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박스의 세계 <1>
참신함과 희소성으로 무장한 뷰티 박스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색조 메이크업 제품뿐만 아니라 스킨케어, 보디, 향수 등 카테고리도 다양하다. 당신에게 신나는 뷰티 무용담을 선사해줄 블록버스터 급 뷰티 컬렉션이 여기 있다.
취미가 대세인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누가 뭐래도 내가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는 가치 소비가 늘고 있다. 뷰티에 열광하는 이른바 ‘코덕’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무려 50가지의 컬러로 구성된 립스틱 박스나 100개가 넘는 아이섀도를 한 판에 담은 팔레트, 여행용 트렁크 케이스에 가득 꾸려진 향수 세트를 앞에 두고 일말의 망설임도 갖지 않는다. 지금 아니면 다시는 못 구할 수도 있는 제품들, 아니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궁극의 뷰티템일지도 모르는 ‘작품’ 앞에서 행복해한다. 미국판 <얼루어>의 뷰티 에디터 라모나 엘머슨 역시 지난해 출시된 톰 포드 뷰티의 립스 앤 보이즈 립스틱 세트를 마주한 순간, 그동안 억눌렸던 수집가로서의 욕구가 봉인 해제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누군가에겐 사치스러운 메이크업 컬렉션으로 치부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적어도 뷰티를 애정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매력적인 마성의 아이템은 없을 거예요. 오히려 이런 상품들을 기획한 브랜드가 고맙게 느껴질 정도죠”. 그녀의 말처럼 자신이 탐닉하는 무엇인가에 몰두하고, 그 비용이 얼마가 되었든 취향을 수집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나를 위한 작은 사치이자 새로운 가치 소비라고 할 수 있다. 연말 홀리데이 시즌을 겨냥해 다양한 크리스마스 에디션을 출시하는 한 브랜드 홍보 담당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위해 화장품만 한 게 없죠. 브랜드 입장에서는 선물이 많이오고 가는 감사의 달인 5월이나 연말은 잠재 고객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예요. 평소 만나볼 수 없었던 근사한 디자인의 한정판 패키지를 제작하거나 정품 사이즈의 제품을 한 개 사는 가격으로 미니어처 용량을 여러 개 살 수 있도록 유도해 판매 촉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거든요”. 네타포르테의 뷰티&그루밍 바이어 자넬 톤힐 역시 동의한다. “뷰티 브랜드를 필두로 협업 풍년이 분 것도 요즘 같은 불경기에 캐릭터나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보려는 노력의 일환이죠.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협업은 입소문, 화제성, 판매량을 모두 잡을 수 있어요. 최근 SNS 플랫폼이 더욱 활성화되고 디지털 사교의 장에서 자신의 취향과 취미를 드러내는 게 일상이 되다 보니까 과시적 소비가 더욱 증가했어요. 그런 면에서 블록버스터 급의 각종 뷰티 컬렉션은 아주 매력적인 소장용 도구가 될 수 있는 거죠”. 그녀의 말에 글로벌 향수 브랜드 홍보 담당자도 의견을 보탠다. “원래 초반에는 브랜드 충성 고객을 대상으로 감사의 의미를 담아 사은품 목적으로 뷰티박스나 기프트 세트를 제작하기 시작했어요. 냉정하게 말해 홍보나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진 않았죠. 그런데 최근 디지털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거의 모든 브랜드가 제작비를 감수하면서라도 본품보다 더 공들여 만들어요. 해외 유명 아티스트를 섭외하거나 인기 있는 캐릭터와 협업해 디자인이 잘 나오면 이보다 더 큰 홍보 효과는 없거든요. 과거에는 별 효용가치가 없었던 뷰티 박스가 디지털 플랫폼과 만나면서 기대 이상의 몫을 해내고 있는 거죠”. 특히 작년 12월 한달간 출시된 브랜드의 홀리데이 에디션만 봐도 그녀의 말은 충분히 공감이 됐다. 지금 당장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고 싶을 만큼 ‘예쁨’으로 무장한 제품들이 그야말로 넘쳐났다. 색조 메이크업 제품뿐만 아니라 스킨케어, 보디, 향수 등 카테고리도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한국 뷰티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뷰티 세트들은 주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실용성을 높인 제품이 대다수다. 이에 반해 신흥 뷰티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비롯해 중동에서는 한 세트에 약 6 천 달러가 넘는 호화로운 뷰티 패키지도 판매된다. 최상위 부자들을 겨냥한 새로운 레벨의 하이엔드 컬렉션이다. 아직 초호화 컬렉션은 국내 도입이 활발하진 않지만 점차 이런 양극단의 폭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자칭 코덕, 메덕인 한 지인은 또 다른 무용담을 들려주었다. “메이크업제품을 워낙 좋아해서 색깔별로 모았었는데 최근에는 향수에도 관심이 많아졌어요. 특히 고가의 니치 향수는 정품 1개를 사는 가격에 조금 더 보태 종류별로 시향해볼 수 있다는 게 매력이더라고요. 사실 이런 특급 에디션이 아니었다면 평소 전혀 사용할 일이 없던 생소한 향의 세계를 알 수나 있었을까요?” 그녀의 말처럼 다양한 경험을 이끌어내는 뷰티 박스는 수집가 혹은 화장품을 좋아하는 누군가에겐 최고의 투자 아이템이 될만한 충분한 명분을 갖췄다. 희소성과 참신함으로 무장한 채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할 뷰티 컬렉션의 세계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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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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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sephine Schielle, Courtesy of Jomalone London, Maison Francis Kurkdjian, Sephora, Laura mercier, Frederic Malle, Tom Ford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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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티앙 아르프(Christiane A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