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헵번의 옷장
지방시의 뮤즈로, <티파니에서 아침을>, <마이 페어 레이디>의 히로인으로 오드리 헵번은 클래식 영화와 패션의 아이콘이 된다. 그러나 그녀의 진짜 인생, 진짜 스타일은 따로 있었다. 미공개 사진 속에서 가족과 함께한 오드리 헵번의 모습이 그렇다.
‘그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이야기는 없다는 걸, 동화를 더 이상 읽지 않게 되는 나이가 되면 알게 된다. 어린 시절에는 예쁘면, 착하면 행복이라는 선물이 주어질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오드리 헵번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오드리 헵번은 남작의 딸로 태어났지만 부모는 이혼했다. 성장기에 전쟁으로 인한 식량난으로 영양실조에 시달렸던 그녀는 평생 살이 찌지 않았다. 발레리나를 꿈꿨지만 부상당해서 꿈을 접었고, 영화 <로마의 휴일>로 단숨에 세계의 요정이 된다. 이제야말로 해피엔딩이었을까? 처음에는 동료 배우 멜 페러와, 두 번째에는 자신의 팬이었던 정신과 의사 안드레아 도티와의 사랑과 결혼은 모두 이혼으로 막을 내렸다. 두 번째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루카 도티가 펴낸 책< 오드리 앳 홈>은 그러므로 다양하게 읽힐 수 있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아들의 그리움. 셀러브리티의 진짜 삶. 집에서는 요리를 즐겼던 오드리 헵번의 비기를 꼼꼼하게 담은 요리 에세이. 패션 아이콘의 현실 화보집.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순간들. 유니세프의 홍보 대사로 활동하며 자신이 받은 사랑을 자선으로 돌려주었던 활동가. 이 모든 조각이 그녀가 살아온 인생을 증언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한 아름다운 여성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인생이라는 숙제를 열심히 살아내려 했음을 깨닫는다. 사랑에 상처 받았어도 쓰러지지 않았다.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낸, 진정한 전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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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허윤선
- Photography
- Cho Hee Jae, Courtesy of Opus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