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부드러워 <2>

단정하고 부드러운, 모범생이라고만 생각해왔다면 정해인을 잘못 본 거다. 그는 연기자이고, 언제든 다른 옷을 입을 수 있기에. 이를테면, <역모>가 그렇다.

터틀넥은 맨온더분(Man on the Boon). 팬츠는 참스. 하이탑은 컨버스(Converse).

터틀넥은 맨온더분(Man on the Boon). 팬츠는 참스. 하이탑은 컨버스(Converse).

붕당정치를 공부하다 보면 조상님이 등장하시잖아요? 다산 정약용 선생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보니, 질문을 많이 받지 않나요?
제가 알기로는 예술적인 감각도 뛰어나셨다고 들었어요. 그림도 그리시고 노래도 하시고. 그 부분만 저한테 온 거 같아요. 하하. 그런데 저는 솔직히 이런 이야기가 많이 부담스러워요. 나쁜 얘기는 아니니까 늘 솔직하게 답은 하지만, 부끄럽달까요. 그렇게 먼 조상님은 아니시더라고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시니까. 정약용 선생님의 막내아들에서 쭉 내려오면 제가 있어요. 그래서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께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었어요. 유치원 때부터 들었던 거 같아요. 제가 말을 하고 한글을 아는 그 시점부터 들었어요.

하하! 따로 강조하시는 게 있나요? 책을 많이 읽으라든가 글씨를 잘 써야 한다든가.
할아버지께서 한자 잘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아버지도 책 많이 보라고 하시고요.(웃음) 지금은 많이 읽지 못하는데 한 달에 한 권씩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김호는 무인이잖아요.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무인이 되었을 것 같아요, 문인이 되었을 것 같아요?
저는 문인이었을 거 같아요. 글 공부하면서 과거 시험을 준비했겠죠.

어떤 책을 좋아해요?
저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알랭 드 보통의 작품을 좋아해요. 마음에 드는 구절을 클립으로 표시해놓고 보고 싶을 때 봐요. 최근에는 시집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배우인 구원이라는 친구가 쓴 시집이에요. 제목은< 내가 가진 것>인데 20대 중후반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사회 초년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썼더라고요. 그 시를 군대에서 썼대요. 보면서 많이 공감됐어요.

첫 주연작인데 일반 관객들 몰래 영화를 보러 갈 생각도 있나요?
그러고 싶어요. 반응이 궁금해요!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야 할 거 같아요.

현장을 점점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촬영장 노하우도 생겼나요?
예전에는 내성적이고 낯가림이 심해 현장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저도 경험해보니 촬영장에서 다른 배우와 만나 호흡하고 연기하는 것 이전에, 카메라팀, 감독님, 스크립터, 조명팀 등 스태프분들과 먼저 교감해야 연기가 잘 나오더라고요. ‘나는 내성적이야. 낯가림이 심해! ’ 이럴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이젠 먼저 다가가려고 해요.

연기 외에 더 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그림이라든가 글을 쓴다든가 음악이라든가. 뭐든 해도 좋은 나이잖아요.
노래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요. 우선은 이것저것 하기보다 본업을 충실히 하는 게… 아직 연기도 한참 부족해서 버거울 때가 많거든요.

이미 군대를 다녀와서 팬들이 아주 좋아한다면서요? 군필. 이게 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죠.
21살 어린 나이에 갔다 온 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참 잘한 일이에요. 그때는 친구들이 다 간다고 해서 같이 간 건데 지금 생각하니 그러길 잘 했어요. 작품을 쉬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군대에서는 보직이 뭐였어요?
저는 육군 운전병이요. 자대에서 계속 운전을 했죠. 정비도 하고. 사실 일반 보병보다 몸은 편해요. 그런데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자기가 있던 부대가 제일 힘들다고 할 거예요.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 잘 안 하는 것도 서로 힘들다고만 하기 때문이죠.

니트는 자딕앤볼테르. 워싱 데님 재킷은 아메리칸 이글(American Eagle). 데님 진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워커는 올세인츠.

니트는 자딕앤볼테르. 워싱 데님 재킷은 아메리칸 이글(American Eagle). 데님 진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워커는 올세인츠.

벌써 12월인데, 지난 일년을 돌아본다면 어떤가요?
데뷔한 이후로 매번 쉬지 않고 했지만 가장 짧은 해였던 거 같아요.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가버려서 무서울 정도예요. 그래서 시간을 더 쪼개서 알뜰하게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분명 주어진 시간은 똑같았을 텐데 빨리 지나가서. 아마 열심히 했다는 증거인 거 같아요.

또 다음 작품이 계속될 예정이잖아요?
내년에 영화 <흥부>가 개봉을 하고, 올해 11월 중순부터 1월 중순까지는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만나뵐 수 있어요. 열심히 촬영하고 있고요. 그 다음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연기를 하지 않을 때에는 무엇을 하세요?
잡생각을 안 할 수 있는 걸 해요. 운동도 하고 때로는 친구들과 게임도 하고. 거기에만 몰두할 수 있으니까요. 총게임도 하고 축구게임도 해요. 얼마 전엔 종석이랑 상엽이 형이랑 재하랑 축구게임을 했어요. 재미있더라고요. 종종 모여서 할 거 같아요.

다 같이 모여서 위닝을 한 건가요? 하하. 이제 집에서 연습하는 거 아니에요?
사실… 그럴 생각입니다. 저번에 제가 졌거든요. 하하.

농구에서는 포지션이 뭐예요?
저는 포인트 가드요. 요즘은 여유가 없어서 잘 못했어요. 보는 건 UFC를 좋아해요. 우리나라 UFC 선수들 응원하고 있습니다. 만화 <슬램덩크>에서도 정대만을 가장 좋아해요. UFC 좋아하는 그런 거랑 좀 비슷한거 같아요. 하하.

포기를 모르는!
그 친구도 약간 거친 스타일이니까요.

2017년이 딱 한 달 정도 남았는데, 어떻게 보내고 싶으세요?
일단 제가 하고 있는 촬영 열심히 하고 제 가족들, 친구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올해 1년 고생했다 하며 서로서로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그런 자리요. 하지만 21월 31일에는 촬영하고 있을 것 같아요.

시상식에 있는 게 아니고요?
시상식이요? 불러주시면 감사하죠!

배우로서는 어떤 꿈을 꾸고 있어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연기하면서. 그리고 저의 그 연기를 보는 사람들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기자들이 많이 하는 질문이죠. 하지만 그때그때 답변이 달라지지 않나요? 지금은 행복이라고 답을 했어요.
네, 지금 어떤 작품을 하고 있냐에 따라서, 저의 컨디션에 따라서 달라지는 거 같아요. 지금은 일단 저 스스로 연기를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노력을 많이 해야겠지만 제가 행복한 연기를 하고 보시는 분들도 즐거움을 느끼신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겠죠.

2017년은 행복했나요?
네, 정말 행복했어요. 그래서 시간이 빨리 간 거 같아요. 좋았던 시간들은 빨리 가잖아요. 하루가 한 시간 같아요.

    에디터
    허윤선
    포토그래퍼
    Kim S. Gon
    스타일리스트
    윤슬기, 임인선(인트렌드)
    헤어
    성찬(엔끌로에)
    메이크업
    순열(엔끌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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