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컬처 키워드
한 해의 마지막을 지나는 지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지구가 소란하다. 이럴 때 문화며 예술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삶을 견디게 하는 건 즐거움과 아름다움이다. 2016년, 우리가 누린 문화와 예술.
뉴스를 단체 관람하는 시대
레임덕이 있을 수밖에 없는 임기 말이라고는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는 해도 너무 했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탄핵, 하야라는 말을 쉽게 올리지 않던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 나올 정도니 말이다. 이 와중에 JTBC <뉴스룸>은 언론을 향한 국민들의 불신을 희망으로 바꾸었다. 특히나 손석희 사장은 힘 있는 자들의 부패를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다. 국민들은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이 알고 보니 박 씨가 아니라 최 씨였다는 사실을 알고 자괴감에 빠졌고 분노했다. 사람들은 막장 같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알려주는 뉴스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고, 기꺼이 <뉴스룸>을 ‘본방사수’했다. 시청률이 9%까지 오르면서 ‘JTBC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내 마음의 주단을 깔아주던 대사 공감하며 본 드라마에는 주옥같은 대사가 있었다.
“난 내가 여기서 조금만 더 괜찮아지길 바랐던 거지 걔가 되길 원한 건 아니었어요.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되기를 바라요. 여전히.” – <또 오해영>
“거기도 그럽니까, 돈 있고 빽 있으면 무슨 개망나니 짓을 해도 잘 먹고 잘 살아요? 그래도 20년이 지났는데 뭐라도 달라졌겠죠, 그죠?” – <시그널>
“암 걸린 엄마 걱정은 나중이고, 나는 이제 어떻게 사나… 나는 오직 내 걱정뿐이었다. 그러니까 우리 세상 모든 자식들은 눈물 흘릴 자격도 없다. 우리는 다 너무나 염치없으므로….” – <디어 마이 프렌즈>
“어딘가를 가려고 하니까 길을 잃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목표 같은 걸 세우니까 힘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오래 같은 자리에 있어도 길을 잃나 보다.” – <청춘시대>
예능 신성 유재석, 신동엽 말고, 이들 덕에 마음껏 웃었다.
양세형 드립력 ★★★ 친화력 ★★☆
a.k.a 양세바리
<무한도전> 제6의 멤버로 손색없는 예능감을 선보인다. 깐족+뻔뻔한 캐릭터. 유재석, 박명수 등에게도 절대 기죽지 않는다. 순발력 있는 멘트로 멤버들과 위화감 없이 어울리며, 최근엔 TV캐스트 <양세형의 숏터뷰>를 통해 엉뚱한 인터뷰어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조세호 드립력 ★★☆ 친화력 ★★☆
a.k.a 프로 불참러
이미 1년 전에 방송을 탄 그 장면이 김흥국의 입담으로 심폐 소생되면서 그의 인기는 탄력을 받았다. 덕분에 그는 평생 들을 “왜 안 왔냐?”는 말을 1년 내내 들어야 했다. 귀에 딱지는 앉았겠지만 예능 스타로서 입지를 굳힌 건 사실이다. 1년 전만 해도 조세호가 <우결>을 찍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박수홍 드립력 ★☆☆ 친화력 ★★★
a.k.a 줌마수홍, 아재클러버
웨딩 사업가로 전업해 방송계를 떠난 줄 알았던 그가 돌아왔다. 그것도 흥 넘치는 ‘클러버’로 말이다. 웃기는 개그맨이기보다는 재치 있는 MC 정도로만 인식됐던 그가 머리카락을 노랗게 탈색하고, 문신과 전신 왁싱에 흥미를 보인다. 그동안 억눌렀던 욕망을 분출하는 중.
이상민 드립력 ★☆☆ 친화력 ★★☆
a.k.a 제갈상민, 이애기, 희망의 아이콘
70억원가량의 빚을 지고 있는 그는 채권단의 응원을 안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4년 만에 부활한 <음악의 신>에서 과거의 영광을 먹고 사는 왕년의 스타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음악 프로듀서로서의 재개를 노리지만 예능이 그를 쉽게 놓아줄 것 같지 않다.
