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Talk about $_코드 쿤스트
모두가 돈을 원하면서도 돈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건 금기시하는 문화 속에서 래퍼만이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힙합신은 왜 돈 이야기를 할까? 왜 부자가 되길 바라며, 부자가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코드 쿤스트
어떻게 지내고 있나?
하이 그라운드에서 AOMG로 회사를 옮겼다. 조만간 미국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앨범이 나올 예정인데, 그걸 준비하면서 올해 상반기를 보냈다. 그 음원이 나오기 전에 한국에서 또 앨범 하나를 더 내려고 작업 중이다.
6월에 ‘비네’라는 곡을 발표하지 않았나. 또 음원을 낸다고?
‘비네’는 이번에 준비 중인 앨범의 한 조각이다. 싱글로 발매한 이유는 회사를 옮기면서 ‘지난 3년간 울고 웃으면서 함께했던 사람들과 작업한 걸 들려주는 게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별 인사 같은 건가?
작별 인사라기보다는 소속사를 옮기면서 따로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하이 그라운드를 지지했던 팬들은 아쉽고 서운할 수도 있다. 우리 사이가 틀어지거나 갭이 생겨서 회사를 나온 게 아니라는 암묵적인 메시지이기도 하고 ‘회사를 옮겼지만 우리는 계속 같이 음악을 할 거다’라는 의미도 있다.
그럼 어떤 이유로 옮긴 건가?
글쎄. 이유를 콕 짚어서 이야기하기엔 실례가 될 것 같다. 자연스럽게 2018년에 계약이 종료되면서 다른 거처를 찾게 되었다. AOMG에 친한 아티스트가 많고 누가 봐도 음악적으로 자유롭고 멋있게 음악을 하고 있는 소속사라서 눈길이 갔다.
아티스트라면 누구나 새로운 곳에서 작업하는 걸 열망하니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바로 타블로다. 그가 하이 그라운드의 대표로 있지 않으면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부분도 있다. 굳이 꼽자면 그게 가장 큰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코드 쿤스트에게 음악이란 뭔가?
군대에 있을 때, 시기로 따지자면 2009년 즈음부터 매일 일기를 썼다. 나는 무언가를 기록하는 행위를 좋아한다. 어떻게 보면 내가 사진을 좋아하는 것도 기록의 형태 중에 하나여서일 거다. 새로운 기록 방법을 찾은 게 바로 음악이다.
왠지 음악 작업할 때 예민해질 것 같다.
예민하다. ‘내 음악에 솔직해야지’ 되새기다 보니까 주변 환경을 신경 쓰게 되고 그래서 내가 음악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우선 조용해야 한다. 내가 기록한 글을 보면서 개요 정리를 하고 그걸 다시 음악으로 만드는 일종의 변환 과정을 거친다. 마감 기한이 정해져 있는데 그 감정이 잡히지 않으면 애가 타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코드 쿤스트는 아티스트니 마감에 좀 더 자유롭지 않나?
나도 상업적인 사람이다.(웃음) 아티스트라면 음원을 발매할 이유도 없고 화보를 찍을 이유도 없다. 많은 사람이 들었으면 좋겠고 나도 돈을 벌고 싶으니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돈에 대해 쓴 가사가 있나?
주제로 한 건 없다. 한 구절로 들어간 건 있다. 씨잼과 함께 작업한 ‘This is’라는 곡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우리 이제 돈 걱정은 없잖아’라는 내용이 있다. 녹음하면서 찡한 기분이 들었었다. 돈을 주제로 하기보다는 내 삶을 풀어내는 장치 정도로만 쓰고 싶다. 별로 돈 욕심이 없다. 입금되는 날짜는 알아도 얼마가 들어오는지는 잘 모르고. 그냥 어느 날 문득 ‘얼마나 모였나 볼까?’ 하고 잔액을 확인하는 정도다.
돈 자랑하는 다른 래퍼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나도 명품 좋아한다.(웃음) 좋아하는 브랜드는 화보까지 따로 챙겨 볼 정도로. 심지어 돈을 주제로 한 음악도 좋아한다.
왜 래퍼들은 돈 이야기를 할까?
래퍼는 자기 삶을 가사로 쓴다. 돈이라는 게 삶에서 가장 현실적인 부분을 차지하는데, 지금 돈을 많이 벌면 그게 일상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니까 그걸 가사로 쓰는 거다. 어떻게 보면 멋있지 않나?
옛날에는 돈 걱정을 했나?
2013년도 즈음엔 꽤 했다. 돈 걱정이라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걱정을 했다. ‘이렇게 벌면 나중에 나이 들어서 계획한 것들을 할 수 있을까’ 같은.
얼마나 벌면 걱정 없이 잘 버는 걸까?
옛날에는 ‘사고 싶은 옷을 사고 차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였는데, 막상 그걸 이루고 나니 별로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음, 그래. 차는 좀 달라지긴 했다.(웃음) 사실 차는 음악을 더 감성적으로 들을 수 있는 도구라서 좋아한다. 집에서 음악을 들어도 좋지만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더 감성적으로 들리고 복합적인 감정도 든다. 그냥 지금이 행복하다. 굶을 걱정도 없고. 엄마가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보내줄 수도 있고.
코드 쿤스트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은 뭔가?
지금의 내 모습이 과거에 생각한 성공의 기준이었다. 유명 아티스트와 작업하고 돈도 그만큼 벌고. 음악을 시작할 때 ‘이 정도만 돼도 소원이 없겠다’ 싶었는데 막상 이루고 나니 ‘성공했다’는 생각은 잘 안 들더라. 그래서 해외로 나갔던 거다. 거기서 나는 완전 신인이니까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거기서 무언가를 이루면 또 새로운 성공이 되겠지. 그리고 또 다른 성공을 찾을 테고.
당신이 생각하는 ‘멋진 것’은 무엇인가?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는 것. 이도저도 아닌 걸 싫어한다. 음악을 하는 사람인지 방송을 하는 사람인지 감이 안 잡히는 사람. 심지어 자기도 뭘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인 게 제일 멋없다. 뮤지션이라도 방송을 하는 게 재미있고 인생에서 중요하다면 그걸 열심히 하는 건 멋있다. 나는 예능에 나가서 웃기라고 하면 때려죽여도 못한다.
- 에디터
- 박한빛누리(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그래퍼
- Cha Hye Kyung
- 헤어
- 마준호
- 메이크업
- 김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