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14명의 워라밸에 대한 솔직한 생각!

우리 모두는 ‘워라밸’을 잘 지키고 있는 걸까? 회사원 14명에게 워라밸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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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의견을 듣기 위해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하였습니다.

1 워라밸을 위해 꼭 필요한 전제조건

“대외적으로는 정시 퇴근 보장과 개인의 부지런함이라고 생각하지만, 내 경우는 정시 퇴근까진 아니더라도 사내 워라밸을 권장하는 분위기만이라도 조성되면 좋겠다. 워라밸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다른 업종으로의 이직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 32세, 홍보대행사 직원

“법적인 제도 개선과 워라밸을 지킬 수 없는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업주들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제도가 있어야 그나마 워라밸 정착이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부하 직원에게 부당하게 일을 떠넘기거나 근무 외 시간에 업무를 맡기는 등 업무의 효율과 의욕을 떨어뜨리는 문화도 개선되어야 한다.” – 30세, 매거진 에디터

“워라밸을 인정해주는 사내 분위기(우리 회사는 인정해주는 분위기다)와 함께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본다. 칼퇴를 했다고 워라밸이 저절로 지켜지는 건 아니지 않나. 퇴근 후 시간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는 개인에 달린 문제니까.” – 27세, 아나운서       

워라밸을 위한 전제 조건은 주어진 시간 내에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능률이다. 최근 정책적으로 주당 근로시간을 규제하면서 업무 효율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거나 여전히 자신의 업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사람이라면 워라밸의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42세, 대기업 팀장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 나의 업무를 자율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느냐’는 질문일 것 같다. 광범위한 내용이지만 기업 문화,회사 문화, 조직 문화도 무시 못할 것이다. 아직까지도 엉덩이로 일하는 것이 일 잘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낡은 사상을 가진 조직이라면 워라밸은 아예 꿈도 못 꿀 테니까.” – 29세, 호텔 홍보팀 직원

“워라밸이라는 용어 자체가 특정 산업군,회사 내 직급 등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본다. 특히 장거리 해외 출장이 잦거나 해외 본사와의 컨퍼런스 콜이 잦은 직종이라면 시차 때문에라도 일과 삶의 균형은 맞춰지지 않는다. 퇴근시간이나 휴일에 비행기 안에 몸을 담고 있으니. 산업군과,직급 등과 상관없이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워라밸 법이 필요하다.” – 45세, 해외 관광청 한국사무소 직원

“회사 방침,업무량,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워라밸의 기본 조건은 업무를 적당히 무시할 줄 아는 뻔뻔함이다. 남들도 다 이만큼 하는데, 나는 좀 더 잘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선배인데… 라는 식의 배려심 넘치는 생각은 워라밸의 가장 큰 적이 아닐까?” – 33세, 패션 디자이너

“모처럼 돌아온 휴일에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회사에 출근해서 처리했다. 그러곤 사무실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며 남은 휴일을 보냈다. 워라밸을 보장하는 요소는 제도, 사내 분위기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 말고도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삶의 범위를 사무실 바깥으로 확장하는 것이 워라밸의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한다.” – 33세, 전시회 마케터

EXPERT’S  COMMENT
생산성보다 앉아 있는 시간을 더 중요시 여기는 기업 문화는 요즘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 지금은 창의력과 새로움을 더 필요로 하는 세상이다. 워라밸이 필요한 상태라고 느껴진다면 워라밸을 위한 나의 행동이 타인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 조직에서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고민하 기보다 스스로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하려 노력해보자. 완벽한 워라밸이라는 것은 없다. 그리고 당장 사회와 제도가 내 워라밸을 만들어줄 리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내가 스스로 바 꿀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시 퇴근이 불가능하다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해내기 위한 나의 능력이 충분한지,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난이도가 적 당한지 분석해 업무 효율을 높여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작은 노력이 쌓인다면 퇴근 시간을 앞당기고,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2 워라밸의 방해꾼은?

