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TH US & BOOMBASIC

0411-170-1

길현희

카페 얼스어스 대표

연남동에서 가장 대기 줄이 긴 카페 ‘얼스어스’에는 없는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일회용품. 종이컵과 플라스틱컵은 머그잔과 유리잔이, 빨대는 스푼이, 일회용 냅킨은 곱게 손빨래한 가제 수건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일회용품 없는 카페라니, 신선한데요.
어릴 때 동네의 작은 카페에서 일을 했어요. 거기서는 음료를 오직 일회용 컵에 담아 판매했죠. 그런데 그 일회용 컵을 재활용 쓰레기통에 넣을 때마다 마음이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아무리 깨끗하게 씻어도요. 그때 막연하게 일회용품을 안 쓰는 카페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생각을 구체화한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우연히 친환경 디자이너 윤호섭 교수님의 특강을 듣게 됐어요.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에 굉장히 감명을 받았죠. 1년 동안은 윤호섭 교수님을 쫓아다니다시피 했어요. 전시회에도 참가했고요. 그러면서 환경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커피와 환경을 결합한 뭔가를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떠오른 게 홈카페 피드였어요.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뭔가 자연스럽게 묻어나게 하고 싶어서 댓글에 #환경 #일회용잔X 등의 태그를 남겼죠.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고, 이걸 현실화하기 위해 카페를 시작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카페를 열고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카페이며, 테이크아웃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문구는 어디에도 없어요. 사람들한테 환경이 어쩌고 하는 무거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싫었거든요. 모르고 왔다가 당황하시는 분들도 있고, 아주 간혹 불쾌해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도 대부분은 감동받은 얼굴을 하면서 그 다음에 텀블러를 들고 다시 오세요. 무엇보다 불편해하시는 건 티슈가 없는 것. 하얀 천을 더럽히는 게 불편하고 부담스럽다는 평이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이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큰 변화를 바라지는 않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 주거나 강요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오히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사실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생활이 크게 바뀌는 건 아니거든요. 내 삶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정말 조금의 불편함만 감수하면 되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실천이 쉬울 것 같아요.

0411-170-2

오영란

오가닉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붐베이직 대표

친환경적이고 편안한, 건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삶을 지향한다. 오가닉을 생활 속에서 소소하게 실천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어떻게 오가닉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건강이 나빴기 때문이에요.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오가닉 브랜드가 없더라고요. 오가닉이 비싸다거나 특별하다는 전제 아래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하나의 요소로만 여겨지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직접 브랜드를 만들게 됐죠.

주로 어떤 것들을 다루죠?
정말 다양해요. 면, 리넨 등의 원단으로 의류나 홈 패브릭을 만들어요. 천연 재료로 만든 세탁 세제나 비누, 자연 유래 알코올이나 식물성 왁스를 사용한 디퓨저나 룸스프레이 등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품목을 다뤄요. 편집숍인 줄 아는 분들이 있는데, 거의 모든 제품을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요.

만드는 과정에서도 공을 많이 들이시겠네요.
그럼요. 소소한 것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해요. 일단 원단 가공은 최소화하고, 진한 원색의 염색 역시 환경 파괴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양하죠. 포장은 주로 크래프트지로 하고, 캔들이나 디퓨저 용기도 약품 용기를 재활용해 사용해요. 스티커도 쉽게 뜯을 수 있으며 녹는 소재로 만들었어요. 뿐만이 아니에요. 저희는 꽃도 다루는데, 시중에서는 예쁜 꽃만 고르고 나머지는 버리잖아요? 저희는 잘 말려서 손님들에게 한 송이씩 나누어 드리거든요. 디퓨저 스틱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드리면서요. 이런 걸 통해 쓰레기도 줄이고 즐거움도 주죠.

사람들에게 어떻게 여겨지길 바라나요?
오가닉을 어렵고 비싼 게 아니라 편안한 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요즘 트렌드와 굉장히 잘 맞잖아요. 바디버든이라든지 미세먼지는 꼼꼼히 따지면서, 화학 성분이 잔뜩 들어간 제품을 애용하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기왕 쓸 거라면 나에게, 내 가족에게 조금 더 좋은 걸 고른다는 마음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요? 한편으로 수많은 ‘예쁜 것’들 중에 오가닉 제품만을 고르기 힘들다는 걸 알아요. 저 역시도 스팽글이 가득 달린 명품 옷, 니치 향수에 현혹되었을 때가 있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만들어요. 예쁘고 가격대가 적당하며 제품력까지 훌륭한데, 친환경 원료로 만들었단 말이야? 이렇게 생각하도록요

    에디터
    송명경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