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라는 마법

뉴욕에서 와인을 만든다고? 사실이다. 뉴욕 주 북부의 핑거 레이크스(Finger Lakes) 지역은 와인과 함께 변화하고 있다. 주립공원 하이킹과 함께 즐기는 미식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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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왓킨스 글렌(Watkins Glen) 주립공원의 폭포. 2 셸드레이크 포인트 와이너리의 카베르네 쇼비뇽용 포도. 3 큐카 호수(Keuka Lake)에서의 유람선 여행. 4 해바라기 들판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1 왓킨스 글렌(Watkins Glen) 주립공원의 폭포. 2 셸드레이크 포인트 와이너리의 카베르네 쇼비뇽용 포도. 3 큐카 호수(Keuka Lake)에서의 유람선 여행. 4 해바라기 들판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이것이 우리가 이곳에 있는 이유죠.” 카유가 호수(Cayuga Lake)가 내려다보이는 산마루에서 노란 들꽃과 피노 품종의 포도나무 가운데 선 수잔 히긴스가 말했다. 그녀는 내게 자신이 캔 석회석 덩어리를 보여주었다. 약 4억 년 전부터 퇴적된 석회석은 흙의 pH 균형을 맞추는 일등공신이다. 뉴욕 지역의 거친 겨울과 짧은 경작기에도 이곳에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이유다. 수잔과 톰 히긴스 부부의 하트&핸즈 와인 컴퍼니(Heart&Hands Wine Company)는 2006년에 첫 와인을 생산했고 현재 그들은 지역에서 가장 칭송받는 와인 생산자가 되었다. 완만한 언덕이 빛나는 호수와 협곡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와인과 더불어 아름다운 여행지로 바뀌고 있다.
뉴욕 주 북부(Upstate New York)에서 다섯 손가락을 펼친 모양의 호수직역을 뜻하는 핑거 레이크스는 14개 자치 주의 숲과 농지에 걸쳐 자리 해 있다. 뉴욕으로부터 북서쪽, 차로 네다섯 시간 떨어진 이곳은 잘 알려진 장소는 아니다. 200만 년 전 빙하가 지나갔던 길로 형성된 길고 좁은 호수는 ‘핑거 레이크스’라는 이름에 영감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시골 지방의 느린 삶 자체를 보여준다. 내가 이곳에 처음 온 건 대학생 시절이었다. 친구들과 나는 치즈를 들고 아무 포도밭이나 들러 와인 몇 병을 샀다.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없던 시절 헛간 같은 시음 공간에서 1달러, 2달러로 와인을 원 없이 마실 수 있었다.
그로부터 15년쯤 지난 지금, 농장에서 갓 나온 듯한 느낌은 거의 그대로지만 핑거 레이크스의 와인은 대단히 발전했다. “지역이 이보다 들뜬 적이 없어요.” 이 지역에서 자체 와인 레이블 엠파이어 에스테이트(EmpireEstate)를 만들기 위해 와인메이커 켈비 러셀과 협업했던 토머스 파스투자크의 말이다. 뉴욕 노마드 호텔의 와인 디렉터인 그는“해 마다 품질이 더 좋아지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블루머 크릭 포도밭에서는 보르도 스타일의 탁월한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만날 수 있는데, 주의 깊게 찾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버릴 만큼 작은 시음 공간에서 테이스팅할 수 있다. 바운더리 브레이크스(Boundary Breaks)의 시음 공간은 원래 주방이었지만, 막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새 공간을 지었다. 이곳에서는 멋진 리슬링 와인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쇼(Shaw) 포도밭에서는 카베르네쇼비뇽과 기상천외한 오렌지 와인을 생산한다.

엘더베리 폰드 팜 레스토랑의 헛간.

5 엘더베리 폰드 팜 레스토랑의 헛간.

