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커플룩 <1>
사랑을 하게 되면 서로에 대한 감정을 넘어 취향을 공유하게 된다. 뜨거운 스타일 궁합을 자랑한 세기의 커플과 그들의 패션 스타일.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린 영국 남자 에드워드 8세와 사교계를 주름 잡은 심프슨 부인. 멋쟁이 황태자로 인기가 높았던 그와 타고난 감각으로 세련된 취향을 선보이던 그녀가 만나 뿜어낸 패션 스타일은 이들의 러브스토리만큼 큰 관심거리였다. “나는 별로 잘난 것이 없기 때문에 다른 이들보다 옷을 더 잘 입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던 심프슨 부인은 컬러 매치에 능했고, 클래식 룩을 좋아했던 에드워드 8세의 패션에 영감이 되어주었다. 할머니 옷장에서 꺼낸 듯한 빈티지풍 옷을 좋아하는 커플이라면 이들의 옷차림에서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거다.
비록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지만 패션 궁합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커플. 평소 슈트를 좋아해 웨딩드레스까지도 입생로랑의 화이트 슈트를 입은(게다가 블라우스 없이 재킷만 입는 센세이션을!) 비앙카와 나쁜 남자의 피가 줄줄 흐르는 믹 재거의 패션은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었다. 특히 믹 재거는 타이트한 재킷과 넓은 라펠, 그리고 컬러풀한 셔츠를 사랑했다.
1970년대 히피 스타일 아이콘이었던 이 둘만큼 애정과 질투, 분노 등 대중의 다양한 시선을 받은 커플이 있었을까! 이들은 단순한 사랑을 넘어 철학과 감각의
온도까지 맞추며 연애를 한 진정한 아티스트였다. 오노 요코의 영향으로 존 레논은 비틀즈 시절의 모즈 룩에서 벗어나 지구촌의 사랑과 평화, 그리고 진정한 자유의 메시지를 담은 히피 스타일을 추구하게 되었다.
당시 둘은 젊었고, 뭘 해도 섹시했다. 각자의 리즈 시절 만나 스타일 아이콘으로 화룡점정을 찍은 4년의 연애기간. 청바지, 가죽 재킷, 장식 하나 없는 티셔츠와
살짝 늘어난 슬리브리스 톱 등 이들의 데일리 룩은 그 무엇을 입어도 세련미가 흘러넘쳤다. 당시 많은 소년, 소녀들의 워너비였던 두 사람의 커플 룩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어쩌다 보니 지금은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지만, 사랑했던 그때 이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시크한 패셔니스타였다. 따로 있을 때보다 함께 있을 때 그 시너지가 배가되었던 아름다운 시절, 이들은 미국인답게 실용적인 패션을 즐겼다. 유독 무채색 의상을 사랑했던 안젤리나 졸리에 맞춰 베이지, 화이트, 라이트 그레이 등 모노톤을 즐겼던 브래드 피트 역시 패션 신사였다.
서로가 서로의 뮤즈였던 두 아티스트의 룩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프렌치 시크의 원조다. 안 차려입었다고 하기엔 너무 멋지고, 차려입었다고 하기엔 평범한 듯 느껴지는 보헤미안 히피 룩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영감이 되고 있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저지 티셔츠를 입어도, 부스스한 머리를 풀어 내리고 목이 늘어진 티셔츠를 입어도 그녀가 돋보인 건 적당히 헝클어진 곱슬머리에 깃을 새운 코트, 나팔바지를 즐겨 입는 세르주 갱스부르가 옆에 있었기 때문일 수도.
당대 최고의 축구 선수와 가장 핫한 걸그룹의 멤버가 사랑에 빠졌고 대중은 얼마 만에 헤어질지 돈까지 걸며 내기를 했다. 그 후 20년이 지난 지금, 이 부부는 40세가 넘은 나이에도 카리스마 넘치는 근사한 화보를 찍고,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하며, 자신의 이름을 건 패션 브랜드까지 전개하고 있다. 섹시함의 대명사였던 빅토리아 베컴은 날 선 실루엣이 살아 있는 도시적인 스타일을 즐기며, 데이비드 베컴과 함께 캐주얼도, 슈트도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완성한다. 시간이 흐르고 사랑의 깊이가 깊어지는 이들의 패션 취향은 더 단단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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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그래퍼
- Gettyimage/ Imazines, Splash News
- 프리랜스 에디터
- 장라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