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별한 여행 <1>
특별한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있다. 멋진 관광지나 맛집을 검색하는 대신 자연과 이웃을 생각하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는 여행자들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친환경 여행을 실천한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1 진정한 환경농업에 대해 생각하게 한 영국의 우프 농장.
2 프랑스에서의 하루 중 가장 기다렸던 아름다운 정원에서의 식사 시간.
3 8개월간 유럽 8개국을 여행한 영글과 우정.
세상을 가꾸는 농부
가장 친환경적인 여행법은 무엇일까? 도보여행? 자전거여행? 결혼 전부터 우리에겐 작은 소망이 하나 있었다. ‘한국이 아닌 곳에서 1년만 살아보기’. 슬로푸드 운동 단체에서 활동해온 영글과 환경단체의 활동가로 대안적인 삶을 동경해왔던 우정. 우린 모아놓은 돈 한푼 없이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처음엔 워킹홀리데이를 생각했지만 유럽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데다 물가도 비쌌다. 고민이 깊어가던 차에 우프(WWOOF)가 떠올랐다. ‘World-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의 약자인 우프는 유기농가와 자원봉사자를 연결해주는 글로벌 네트워크다. 우프에 가입한 회원은 호스트 농가에 들어가 하루 평균 4~6시간 일을 도우며 함께 생활할 수 있다. 농장주는 그 대가로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한다. 농장에서 일을 한다는 게 두렵긴 해도 주말이나 남는 시간엔 여행을 가거나 현지인으로부터 언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을 듯했다. 가슴 한켠에 시골살이의 꿈을 갖고 있던 우리에게 딱 맞는 프로그램이었다. 홈페이지를 보니 농장뿐만 아니라 생태건축을 하는 곳이나 유기농 레스토랑, 생태공동체 등 호스트의 형태도 다양했다. 일의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텃밭 가꾸기부터 과일 농사, 빵 만들기, 양봉, 목축 등 잘만 한다면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스페인 우프에 가입한 후 매일 메일함을 확인했다. 여행을 떠나 있는 동안 우리의 신혼집에 들어와 살 사람도 구했고, 배낭까지 다 싸두었는데, 정작 짐을 풀 곳을 한 달째 찾지 못한 상태였다. 연락을 기다리기만 해선 안 되겠다 싶어 안 되는 영어로 전화통화를 시도했고, 마침내 우리를 받아줄 호스트를 구할 수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메일을 잘 확인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적극적인 우퍼만을 원하는 것일까?
그렇게 8개월간의 우퍼 생활이 시작되었다. 삽질하는 남자와 잡초 뽑는 여자.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우정과 경계심 많은 영글, 등만 붙이면 잠드는 영글과 침대 스프링이 중요한 우정, 지금을 즐기고 싶은 우정과 앞일만 생각하는 영글. 스페인의 우프 농가에서 여행의 첫 삽을 떴다. 호스트인 존 할아버지와 함께 손바닥만 한 땅의 잡초를 뽑고 일구는 일이었지만 사무실에서만 생활해온 우리에겐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하루 5시간의 짧은 노동이었지만 적응하는 데 꽤 애를 먹었다.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기본적인 식사 예절을 비롯해 일을 할 때 쓰는 생존 언어도 어느 정도 익힐 수 있었다. 가장 좋았던 건 여행자의 최대 골칫거리인 잠자리와 먹거리, 빨래, 그리고 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는 것! 이탈리아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좀처럼 끝날 줄 모르는 식사 시간과 시에스타. 매주 일요일엔 모두 모여 화덕에 불을 지피고 함께 피자를 만들어 먹는 이탈리아 농촌에서의 우퍼 생활은 2주간 지속되었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지상낙원. “난 우퍼들이 이곳 생활을 홀리데이처럼 느꼈으면 좋겠어.” 호스트 알베르토는 우퍼를 단순히 일과 숙식을 교환하는 사람이 아닌 경험을 나누는 동반자로 생각했다. 그는 ‘우퍼들의 아빠’로 통했다. 정 많고 유쾌한 농담과 장난으로 늘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알베르토 덕분에 옛 친구의 집에 놀러 온 기분으로 편안하게 시간을 보냈다.
영국은 규모가 제일 컸다. 900에이커. 축구장 450개를 합쳐놓은 크기라고 하면 감이 오려나. 도착 첫날 호스트 제레미는 우리 부부를 가드닝숍에 데려가 튼튼한 장갑과 장화를 사 주었다. ‘역시 영국인들은 젠틀하구나’ 생각했으나 감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우리의 주요 업무는 시슬(엉겅퀴)이라는 가시 돋친 풀을 제거하는 것이었는데, 두꺼운 장갑을 껴도 가시가 장갑을 뚫고 들어왔다. 좋은 장비를 사 주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린 3주 내내 소와 양이 뛰노는 광활한 벌판에서 시슬과 전쟁을 치렀다. 오죽하면 꿈에서조차 시슬을 뽑고 있었을까? 한편으로는 제레미 할아버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는 매번 우리와 함께 농장에 나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부지런한 농부였다. 농장 한켠엔 야생 새들을 위한 밭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또한 멸종위기에 놓인 풀은 독초라도 뽑지 않고 지켰다. 이런 사람이말로 진정한 환경운동가가 아닐까?