미국식 작은 마을
그러나 핑거 레이크스의 진정한 매력은 작은 마을의 오래된 전통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 공신 중 하나는 롤랜드 씨로, 자신의 인형회사인 아메리칸 걸을 마텔 사(바비 인형으로 유명한)에 700만 달러에 매각했다. 그 금액의 일부를 오로라 지역의 오래된 건물들을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하는 데 사용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롤랜드 하우스로, 격식 있는 고급 호텔이라기보다는 조용한 호숫가에 위치한 사랑스러운 이모할머니집에 가깝다.
호숫가 마을 스캐니아틀라스는 마치 50년대 미국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복고적이며 평화롭다. 소형 모터보트가 부두에 묶여 있고, 소프트 아이스크림 기계가 오후 내내 돌아간다. 컨트리 클럽에서는 새우 칵테일, 양키 고기찜, 블러디 메리 등을 제공한다. 1899년부터 자리한 더 크렙스(The Krebs)의 레스토랑에서는 소형 보트 경주를 관람할 수 있다. 이렇게 옛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핑거 레이크스는 지금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주립공원에서 하이킹을 하며 아침을 보냈고, 오후에는 리슬링 와인을 벌컥벌컥 마시고 낡은 보트를 타고 낚시를 했다. “야외 활동을 하기엔 언제나 좋은 곳이에요. 캠핑이나 여유로운 휴가로요. 그러나 전에는 사람들이 잘 찾지 못해 접근성이 떨어졌죠. 소셜 미디어가 큰 도움이 됐어요.” 그렇다. 이 마을의 부흥을 이끈 것은 다름아닌 소셜 미디어였다 . 소셜 미디어는 와인 메이커뿐만 아니라 셰프, 증류주 생산자, 숙박업자, 장인과 디자이너를 사람들과 연결해, 더 많은 여행자를 불러 모았다. 지금 이곳에는 레스토랑 골목이 형성되어 있으며, 2016년에 문을 연 실험적인 레스토랑 FLX 테이블(FLX Table) 덕분에 전국적으로 미식가들이 모여든다.
지난 9월, 오너 셰프인 크리스토퍼 베이트는 흰 셔츠를 입고 오직 하루만 제공되는 요리 ‘최고의 BLT’와 말 그대로의 메뉴인 ‘엄청난 양의 오리요리(Lots of Duck)’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아내 이사벨은 지하 저장고에서 와인을 꺼냈다. 그러나 이 레스토랑에서 음식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것은 분위기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트렌드를 따라가며, 과하지 않되 흥미롭고, 자만하지 않으면서 야심 차다. 이곳에는 오직 21인용 커다란 테이블 한 개뿐이다. 다른 손님들과 합석을 할 때도 많다. 그러나 첫 화이트 와인과 지역에서 재배한 채소로 만든 전채 요리가 도착하자 우리는 쉽게 대화에 빠져들었다. 마치 저녁 파티처럼 말이다.

6 이타카에 위치한 아르고스 인(Argos Inn)의 마당.

6 이타카에 위치한 아르고스 인(Argos Inn)의 마당.

1 이타카의 르 카페 상디에서의 저녁. 2 엘더베리 폰드 팜 레스토랑의 레몬과 블루베리를 곁들인 디저트.

7 이타카의 르 카페 상디에서의 저녁. 8 엘더베리 폰드 팜 레스토랑의 레몬과 블루베리를 곁들인 디저트.

9 스캐니아틀라스 베이커리의 카푸치노와 도넛.

9 스캐니아틀라스 베이커리의 카푸치노와 도넛.


핑거 레이크스 여행법

숙소 정보 카유가 호수의 남쪽 끝에 위치한 이타카(Ithaca)에는 좋은 호텔과 레스토랑이 많다. 이곳에서 머물며 포도밭을 둘러볼 수 있다. 19세기 건물을 개조한 아르고스인(Argos Inn)에 머물거나 퍼터밀크 폴스 주립공원에 글램핑 구역으로 생긴 파이어라이트 캠프(Firelight Camps)의 사파리 스타일 텐트에서 머물 수도 있다. 오로라 지역의 숙박 업소들은 역사적인 건물 컬렉션이나 다름없다. 한때 웰스 칼리지의 기숙사였던 월코트 홀(Wallcourt Hall) 등이 그렇다. 이 외에 에어비앤비 등에는 셀 수 없을 만큼의 민박 숙소가 올려져 있다.

추천 와이너리 닥터 콘스탄틴 프랭크(Dr. Konstantin Frank)와 하먼바이메르(Hermann J. Wiemer)는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와이너리다. 두 곳 모두 뛰어난 와인을 생산한다. 차세대 와인 생산지로 꼽히는 블루머 크릭(Bloomer Creek), 바운더리 브레이크스(Boundary Breaks), 하트앤핸즈(Heart&Hands) 등은 소규모 양조장이다. 이곳의 와인은 외부에서 구하기 어려우니 기회를 놓치지 말자. 이 지역 와인을 모두 경험하고 싶다면 이타카에 위치한 와인 매장인 노스사이드 와인 앤스피리츠(Northside Wine&Spirits)를 방문하길. 지역에서 생산한 와인 대부분을 판매한다.

추천 레스토랑 FLX 테이블(FLX Table)은 지역에서 가장 독창적인 레스토랑으로 공동식탁에서 나눠 먹는 요리를 제공한다. 예약은 필요하지만 드레스 코드는 없다. FLX 와이너리(FLX Winery)는 그보다 더 캐주얼한 곳으로 수제 소시지, 김치 감자튀김, 크림에일 등이 주유소 식당 분위기로 제공된다. 더 크렙스(The Krebs)는 정통적인 미국 복고풍 레스토랑이며, 다노스(Dano’s)에서는 오스트리아식 송아지 커틀릿을 호수 전망과 함께 즐길 수 있다. 프랑스 식당 르 카페 상디(Le Caf Cent-Dix)는 완벽한 라즈동 샐러드뿐만 아니라 신선한 굴, 그 밖의 프랑스 정통 요리를 선보인다. 아시안 푸드를 먹고 싶다면 스티키 라이스(Sticky Rice)로. 태국과 라오스 음식을 제공한다.

    에디터
    폴 바디(Paul Bardy)
    포토그래퍼
    Paola&Mur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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