 스텔라 매카트니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구찌, 아르마니, 베르사체, 톰 포드, 샤넬, 코치(2019년 가을 제품부터) 등이 동물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버버리의 행보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버버리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인 리카르도 티시가 오자마자 그 데뷔 컬렉션에서부터 시작한 데다 브랜드가 아젠다로 내건 5개년 사회적 책임 계획 아래 긍정적인 변화로 이동을 보여주는 까닭이다. 더불어 영국패션협회(BFC) 역시 런던패션위크 무대에서 동물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니, 앞으로 더는 런던패션위크 주변에서 동물보호단체가 무시무시한 시위를 벌여 쇼가 지체되는 일은 없을 듯하다. 또 미국 로스앤젤레스 주에서는 2019년부터 모피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으며, 최대 모피 생산국 중 하나인 노르웨이 또한 모피 공장을 불법화하여 ‘모피와의 이별’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겨울철에 특히 수요가 많은 다운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다운은 여러 종류 새의 깃털 아래에서 나는 잔털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개 살아 있는 동물에게서 털을 채취해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나 여러 브랜드에서 앞다투어 비동물성 소재를 사용한 아이템이나 리사이클링 다운 제품을 선보여 자연친화적 행보에 힘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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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랑이 무늬를 흉내 낸 인조 모피 펌프스는 97만원대, 돌체앤가바나 바이 네타포르테 (Dolce&Gabbana by Net-A-Porter). 2 금속 훅으로 여미는 에코 퍼 소재 머플러는 4만5천원, 자라(Zara).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연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은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페이크 퍼에 쏠린다. 모피와 비슷한 텍스처를 가졌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하고 털의 색깔과 길이를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인조 모피. 그러나 인조 모피 제작 과정에도 화학 물질이 많이 사용되어 또 다른 환경파괴를 일으키며,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하여 많은 이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그리하여 인조 모피 중에서도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제작 과정까지 착한 것들에 한하여 에코 퍼라고 부르게 되었다. 아예 진짜 모피든 인조 모피든 모피는 입지 말자는 극비건 패션주의자도 나오고 있는데, 모피를 대체하는 플리스 등에서도 적지 않은 양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고 하니 전체적으로 그 수를 줄이는 수밖에, 무엇을 선택하든 환경오염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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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플리스 소재의 조끼는 29만5천원, 타미진스 아웃도어(Tommy Jeans Outdoors). 4 포슬포슬한 텍스처의 토트백은 23만원대, 빔바이롤라(Bimba Y Lola).

우선, 진짜 모피로 만든 새 제품의 구입은 지양하고, 인조 모피로 눈을 돌리는 것부터 시작하자. 이미 한번 사용한 제품을 새롭게 디자인하여 또 다른 수요를 만드는 업사이클 모피 제품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다행히 여러 브랜드의 적극적인 참여로 다채로운 디자인의 인조 모피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대표적으로 비건 패션의 선두주자인 스텔라 매카트니는 오랜 노하우답게 부드러운 텍스처를 살린 인조 모피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톰 포드 역시 인조 모피에 자신의 특기인 강렬한 패턴을 더해 패치워크 스타일의 아웃핏을 대거 소개했다. ‘착한 패션’에 눈뜬 ‘착한 소비자’가 많아졌으니 브랜드는 앞으로 스스로를 점검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일에 적극적이지 않으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21세기를 사는 우리 사회의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상생.’ 동물과 상생, 패션업계와의 상생, 모두와 탁월한 상생의 길을 고대한다. 그리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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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패치워크 디테일의 인조 모피 코트는 2백만원대,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 6 인조 모피를 트리밍한 부츠는 가격미정,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에디터
    김지은
    포토그래퍼
    Indigital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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