봄부터 잡초만 뽑아오다 결실의 계절인 가을을 맞이하며 우린 프랑스로 건너갔다. 매일 아침 새소리에 잠에서 깨어 밖으로 나가면 상쾌한 공기 사이로 달콤하게 익어가는 과일 향기가 났다. 이토록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 폐차장이었다니! 오래된 폐차창을 멋진 숲과 정원으로 탈바꿈시킨 25년간의 땀과 노력이 대단하게 다가왔다. ‘생명역동농법(Biodynamic)’으로 농장을 가꾸고 있는 미카엘과 실비 부부는 자연과 우주의 리듬을 따라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다. 그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존재했다. 예를 들어 호스트 실비는 오로지 먹는 일로 하루를 보낸다. 텃밭을 가꾸고, 그곳에서 난 토마토와 당근, 감자, 저절로 떨어진 과일로 풍요로운 밥상을 차렸다. 때로는 파머스 마켓에서 장을 보았다. 고기와 유제품의 경우엔 직접 농장을 찾아 사육 환경을 눈으로 확인한 것만 구입했다. 별 생각 없이 음식을 대해오던 우리에겐 문화적 충격이었다. 게다가 프랑스의 식문화는 유네스코 세계 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훌륭하다.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고생한 우정을 잘 돌봐준 이들 호스트 부부를 우리는 지금도 ‘프랑스 엄마, 아빠’라고 부른다.
물론 힘든 날도 있었다. 가끔은 ‘왜 이 먼 곳까지 와 잡초를 뽑고 있지?’ 싶기도 했다. 방문 전날 호스트가 갑자기 예약을 취소한 적도 있고, 숙소가 너무 지저분하거나 음식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곳도 간혹 있었다. 물론 호스트들 역시 우리에 대해 늘 만족했던 건 아닐 것이다. 서로 궁합이 잘 맞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8개월간의 여행에 대해 후회는 없다. 다른 여행객들이 현지의 맛집을 찾아 식당을 전전할 때 우린 그들의 집에서 식구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여행에서 현지인을 만나 친구가 되긴 어렵지만 우리는 그들과 다 같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돈을 배제하고도 얼마나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는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일이 얼마나 값진 경험인지 알게 되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우퍼에 관심이 생겼다면 다만 몇 가지만 주의하자. 첫째 호스트와 약속을 잡기 전에 농장에서 하는 일과 작업 시간, 숙소와 식사 제공의 형태, 그리고 농장의 위치와 교통편 등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지 객관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호스트에 따라 사전에 노동 시간을 조율할 수도 있으니 서로 원하는 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우프의 호스트들은 대부분 친환경적인 철학과 생활방식을 갖고 있다. 화장실만 해도 배설물을 모아 퇴비로 발효시킬 수 있는 콤포스트 화장실(푸세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채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여행 경비를 절약할 목적으로 우프를 고려한다면 생각을 바꾸는 것이 좋다. 대신 우프를 통해 도시에선 미처 알지 못했던 친환경적인 삶의 방식을 배우게 될 것이다. 태양과 바람과 물과 흙을 존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말이다.
글 | 정우정, 유영글( <유럽, 여행 말고 우프!> 저자)
1,2 덤스터 다이빙은 소비사회에 대항해 마트에서 버린 쓰레기를 먹거나 사용하는 사회 운동이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호주의 덤스터 다이빙과 쓰레기 없는 대안적 축제.
3 쓰레기통에서 ‘구출’해낸 재활용 물건.
유쾌한 덤스터 다이빙
2014년, 핀란드 여행과 세월호 사건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핀란드 북극권, 인구 100명의 촌구석 로히니비아에서 만난 주카는 적게 벌어도 풍족하게 사는 길을 보여줬다. 그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1%도 참여하고 싶지 않아 자작나무 숲으로 이사 왔다. 정부에서 주는 월 1천 유로의 기본생활비마저 거부한 채 농사와 에어비앤비, 재활용품 판매로 월 4백 유로를 벌어 자급자족하는 삶을 택했다. 남는 시간엔 글을 쓰고 악기를 연주했다. 당시 한국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던 난 수익은 몇 배 많았지만 정작 자신을 돌볼 시간은 부족했다. 주카는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정부는 경제를 살려야 하니 빨리 잊으라고 했다. 304명이 이유도 모른 채 죽었는데, 돈 버는 게 더 중요하다니… 주카처럼 나도 세상의 시스템에 반기를 들고 싶었다.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을 읽으며 지금껏 내가 살아온 삶을 바꿀 방법을 공부했다. 대안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알게 되면서 눈에 들어온 게 ‘지속 가능한 삶’이다. 동물, 여성, 제3세계 노동자 등 약자와 자연을 착취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식이다. 고민 끝에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세계 여행을 떠났다.
