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를 추억하며
1월 26일, 원더걸스가 공식적으로 해체를 발표했다. 멤버 네 명 중 유빈과 혜림은 재계약을 선택했고, 선미와 예은은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데뷔한 지 딱 10주년이 되는 2월 10일에는 원더걸스의 마지막 음원이 될 ‘그려줘’를 발표하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10년이라는 시간은 초등학생이던 팬은 성인이 되고, 고등학생이던 팬은 사회인이 되는 시간이다. 그러니 한 시대를 풍미하며 학창시절의 기억을 문득문득 떠오르게 하는 그룹의 해체는 씁쓸하면서도 시리다. 영원한 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원더걸스의 10년이 오롯이 꽃길이었던 건 아니다. 멤버 교체, 탈퇴, 결혼 등 하나만 겪어도 그룹의 존폐가 위태로울 정도의 사건을 여러 번 겪어왔다. 데뷔 멤버였던 현아가 탈퇴하고 유빈이 합류한 것부터 선미의 탈퇴로 인한 혜림의 합류, 결혼과 계약만료로 팀을 떠난 선예와 소희까지. 원더걸스는 다섯 명으로 시작해 네 명으로 끝났고, 모든 기간 온전히 팀을 지켜온 건 예은 하나였다. 이런 굴곡을 겪으면서도 새 음원이 발표되면 늘 정상의 자리를 유지했다. 이는 원더걸스라는 브랜드 파워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과다. 그리고 그 브랜드 파워는 ‘걸그룹은 청순해야 한다, 귀여워야 한다’ 같은 스테레오타입에 안주하지 않는 신선하고 획기적인 도전에서 비롯되었다. ‘Tell Me’, ‘So Hot’, ‘Nobody’ 등의 노래로 전국적으로 복고 열풍을 불러일으킨 때부터 멤버들 모두 악기를 들고 나와 밴드로 활동한 최근 곡 ‘I Feel You’까지 원더걸스는 끊임없는 실험 정신을 발휘하며 대중을 놀라게 했다. 음원 차트 1위, 가요 시상식 대상 등 원더걸스가 수없이 쌓아온 트로피 기록보다 중요한 건 이들이 가요계, 특히 걸그룹에 미친 영향이다.
원더걸스의 메가 히트곡 ‘Tell Me’와 ‘So Hot’, ‘Nobody’는 단순한 후렴구가 반복되는 후크송의 전성기를 열었고, 이때 원더걸스를 향해 쏟아진 국민적 관심과 사랑은 그 후 수많은 걸그룹을 탄생시킨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물론 그 끝도 없는 도전이 미국 진출이라는 무리한 수를 낳기도 했지만, 그 또한 무의미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후에도 제2의 원더걸스를 꿈꾸는 걸그룹은 끊임없이 데뷔했고, 자연스레 가요계도 세대 교체가 이루어졌다. 원더걸스의 존재감이 희미해질 때쯤, 그들은 또 한 번의 음악적 성장을 보여줬다. 3집 <Reboot>를 발표하며 멤버들은 무대 위에서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춤을 추던 걸그룹의 밴드 연주는 파격적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앨범 <Why So Lonely>에서는 멤버들이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한 타이틀 곡으로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들이 앞으로 보여줄 수많은 음악과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가 고조된 상태였기에 갑작스러운 해체 발표는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다. 원더걸스의 마지막 노래 ‘그려줘’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그려줘 어리고 순수했던 날/가끔이라도 좋아/나를 감싸주던 손으로/그려줘 그리고 아주 조금은/나를 그리워해줘’. 원더걸스가 한창 활동했던 시기의 추억이 떠오를 때, 분명 우리는 그때의 원더걸스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한 시대를 상징했던 걸그룹이라는 건 그런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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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정지원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JYPE, Dingo Mu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