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식 화장법
프랑스 여자들의 옷차림은 ‘프렌치 시크’라는 고유명사를 낳을 정도로 전 세계 여자들이 선망하는 스타일 중 하나다. 프렌치 시크를 상징하는 인물, 샬롯 갱스부르가 <얼루어> 독자에게 프랑스식 화장법을 전한다.
샬롯 갱스부르를 수식하는 단어에는 어김없이 ‘프렌치 시크’가 따라 다닌다. 트렌치 코트에 티셔츠와 데님을 매치한 편안한 스타일을 세련되게 소화하는 그녀는 프렌치 시크 스타일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고, 음악계와 영화계를 넘어 패션계까지 영향력을 끼치며 발렌시아가와 루이 비통의 뮤즈로도 활약했다. 나스의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랑수아 나스 역시 러브콜을 보냈고, 샬롯의 취향과 스타일을 고스란히 담은 컬렉션을 완성했다. 그녀의 시그니처 메이크업 룩인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을 위한 제품과 립 컬러, 블러셔 등 총 18가지로 구성된 컬렉션을 선보인 것. 샬롯은 이번 컬렉션의 제품 컬러부터 디자인, 네이밍까지 전 과정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어린 시절을 보낸 런던과 파리에서의 추억과 부모님인 제인 버킨과 세르주 갱스부르, 그리고 그녀의 딸인 조와 앨리스로부터 받은 영감이 컬렉션 곳곳에 그대로 녹아 있다. 현재 가족들과 미국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녀를 화상 전화를 통해 만났다. 소녀처럼 수줍고 장난기 가득한 미소로 인터뷰를 화기애애하게 이끈 샬롯과의 인터뷰.
ㅡ나스의 협업 컬렉션은 새로운 시도와 세련된 컬러와 패키지로 사랑 받고 있죠. 프랑수아 나스가 이번 협업을 제안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프랑수아 나스와는 2년 전 화보 촬영장에서 처음 만났고, 작업하는 동안 서로 굉장히 잘 통한다고 느꼈어요. 작업을 하면서 그가 진정한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그로부터 함께 컬렉션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정말 기쁘고 흥분됐어요. 평소 나스 제품을 즐겨 사용하기도 했고요. 제품의 컬러며, 블랙 컬러의 패키지 디자인이며 그 자체로 완벽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클래식한 아름다움이 전해지니까요. 나스의 벨벳 매트 스킨 틴트는 항상 애용하고, 특히 나스의 벨벳 매트 립 펜슬 돌체비타는 가장 사랑하는 립 제품이기도 해요.
ㅡ컬렉션을 준비하며 프랑수아 나스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나요?
프랑수아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주고받았어요. 프랑수아는 이번 컬렉션에 있는 그대로의 저의 모습과 색깔을 담길 원했어요. 그래서 본인이 깊이 관여하는 대신 제가 원하는 것들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왔죠. 덕분에 자유롭게 저의 취향과 생각을 담을 수 있었어요.
ㅡ평소 당신의 스타일을 떠올리면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모습이 그려지는데요. 당신의 취향이 이번 컬렉션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나요?
스스로 저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단지 제가 편안하게 느끼는 옷과 메이크업이 있을 뿐이죠. 과한 피부 표현이나 화장은 좋아하지 않아요. 단지 얼굴에 약간의 생기를 더하고 싶을 뿐이에요. 이번 컬렉션 중 하나인 하이드레이팅 글로우 틴트는 그런 저의 취향을 반영한 제품이에요. 젤과 크림의 중간 제형이라 굉장히 가볍고 부드러우면서 얼굴에 자연스럽게 은은한 광택을 더해요. 매일 바르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제품이죠. 이번 컬렉션에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만 담았어요. 얼굴에 우아함을 더하면서 놀이처럼 즐기면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만들고 싶었죠.
ㅡ메이크업 제품인 만큼 여러 가지 카테고리 제품의 컬러를 정하는 작업이 꽤 까다로웠을 것 같아요.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요?
