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 디자이너, ‘렉토’의 정지연

디자이너는 많지만 자신의 색을 잃지 않으며 대중을 사로잡는 디자이너는 흔치 않다. 신진 디자이너를 후원하는 삼성패션디자인펀드를 수상한 렉토의 정지연은 동시대 여자들이 원하는 것을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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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연
2015년 론칭한 렉토는 불과 2년여 만에 패션계는 물론 대중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렉토의 옷은 중성적인 코드에서 출발해 구조적인 디테일과 클래식한 실루엣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무뚝뚝할 것 같지만 사실은 친절한 디자이너 정지연과 많이 닮아 있다.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을 축하한다.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큰 상을 받게 되어 무척 영광스럽다. 어떤 형태로든 한 단계 발전된 모습을 보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크다.
프로덕트 서울이라는 편집 매장을 운영하다가 디자이너가 됐다. 계기가 있었나?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하지만 보다 명확한 그림을 그리고 나서 시작하고 싶어서 편집 매장을 운영하며 차근 차근 준비했다.
렉토의 컬렉션은 시즌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 특징이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이다. 실루엣 변형이 거의 없는 베이식 라인을 매 시즌 선보이고 있어서 시즌성이 명확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베이식 라인은 스타일에서 뼈대 역할을 하는 기본적인 셔츠, 팬츠, 스웨트 셔츠 같은 아이템으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시즌마다 주제는 어떤 형태로 달라지나? 브랜드가 지향하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변화가 크지 않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나 디테일은 시즌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은 불규칙하게 커팅된 디테일을 직접 오리고 그리면서 변칙적인 실루엣을 만들었다면, 2017년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옷에 그림을 입혀보려는 생각으로 컬러 패턴을 더했다.
영감은 어디서 얻나? 디자인이란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 순간 발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물이나 그림을 보면서 표현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면 이미지와 이미지를 연결 짓고, 살을 붙여가며 전체적인 형태를 이끌어낸다. 예를 들어 마음에 드는 컵의 실루엣을 봤다면 그것과 연결되는 이미지와 색상을 찾고 이를 표현하는 소재를 찾는 식이다.
그렇다면 소재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겠다. 특히 좋아하는 소재가 있나? 면 소재를 좋아하고 많이 활용한다. 면이 가진 감촉과 무게는 렉토가 표현하고자 하는 실루엣을 가장 잘 구현하는 동시에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렉토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많은 디자이너가 그렇겠지만 디자인을 시작할 때부터 상품으로 완성될 때까지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내가 입고 싶은 옷인가’이다. 이런 고민으로 출발해 완성된 옷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듯하다.
‘렉토’가 그리는 이상적인 여인은? 자신만의 개성이 확실하고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진 여자다. 외적인 면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자신만의 가치관을 지닌 사람.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창의성과 상업성의 조율은 어떻게 하나? 옷이란 많은 사람이 입고 사랑해야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렉토만의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하지만,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것 또한 디자이너로서 염두에 둘 점이다.
2017년 봄/여름 컬렉션에 가방이 추가됐다. 액세서리까지 확장할 계획인가? 옷을 입을 때 가방과 슈즈의 매치가 중요한 것처럼, 액세서리를 통해 보다 ‘렉토다운’ 스타일을 제안하고 싶다. 시즌마다 컬렉션에 적합한 액세서리를 제작할 예정이다.
최근의 관심사는? 미술 교육과 철학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테크닉적인 부분은 습득하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어떤 개념을 가지고 디자인을 하느냐는 디자이너의 차별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그러려면 창의적인 사고가 중요한데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는 사고력을 넓혀주는 부분이 부족하다. 언제가 이런 부분을 공부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렉토가 추구하는 철학은? 렉토의 스타일을 통해 옷을 입는 사람이 행복해졌으면 하고, 더 나아가서는 감동까지도 주고 싶다. 단순히 외적으로만 표현되는 도구가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 목표다.
2017년의 계획은? 글로벌 시대답게 SNS나 웹사이트를 보고 연락을 주는 해외 바이어가 많다. 해외 진출을 본격화해서 보다 많은 사람에게 렉토를 알리고 싶다. 아직 쇼룸이나 매장이 없는데, 렉토의 콘셉트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새해 목표 중 하나다.

    에디터
    김지후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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