첫 여행지는 호주 멜버른이었다. 멜버른에는 덤스터 다이빙을 하는 사람이 많다. 덤스터 다이빙은 마트에서 버린 쓰레기를 먹거나 사용하는 사회 운동이다. 지난 1월 페이스북으로 우연히 찾은 멜버른 덤스터 디이빙 그룹에서 만난 오즈 알리마와 첫 덤스터 다이빙을 했다. 서른일곱 살의 오즈는 사업가이며 고급 SUV 차량을 몰았다. 돈이 없어 덤스터 다이빙을 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덤스터 다이빙을 음식 해방 운동이라고 불렀다. “난 쓰레기가 될 뻔한 음식을 해방하는 거야.”
작전은 밤 9시 30분부터 시작됐다. 오즈의 친구 랍, 마일드, 케리까지 동참했다. 랍은 덤스터 다이빙 7년 차였다. 동네 슈퍼마켓의 쓰레기통 현황을 꿰뚫고 있었다. 경비원 퇴근 시간, 쓰레기통 자물쇠 상태, CCTV 위치 등에 관해 정리한 문서까지 있었다. 랍의 안내에 따라 ‘알디’라는 대형 마트로 향했다. 손에는 비닐장갑을 끼고, 머리에는 헤드 랜턴을 달았다. 친구들과 어른들 몰래 모여 유쾌하고 의심스러운 장난을 치는 듯한 분위기였다.
우리는 주차장에 있는 2~3m 높이의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쓰레기통 안에는 커다란 비닐봉지가 빼곡했다. 봉지를 열어보니 장식용 허브까지 붙은 바게트가 가득했다. 쓰레기가 될 뻔한 빵을 ‘구출’하여 그 자리에서 바로 먹었다. 내가 아는 보통의 빵 맛이었다. 우리는 ‘황금 채굴’ 중이라며 깔깔거렸다. 그날 밤 우린 2시간 동안 네 개의 마트를 방문해 여섯 개의 쓰레기통을 뒤졌다. 주운 물품의 목록만 대충 헤아려봐도 스무 개가 넘었다.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 오늘 금광을 캤어. 이 토마토 좀 봐. 이렇게 싱싱한데 쓰레기라니. 토마토 주스 파티하자!”
마트는 멀쩡한 상품을 버린다.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이 적게 남은 상품을 사지 않는다. 못생긴 야채 역시 상품 가치가 없다. 공산품도 마찬가지다. 공장에서 늘 신제품을 만드니 소비와 유통의 순환을 위해 팔리지 않는 물건은 버린다. 이러한 낭비는 자원 부족을 촉진한다. 물가는 상승하고, 돈 없는 사람들은 더 가난해진다. 덤스터 다이빙은 눈앞의 돈이 최우선이라 여기는 경제를 조롱한다. 유통 시스템은 살짝 흠이 난 토마토를 쓰레기라고 규정해도, 덤스터 다이버는 그 토마토를 토마토 주스로 바꾼다.
여행을 떠난 지 한 달 반이 지났다. 지금까지 호주와 뉴질랜드를 여행하며 재산 공유 공동체에 머무르기도 했고, 상업 광고와 쓰레기가 없는 대안적 축제도 다녀왔다. 남은 10개월의 시간도 비슷할 것이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이들을 만나 세상에 반기를 들 용기를 얻고, 생존 기술을 배우고 싶다. 동남아 의류 공장의 아동노동처럼 작고 연약한 존재를 착취하지 않아도 삶을 살아갈 방법을 찾아 여행하는 중이다. 나는 이 여행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삶의 대안을 보여주고 싶다.
글 | 조수희(여행가_blog.naver.com/travelerblog)
1 친환경 MT는 1인당 적정량에 맞춰 적게 장 보기가 원칙이다.
2 숙박 장소의 수저와 식기는 사전에 인원수대로 체크한다.
3 야자수 잎사귀로 만든 친환경 다회용기 ‘본플라’.