주로 숲에서 영감을 받아 어둠이 드리워지기 시작한 밤의 숲과 나무 등에서 느끼는 자연의 색을 컬렉션에 담고자 했어요. 벨벳 듀오 아이섀도우와 콜라이너에 톤다운된 그린과 블루 컬러가 주를 이루는 것도 그 때문이죠. 제품의 케이스에도 검은색이 아닌 카키색을 입혔어요. 나스 컬렉션 중 블랙이 아닌 다른 색상의 케이스를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요. 반면 립 제품에는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레드 컬러를 담았어요. 레드는 그 하나만으로도 분위기가 확 달라질 만큼 강렬하고 매력적인 컬러죠. 그래서 립 틴트와 벨벳 매트 립 펜슬, 멀티플 틴트에 레드를 메인으로 했어요.
ㅡ세련된 디자인의 브러시도 눈에 띄어요. 컬렉션에 이렇게 다양한 브러시를 담은 이유가 있나요?
평소 브러시를 자주 사용해요. 파운데이션 브러시부터 컨실러 브러시 등 컬렉션에 포함된 브러시 모두 매일 사용하는 것들이죠. 브러시는 저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대상이에요.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파리의 오래된 갤러리를 둘러보면서 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면서 브러시를 자주 사용해왔죠. 국립미술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기도 했으니까요. 브러시를 정말 사랑해요.
ㅡ나스는 컬러명에 지명이나 곡 이름, 시대의 아이콘의 이름을 넣는 것으로 유명하죠. 이번 컬렉션의 컬러명도 직접 정했나요?
제품이 모두 나왔을 때 프랑수아가 직접 제품의 컬러명을 지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어요. 추억이 있는 장소나 대상, 제가 사랑하는 것들이나 저를 완성한 것들 등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해봤어요. 제가 태어난 런던의 올드 처치 스트리트나 어린 시절을 보낸 파리, 어머니의 다른 이름이자 아버지가 어머니를 부르던 이름인 제넷, 사랑스러운 두 딸 조와 앨리스를 떠올리며 컬러명을 지었어요.
ㅡ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모두 다 애착이 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제품은 입술과 뺨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멀티플 틴트와 하이드레이팅 글로우 틴트, 콜라이너예요. 멀티플 틴트의 컬러명은 딸 조와 앨리스의 이름을 따서 지었어요. 촬영이 없는 날, 낮에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보내고, 시간이 지날수록 메이크업을 하나 둘 더해가요. 평소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을 즐겨 하는데 이번 컬렉션의 콜라이너는 정말 사랑하는 제품이에요. 아이라인을 그릴 때 완벽한 선을 그리기 위해 애쓸 필요가 전혀 없어요. 손가락을 이용해 번진 듯하게 연출하면 충분하죠.
ㅡ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날씬하고 매력적인 프랑스 여자들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데요. ‘프렌치 시크’의 아이콘인 당신의 비결이 궁금해요.
사실 저만의 ‘뷰티 시크릿’이라고 할 만한 게 없어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일정한 체형을 유지하는 것이 비결일 수는 있겠네요. 평소 기초 제품도 많이 사용하지 않아요. 저희 어머니도 화장을 깨끗이 지운 다음에는 크림 하나만 바르셨어요. 어머니는 늘 저에게 무언가를 과하게 하기보다 정도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죠.
ㅡ당신의 롤 모델은 누구죠?
어머니는 평생의 제 롤 모델이에요. 그리고 요즘 제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건 제 아이들이에요. 아이들이 저의 뮤즈죠.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 해맑은 표정, 잠자는 아이들의 순수하고 깨끗한 얼굴, 저를 바라보는 눈빛 등에서 느껴지는 꾸밈없는 아름다움이 저에게 영감을 주죠.
ㅡ최근 작업한 영화는 뭔가요?
프랑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La Promesse de L’aube>라는 영화예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고아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에서 어머니 역을 맡았어요. 서른다섯부터 60~70대가 되기까지 한 여자의 일생을 연기하기 위해 시기마다 목소리와 얼굴, 헤어 스타일, 체형까지 모두 바꿔야 했죠. 분장에 가까운 여러 가지 메이크업을 소화해야 했는데 힘들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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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조은선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N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