박수 칠 때 떠난다 떠나는 뒷모습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준 3인.
개리 <런닝맨>이 시작할 때부터 6년 동안 함께한 원년멤버 개리가 음악에만 전념하겠다며 프로그램을 떠났다. 함께 ‘월요커플’로 활약한 송지효는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유호진 PD <1박 2일>이 나영석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예상을 기분 좋게 깬 유호진 PD가 2년 6개월 만에 프로그램에서 떠났다. 아직 차기작 소식은 없다.
정형돈 11개월 만에 컴백한 정형돈은 <무한도전>의 많은 팬들의 기대와 달리 복귀가 아닌 하차를 결정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으로 힘들어했던 만큼 <무한도전> 멤버와 제작진은 그의 선택을 존중했다.
불명예 하차. 자의든, 타의든 논란을 안고 퇴장한 3인.
장동민 ‘한 부모 가정 비하’논란 후 비난을 받았고 결국 <나를 돌아봐>, <코미디 빅리그>에서 하차했다. 하지만 그의 컴백은 LTE급으로 빨랐다.
유상무 성폭행 파문으로 당시 출연 중이었던 프로그램 두 편에서는 편집이 되고, 이미 녹화를 마친 프로그램은 전파를 타지도 못했다.
정준영 성추문 논란에 휩싸여 <1박2일> 잠정 하차를 발표했다. 곧바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복귀 프로그램은 <1박2일>이 아닌 <정글의 법칙>이 될 예정이다.
WE ARE THE TV
불법 다운로드로 미드, 영드를 보던 시대의 종말을 알린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 미국 최대 스트리밍 사이트인 넷플릭스는 한 달 무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국내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왓챠플레이는 공격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로선 왓챠플레이가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시장 전용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함으로써 반격을 노린다.
드라마 성적표 (닐슨코리아 기준)
올해 KBS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드라마를 다수 내놓았다. 최고의 드라마로 꼽히는 <태양의 후예>는 물론 8시간대 주말 드라마는 늘 30%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SBS와 MBC의 체면을 차려준 건 각각 <닥터스>, <결혼계약> 정도였다.
센 언니 전성시대
올해는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보다는 여자가 좋아하는 여자가 더 두각을 나타냈다. ‘걸크러시’의 대명사가 된 ‘숙크러쉬’ 김숙은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올해 초 송은이와 SBS 라디오 <언니네 라디오>로 안착한 건 시작에 불과했다. JTBC <최고의 사랑>에서는 윤정수와 호흡을 맞추며 ‘가모장적 여성상’을 보여주었고,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는 라미란, 홍진경, 민효린 등 멤버들 사이에서 구심적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변장술의 귀재 박나래도 빠질 수 없다. 그녀의 활약은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더 넓게 뻗어나갔다.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동료 개그맨 양세찬을 향한 짝사랑을 고백하고, 술을 너무 좋아해 집을 ‘나래바’로 꾸며놓고 밤새도록 논다고 말한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입담은 개그맨 박나래의 캐릭터가 됐다. 배우 이시영은 <진짜 사나이>에서 엄청난 체력과 남다른 집념으로 ‘갓시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녀는 한동안 침체기에 빠졌던 <진짜 사나이>를 살렸다. 이 여세를 몰아 SBS <백종원의 3대 천왕>의 새 MC 자리를 꿰찼으니, 예능계 다크호스로 떠오를 만하다. 좀처럼 길들여질 것 같지 않은 국민 터프가이 최민수가 가장 무서워하는 그의 아내 강주은은 TV조선 <엄마가 뭐길래>에서 강한 아내이자 강한 엄마가 된다. 리우 올림픽 여자 배구 대표팀 주장인 김연경 선수도 화제가 됐다. ‘여혐’ 논란이 한창이던 대한민국에 그녀의 등장은 신선했다. 아재들의 촌스러운 성차별적 개그를 여유롭게 받아치는 그녀는 쿨한 여자 걸크러시의 정점에 서 있었다.
신 예능 성적표
방송하는 날이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지켰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최고의 시청률 기록은?
