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지가 웃는다 <2>
어느 것도 쉬운 역할은 아니다. 영화 <다른 길이 있다>에 이어 드라마 <구해줘>의 상미 역을 맡은 서예지는 단순한 히로인과 다르다. 자신과 주변을 구하는 슈퍼 히어로다.
처음 데뷔한 시트콤 <감자별>부터 <사도>, <구해줘> 등 대선배와 호 흡을 맞춰왔는데,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요?
저는 선배님들과 작업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제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을 예전에 다 거치셨고, 그 감정을 너무 잘 아시는 분들이라 후배의 감정과 연기를 잘 맞춰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선배님은 이순재 선생님이세 요. 지금 <구해줘>에서는 윤유선 선배님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제가 우 는 장면이고 지치다 보니까 정말 엄마가 되어 위로해주셨어요. 또 윤유 선 선배님도 힘들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에는 제가 감히 후배로서 도와 드리려고 했어요. 저희의 연기는 서로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었어요. 상대가 감정을 잡을 때 같이 울어주고 했던 거 같아요. 그러면 또 감독님이 찍으면서 울고 그러세요.(웃음)
이제 촬영이 끝났고 몰입에서도 빠져나와야 할 시기가 온 건데, 끝나 니 후련해요?
마지막 촬영이 끝나도 역할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아요. 개4월 동안 오히려 감정이 깊어졌어요. 감독님께 여행을 가야겠다고 말씀드리고, 부 모님과 제주도 여행을 잠깐 다녀왔어요. 사실 생각만큼 힐링이 많이 되 진 않더라고요.
하하,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네요?
오히려 다른 역할을 맡아, 또 새로운 캐릭터에 빠져야 힐링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화보 촬영도 너무 힐링되었고요. 저는 이렇게 일 하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힐링이 돼요.
연기가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던가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나 자신의 어떤 부분을 내주는 거잖아요. 영화의 자살 장면을 위해 직접 연탄 가스를 마시기도 했었죠.
저는 어떤 장면을 찍을 때에는 연출자들이 도와준다고 생각해요. 그래 서 극한까지는 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연출팀에게 믿고 맡겨요. 지금 <구해줘>도 내 감정과 내 에너지를 감독님한테 맡긴 것처럼요. 스태프들 이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그렇게 해서 연기에 한 발짝 더 가는 게 당신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인가요?
저는 많이 사용해서 닳고 싶지, 가만히 있다가 녹이 스는 사람이 되긴 싫 어요.연기를 할 때도 내가 다칠까봐 두려워서 망설이고 싶지는 않아요 . 그렇게 계속 닳고 닳아야 더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지금보다 더 극적인 연기를 하게 되더라도, 그저 녹슬고 싶지는 않거든요.
작년부터 계속 의지가 강한 캐릭터를 맡고 있어요. 수동적인 역할이 많은 우리나라 환경에서도 말이죠. 실제로는 어때요?
실제로도 비슷해요. 제 생각이 강한 것 같아요. 이기적인 건 아닌데, 내 사고방식이나 생각의 중심에 대해선 확고하게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일 을 진행할 때도 옳다 그르다를 명확하게 판단해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차가워 보일 수도 있어요. 아는 사람은 알아요. 처음에는 제 역할 중에 <감자별>이라는 시트콤이 좀 인상 깊었나 봐요. 고경표 씨랑 남매로 싸우 는 역할이 좀 유명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직< 구해줘>를 하고 있으니 <구해줘>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도 세우고 있어요?
요즘 영화를 준비하고 있어요. 저는 긴 쉼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 아요. 1주일 정도 여행을 하고 다른 작품을 하고 싶어요.
스케줄이 없는 개인적인 시간에는 뭘 하면서 보내요?
저는 아무도 없는 한적한 카페를 좋아해요. 넓어야 하고, 구석이 있어야 하고 창가가 있고 나가면 좀 걸을 수 있는 들판이 있는 곳이요.
어디인지 제가 물어야겠는데요?
사실 제가 자주 가는 그런 카페가 파주 쪽에 있거든요. 서울은 북적북적 하니까 굳이 파주까지 가요. 가서 커피 마시고 혼자 걸어요. 저는 혼자 있 는 걸 좋아해요. 실제로도 사람을 잘 안 만나서, 집에서 책, 영화를 보고, 그래도 너무 심심하다 싶으면 친한 스태프를 불러요. 실제로 배우로서는 다방면으로 도전하는데 서예지로서는 넓게 도전하지 않는 거 같아요.
어떤 작품을 좋아해요?
책은 시집을 좋아해요. 도종환 시인 시집 같은 거요. 그런데 <구해줘>를 하다가 오랜만에 시집을 봤는데 안 읽히는 거예요. 지금은 다시 읽으려 고 노력 중이에요. 영화는 어두운 작품을 많이 봐요. <오펀: 천사의 비밀> 과 <악마를 보았다>를 보고 또 보았어요.
한동안 스페인에서 유학했죠? 그때가 그리워요?
3년 살았어요. 막 돌아왔을 때는 그 정도 살았음 됐다 싶었는데 지금은 그 여유와 햇빛, 냄새가 그리워요. 이런 화보나 촬영을 스페인에 가서 하 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하하. 그러면 당신이 다 안내해주나요? 맛있는 레스토랑도 안내하고요?
물론이죠! 저는 스페인 음식 중에서는 파에야가 가장 그리워요. 한국 와 서 해 먹으려 했는데 해산물과 양념이 다르니까 맛이 안 나더라고요.
배우로서는 어떤 큰 꿈을 그리고 있어요?
나를 보호하지 않을래요.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고 가리지 않고, 뭐든 도 전하고 해보고 싶어요. 저는 뭔가 배우로서 ‘이렇게 할 것입니다’ 하는 건 없어요. 주어진 상황에서 이질감 없이 몰입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굳 이 비유하면 갈대 같은 배우요. 갈대밭에서 갈대를 뽑으려고 노력한 적 이 있는데 안 뽑히더라고요.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고 말했어요. 배우는 갈대라고 생각해요. 이 캐릭터, 저 캐릭터 여러 인생을 사는데 결국엔 뿌 리가 안 뽑히는 그게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요즘 ‘여배우’에 대한 담론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어요. 문소리 배우 는 <여배우는 오늘도>라는 영화를 만들었죠. 후배 배우로서 영감을 받기도 하나요?
저도 기분 좋아요. 영화에는 남자배우들을 보조하는 역할이 많은데, 여 성을 위주로 한 여자배우의 강인함을 볼 때면 작아졌던 마음이 커지는 것 같고 저도 용기가 생겨요. 우린 약자가 아니야, 같이 용감하게 연기하 고 여배우도 강해! 이렇게 말하는 것 같거든요.
스스로 강하다고 생각하나요?
어머니는 저를 어린 시절부터 강하게 키우셨어요. 왜 그랬냐고 물어보 니까 딸이지만 사회에 나가서는 당당했으면 해서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너무 강하게 키운 것 같아서 후회하신대요. 하하 !하지만 저는 지금이 좋 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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