“워라밸엔 관심 없는 상사. 야근,주말 근무를 당연하다는 듯이 시킨다. 새벽 1~2시 퇴근은 기본이고, 주말에는 하루만 출근하면 다행으로 여긴다. 출근하는 날 퇴근하는 게 목표다. 이 말이 무슨 뜻이냐 하면, 제때 퇴근이라도 하고 싶단 소리다.” – 31세, 변호사

“회사 조직 내 상사들이 타인의 삶을 좀처럼 이해하려 하지 않는 태도가 문제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해 능률을 높여놔도 퇴근을 허락하지 않는 상사가 있으면 무슨 소용인가.” – 40세, 호텔 재무팀 직원

“과중한 업무량도 한몫하지만 때로는 나의 산만함이 워라밸을 방해하기도 한다. 산만함 때문에 업무 처리 속도가 늦어지면 필연적으로 야근이 발생하니까. 이럴 땐 잠시 카톡을 끄고 포털 사이트 창을 닫아 속세와의 연결고리를 모두 차단한다.” – 25세, 대기업 경영지원팀 근무

“퇴근 후, 주말에 울리는 업무 전화. 토요일 낮에 와 있는 카톡 메시지를 슬쩍 보노라면 몸도 정신도 사무실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월요일에 부탁할 일은 월요일에 말씀하시란 말이에요! 정말 큰일 날 일, 지금 대답해주지 않으면 대역죄인이 될 것 같은 일을 빼고는 ‘안 읽음’ 표시로 둔다. 1년 가까이 그러다 보니 초반과는 다르게 업무 카톡방이 주말에도 평화롭다.” – 28세, 신용카드회사 직원

“회사와 집까지의 거리가 멀면 아무래도 워라밸을 지키기 힘들어진다. 짧은 저녁시간을 퇴근길에서 오래 보내고 싶지 않아 회사 근처로 이사한 적 있다.” – 28세, 숙박앱 콘텐츠관리팀 직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남은 일거리와 재정적인 문제. 일을 최대한 시간 내에 끝내려고 하지만 급한 일이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워라밸을 포기한다. 취미 생활을 하다 보면 재정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데 내가 설정한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정도로만 즐긴다. 통근 거리도 무시 못한다. 내 경우 회사까지 1시간 15분 정도 걸린다. ‘지옥철’로 불리는 9호선 급행을 타고 다니다 보니 체력이 더 떨어지는 것도 여가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 30세, 교육회사 디자인팀

EXPERT’S  COMMENT
근무 환경 탓에 도저히 워라밸을 챙길 시간이 안 난다면,그나마 생긴 나를 위한 시간에 ‘나는 무엇 을 하는가’를 먼저 점검해보자. 많은 이들이 라이프의 시간에 보상심리로 인해 타인과 약속을 잡 고,소비를 하고 취미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연 이런 것들이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지 생각해봐야 한다. 혹시라도 남에게 보이기 위한 활동으로 인해 워라밸은커녕 나의 멘탈까지 망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정작 나에게 진정한 휴식이 되고 에너지가 충전되었던 시간을 돌아보면 그 저 잠깐의 휴식, 멍 때렸던 시간, 커피 한잔하는 여유 같은 소소한 시간들이지 그리 특별하고 거창 한 활동은 아니었을 거다. 멍 때림도 쉼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뭔가 또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 념에서 벗어나 내가 가장 좋아하고 편안한 상태로 있어보라.

3 충분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워라밸을 포기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는 인터뷰이 14명 모두가 일관 되게 ‘NO’를 외쳤다. 충분한 보상이 월 급, 인센티브 등 금전적인 것을 말한다 면 단기적으로는 포기할 수 있지만, 장 기적으로는 견디지 못할 것 같다는 의 견, 주는 만큼 시키는 것이 자본가들의 마인드이기 때문에 덜 하고 덜 받더라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여유를 챙기고 싶 다는 의견, 건강한 몸과 정신을 대가로 받는 보상은 아무리 충분해도 거절한다는 의견 등이었다. 구체적인 이유는 조 금씩 달랐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워라밸 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EXPERT’S  COMMENT
워라밸은 어떤 기회에 대한 포기와는 다르다. 그저 주도적으로  판단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위해 불필요한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결심이고, 내 인생 에 있어 더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기 위 해 하는 선택과 집중이다. 아직도 한국 에서는 개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여 건이 충분하지는 않다. 하지만 사회가 점점 워라밸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있 고, 정부 차원의 대책과 인식의 변화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으니 워라밸을 실천 하기 더 나은 환경이 될 것을 기대해볼 만하다. 어쩌면 워라밸을 얻어내려고 노 력하지 않아도, 기업과 정부가 앞장서서 워라밸을 실천하라고 등 떠미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하지만 워라밸의 핵심은 ‘내 스스로 내 삶과 나를 찾기 위해 지키 는 것’이라는 걸 기억하자.

에디터
최안나
포토그래퍼
Kim Myung Sung
도움말
안성민 '하우투 워라밸 (일과 삶의 적정 온도를 찾는 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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