친환경 MT 프로젝트
‘아, 내가 이러려고 여기를 왔나.’ 휴학을 앞두고 간 마지막 MT 때 든 생각이다. 친목을 다지고 단합을 이루어보겠다는 MT(Membership Training)의 사전적 의미를 핑계 삼아 나는 틈만 나면 대성리를 쏘다녔다. 사실 MT는 대학생활의 낭만을 꿈꾸던 10대들의 로망이었으므로 스무 살의 나 역시 MT를 간다는 게 무작정 좋았다. 2년 전, 친환경문화기획소 ‘에코크리에이터(ecocreator.co.kr)’를 만들기 전까진 그랬다.
‘친환경’이라는 삶의 키워드는 이후 나의 모든 선택과 행동에 영향을 주었다. MT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나는 업사이클 제품을 비롯해 커피 찌꺼기로 페이스 스크럽을 만드는 법 등을 블로그에 소개했다. MT에서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눈에 띈 건 당연한 일이었다. ‘휴학 전 마지막’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걸고 참여한 MT에서 난 오후 10시에 장렬히 전사했다. 그리고 다음 날, 널브러진 쓰레기와 빨다 만 옷을 정리하며 처음으로 MT에 온 걸 후회했다. 하지만 그날의 MT가 흑역사만 남긴 건 아니었다. ‘MT×MT’ 프로젝트의 모든 아이디어가 바로 그날 시작됐으니까.
‘MT×MT’ 프로젝트는 친환경적인 MT문화를 전파해 대학생들의 환경 의식을 고취시키고자 시작된 프로젝트다.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시즌 1 활동을 마무리했다. 총 다섯 개 대학교 동아리(서울시립대학교 밴드 바크, 카이스트 환경동아리 G-ink, 상명대학교 인액터스, 서울대학교 환경동아리 씨알, 카이스트 만화동아리 열정부, 한신대학교 중앙동아리 연합회 통통통)에 친환경 MT가이드라인과 야자수로 만든 다회 사용 용기를 제공해 새로운 MT 문화를 쉽게 접하도록 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페이스북에 카드뉴스 형태로 업로드해 확산성을 높였다.
‘MT×MT’ 프로젝트가 제공하는 친환경 MT 가이드라인은 구체적이고 현실 적용 가능한 항목으로 구성된다. 숙박 장소의 수저와 식기가 인원수대로 있는지 체크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중교통 이용하기, 적게 장보기, 비닐봉지 대신 종이상자와 에코백 사용하기, 과자보다 과일과 채소를 활용한 음식 만들기, 컵에 이름 쓰기, 술게임보다 동아리 특성에 맞는 활동하기, 물과 전기 아껴 쓰기, 음식물 쓰레기는 따로 모아 버리고 설거지하기, 병과 캔은 씻어서 분리 배출하기 등 총 열 개 항목이다.
이 가이드라인이 정말 적용 가능한지 경험해볼 필요가 있었다. 서울시립대학교 밴드 바크의 일원이자 프로젝트 기획자로서 내가 먼저 친환경 MT에 참여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희망적이었다. 그리 힘들지 않은 데다 환경 문제를 고민하는 지식인이 된 것 같아 왠지 기분이 좋다고들 했다. 다른 동아리의 후기 역시 ‘환경 문제를 즐거운 방식으로 고민할 수 있어 좋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어느 정도는 프로젝트의 목표를 이룬 셈이다. 놀라웠던 건 의외로 많은 학생이 MT에서의 환경오염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실상은 훨씬 심각했다. 대표적인 MT촌의 경우, 성수기 기준으로 한 달 약 열 팀이 하나의 숙박시설을 방문한다. 이때 발생하는 쓰레기는 15명 기준 종량제 봉투 30L 정도 된다. 가평에만 2000여 개의 펜션이 운영되고 있으니 그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오염도 있다. 맑고 깨끗하다고 선전하는 소주를 보자. BOD(Biochemical Oxygen Demand)는 수질오염의 척도로 쓰이는 지표다. 소주 한 잔의 BOD는 243,000ppm이다. 소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물로 정화하기 위해서는 2.4톤의 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맥주도 상당한 오염원이다. 남은 된장, 쌈장을 비롯해 식용유, 참기름 같은 오일류는 술보다 BOD가 더 높다.
물론 즐겁게 놀려고 간 MT에서조차 환경 문제를 생각해야 하냐고 할 수도 있다. MT의 방법은 참여하는 사람들의 자유다. 다만 친환경 MT라고 해서 재미가 반감되는 건 아니란 걸 분명히 말해두고 싶다. 알맞게 장을 보면 오히려 MT 경비도 줄어든다. 환경을 생각하는 이 시대의 지식인이 된 듯한 뿌듯함은 덤이다. 또다시 MT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번엔 친환경적 MT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친환경 MT 가이드라인은 ‘MT×MT’ 프로젝트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mtmtbyecocreato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용기를 내시라.
글 | 하지연(에코크리에이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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