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들 <1>
잡지는 시대를 이야기한다. 책을 통해 취향이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독립잡지 편집장을 만났다. 책을 만드는 일과 그것을 통해 자신이 믿는 가치를 나누는 일에 대하여.
<볼드저널> 최혜진 편집장
<볼드저널>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를 위한 라이프스타 일 잡지다. 아버지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 한 모든 것을 탐구한다. 1년 4회 발행한다.
<볼드저널>을 창간하게 된 계기
2호를 만들 무렵 편 집장으로 합류했다. 창간호 를 봤을 때, 잡지가 던지는 메시지에 공감이 갔고 가치 있는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 어 연약한 새싹처럼 보였던 이 책을 지켜주고 싶었다.
잡지를 통해 전달하 고 싶은 것
<볼드저널>의 캐치프레이즈가 ‘이 시대 의 모던 파더를 위한 잡지 (Life Lessons for Modern Father)’다. 여기서의 모던 은 ‘동시대성’을 의미한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30~40 대 남자들이 갈급하는 문제를 풀어주는 게 우리 책의 목표다.
<볼드저널>의 독자층
콘텐츠를 진중하게 음미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라면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폭력적인 틀에 흔들리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주요 독자 라고 생각한다. 현재 독자의 성별과 나이 구성도 흥미로운데, 독자의 55%는 3545의 기혼 남성 이고, 45%는 2535의 미혼 여성이다.
잡지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책 을 아름답게 만들려고 하지만 스타일 뒤에 메시지가 가려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번 호가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 최근 독립잡지가 주목받고 있지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는 보 이지 않고 모호한 이미지만 가득한 책이 많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 고 다른 책과 유사한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잡지를 만드는 일의 매력
유효기간이 없는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볼드저널>은 시간을 이길 수 있는 책이다. 또 잡지는 전문가 집단을 키워내는 장이기도 하다. 패션지가 패션 전문가 들을 발굴해내는 것처럼, <볼드저널>도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한다. 필자로 글을 싣고 인터뷰도 하면서 아버지 입장에서 가족 관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을 포진시킬 수 있는 게 작 업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독립잡지로서의 한계
아무래도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 상업잡지는 브랜드 광 고, 스타 등 사람들이 선망하는 부분을 자극해서 독자가 주목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하지 만 독립잡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독자에게 말을 걸고, 독자가 메시지를 주시하도록 만들어야 하 기 때문에 끊임없이 독자에 대해 조사하고 고민해야 한다.
창간 후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
콘텐츠 디렉터로 합류해 세 권을 만들었는데 지금까지는 만족스럽다. 자본력 대신 책을 만들고자 하는 진심, 세상에 이런 책이 필요하다는 사명감으로 만들기 때문에 자부심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획
주제가 사춘기였던 3호는 ‘아빠’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일 때의 혼란에 대해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고, 집에 대해 다룬 5호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꼭 필요한 이야기임에도 현실적으로 다루는 매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상 외로 열광적인 반응을 얻은 기획
일상의 작은 기록을 다룬 4호는 개인적인 만족도는 떨어지지만 반응이 좋았다. 기록이라는 행위 자체는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록이 차곡차곡 쌓이기 마련이다. 그것이 결국엔 사랑을 증명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독자 중에 한 분이 사진가였는데 책을 읽고 감동했다며 손편지를 써서 보냈다.
시대의 트렌드 중 가장 관심 있는 것
사 회가 점점 개인화되는 것. 그에 따라 미디어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한 번쯤 다루고 싶은 주제나 만나보고 싶은 인물
젠더 이슈. ‘사춘기’호를 다루면서 진정한 성평등 시대가 되려면 남성학이 있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가부장제는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억압한다. 가부장제는 소수의 기득권층 남자에게만 유리한 제도다. 그러니 남자에게도 가부장제가 그렇게 좋은 제도가 아니라고 말해 주는 게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젠더 이슈를 다뤄보고 싶다.
<볼드저널>과 어울리는 배경 음악
퍼렐 윌리엄스의 음악. 퍼렐 윌리엄스가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잘 맞추고 있는 뮤지션이기 때문에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볼드저널>을 정의하는 한 단어
모던 파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단어다. 아버지들이 ‘아버지가 된 남자’인 자기 자신을 볼 수 있도록, 자신의 삶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꾸려나가도록 돕는 잡지를 만들고 싶다.
함께 일하고 싶은 에디터의 조건
자기 취향이 명확하고, 보고 들은 걸 취향으로 떠벌리는 사람보다 직접 발로 뛰면서 경험하면서 자신의 콘텐츠를 만드는 에디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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