<미운 우리 새끼> 13.4%
최소 생후 450개월이 넘는 싱글남들을 쯧쯧거리며 보는 엄마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통했다.
<아는 형님> 3.8%
유쾌하지 않은 과거 개인사를 가진 7명의 ‘아재’들의 드립 향연. 필터 없이 던지는 이들의 ‘아무 말 대잔치’는 화제가 되기도 하고, 논란이 되기도 한다.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여배우
11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 전도연은 <굿 와이프>에서 평범한 아내에서 프로페셔널한 변호사로 변모한 김혜경을 선보였다. 그녀가 대체 불가능한 배우라는 걸 증명하는 연기였다. 김혜수는 3년 만에 <시그널>에서 장기 미제 전담 팀 형사인 차수현 역을 맡았다. 20대 초반 신입 여경 연기도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했다. 고현정은 쟁쟁한 연기 고수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았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꼰대’들 사이에서 중심이 되는 딸 박완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결혼 후, <공항 가는 길>로 복귀한 김하늘도 있었다. ‘멜로의 여왕’다운 그녀의 섬세한 감정 연기 덕에 ‘불륜’이라는 소재임에도 시청자들은 극의 최수아에 감정이입했다.
올해의 한마디
‘원 소스 멀티 유즈’는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다. 네티즌들에게 잠재돼 있던 ‘드립력’을 끌어올려준 올해의 한마디.
“뭣이 중헌디!” 영화 <곡성>에 나왔던 명대사. 질릴 만큼 많이 들었고, 또 써먹을 데도 많았다.
“내가 이럴려고 대통령 됐나, 자괴감 들어” 연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순식간에 번져 유행어로 등극했다.
“호!박!고!구!마 가만히 있던 호박고구마가 여기저기에서 소환될 수 있었던 건 나문희 여사를 완벽하게 재연한 권혁수 덕이었다.
“금수저, 흙수저” 씁쓸한 시대상을 반영했던 수저계급론. 최근엔 계급을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똥수저까지 세분화한다고.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여자의 마음을 갈팡질팡하게 만들었던 올해의 남주 캐릭터. 철저히 연애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또 오해영> 박도경
Good 현 여친을 위해 전 여친을 매몰차게 잘라버리는 단호함, 챙겨줄 거 다 챙겨주는 ‘츤데레’ 성격, 프로페셔널한 음향감독, 속 깊은 ‘어른 남자’, 잘생긴 외모.
Bad 과묵함이 주는 답답함. 아들 등쳐먹는 못된 어머니, 워커홀릭.
<굿 와이프> 이태준
Good 61cm 너비의 어깨 깡패, “혜경아” 라고 부를 때의 다정한 목소리와 말투, 냉정한 상황 판단, 명석한 두뇌.
Bad 날마다 나부끼는 바람기, 야망을 위해 영혼은 물론 아내까지 파는 야비함, 정의를 모르는 검사.
<질투의 화신> 이화신
Good 가족까지 고발하는 정의로운 기자, 다정한 마음, 음주 없이 능한 가무, 백옥 같은 피부.
Bad 질투로 포장된 찌질함, 여성에 대한 전형적인 고정관념과 편견.
<공항 가는 길> 서도우
Good 여자의 마음을 꿰뚫어본 것 같은 섬세한 배려, 감정에 충실한 순수함, 지적인 풍모.
Bad 연애하면 불륜이 되는 유부남.
예능 3대 천왕 3사 방송국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의 최고의 순간은?
<무한도전> 14명의 연예인이 특별 출연한 ‘무한상사’는 최고 시청률 19.3%를 기록했다. 지난 9월 한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무한도전>은 24개월간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부동의 1위로 꼽혔다.
<1박2일> 게스트로 박보검이 출연하면서 ‘보검 매직’ 효과를 봐 최고 시청률 19.9%를 기록했다. 새로 투입된 멤버 윤시윤은 500명의 학생들 앞에서 감동적인 특강을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런닝맨> 2010년 첫 방송 이후 지난 5월 300회를 맞았다. 650명이 넘는 게스트가 출연했으며 최근 하차를 선언한 개리는 77,000km를 달린 것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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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허윤선, 전소영, 정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