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갤러리 여행 <1>

겨울이 가장 빨리 찾아오는 강원도. 누군가는 이 추위를 피해 따뜻한 나라로 여행 갈 준비를 하지만, 용감하게 추위를 직면하는 편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 강원도의 겨울은 추위 말고도 당신의 하루를 근사하게 만들 꽤 괜찮은 갤러리도 많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겨울은 춥다. 레저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겨울에 강원도를 찾지 않는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지금이야말로 강원도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적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강원도로 향했다. 따뜻한 계절에는 더할 나위 없이 화려했을 산기슭은 무채색으로 변했고, 저녁 5시쯤 되자 해는 서둘러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쓸쓸해 보이는 강원도의 겨울을 위로해주는 곳이 있었다. 아름다운 예술이 반갑게 맞아주고, 아늑한 잠자리까지 갖춘 갤러리들. 인간이 인간에게 전하는 최고의 아름다움과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최고의 안온함을 느낄 수 있는 완벽한 하루를 선사하고 있었다. 그래서 강원도는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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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술관 입구에 있는 대형 철근 조형물. 2 미술관 부대 시설인 카페 겸 레스토랑. 3 엄마의 자궁 모양을 형상화한 객실 내 침대.

하슬라 아트월드 미술관
강원도 하면 으레 떠오르는 푸른 산과 바다. 이곳은 강원도의 전형적인 면과 의외의 면을 모두 안고 있다. 고구려부터 통일 신라시대까지 강릉은 ‘하슬라’라고 불렸다. 해를 뜻하는 ‘하슬’과 밝음을 의미하는 ‘라’의 합성어로 강릉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단어다. 이 미술관은 현대미술관부터 조각공원까지 전체가 하나의 작품인 것처럼 탁 트인 동해 바다를 마주 보며 서 있다. 작품을 모두 감상하기 위해서는 2~3시간이 걸릴 정도로 방대한 작품의 양과 규모를 자랑한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대중적인 작품이 많다. 특히 피노키오 미술관은 움직이는 예술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상시 전시되고 있는 작품은 미술관의 주인이자 조각가인 박신정과 최옥영의 작품이자 소장품이다. 미술관을 비롯한 호텔 내부 인테리어는 모두 그들의 합작품이다. 전 객실이 오션뷰인 객실은 ‘예술에 눕다’라는 콘셉트를 추구한다. 화장실에 걸려 있는 거울 하나까지도 신경 썼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동그란 침대. 인간이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고 알려져 있는 엄마의 자궁을 형상화했다. 가구와 소품 하나하나 모두 주문 제작해서 만든 것으로 공들인 흔적이 곳곳에 숨어 있다. 총 24개의 객실이 있는데 면적과 구조,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다. 국내외의 많은 예술가가 이곳을 레지던시로 삼고 활동한다. 좋은 환경과 맑은 공기는 그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떠올리게 할 것 같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 율곡로 1441 문의 033-644-9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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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장이 직접 심은 자작나무 숲. 2 사진가이자 관장인 원종호의 작품이 전시돼 있는 공간. 3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독채 내부.

미술관 자작나무숲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자작나무가 메인 테마가 되는 곳이다. 관장이자 사진가인 원종호는 과거에도, 지금도 자작나무에 흠뻑 취해 있다. 자작나무는 종이처럼 벗겨지는 줄기의 껍질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사랑의 글귀를 쓸 수 있다고 알려진 낭만적인 나무의 대명사다. 겉모습만 보면 허옇게 줄기만 드러내 볼품없어 보이지만 원종호 관장의 생각은 다르다. “가냘프고 쓸쓸하죠. 풍성하지 않지만 자작나무 줄기의 흰색에서는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져요.” 그의 미술관에는 그가 찍은 자작나무 사진과 그와 같은 마음으로 자작나무를 사랑하는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실제로 미술관 주변에 있는 자작나무 1200그루는 원종호 관장이 직접 심었다. 손님을 맞이하는 10마리가 넘는 고양이도 익숙한 듯 그의 손에 몸을 맡긴다. 숙소로 사용되는 독채는 딱 두 채다. 최대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잡초마저도 모두 뽑아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흠뻑 자연을 느끼고 떠났으면 하는 관장의 바람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뭐든지 자연스럽다. 미술관에 입장하면 전시 관람은 물론 쉼터에 있는 찻집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추위를 녹일 수 있다. 시간 제한도 없고, 눈치 주는 사람도 없으니 각자의 방식으로 충분히 쉬었다 가면 된다. 대형 규모도 아니고,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작가의 작품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특별하고 개성 있는 미술관임은 분명하다. 주소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한우로두곡 5길 186 문의 033-342-6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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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시 전시되고 있는 이상원 작가의 작품. 2 공방에서 판매하고 있는 유리잔. 3 간결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객실 룸.

이상원 미술관
춘천에 위치한 이상원 미술관은 특별하다. 이곳은 극사실주의 화가인 이상원 화백의 아들 이승형 대표가 7년 동안 공들여 만든 공간이다. 2년 전에 개관한 이후 올해 초 숙소를 오픈했다. 산 깊은 곳에 있어서 몇몇 작가는 미술관 내에 있는 아트 스튜디오를 사용하며 상주한다. 그들에게 유리공예와 금속공예를 직접 배워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객실 내부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숙소와 미술관, 공방 등은 모두 다 떨어져 있다. 산책로처럼 조성돼 있는 길을 걸으며 여유롭게 미술관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차가 없으면 시내로 나가지 못할 정도로 깊은 산속에 있는 데다가 새의 지저귐 소리를 빼면 사방이 고요하다. 그래서 미술관에 있으면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 교통편이 좋지 않은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한 번 다녀간 사람들은 여러 번 찾는다고 한다. 미술관에 오면 온전히 자연과 예술에 심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이상원 화백을 직접 만날 수도 있다. “선생님은 보통 비가 많이 온 다음 날이나 주말에 오세요. 미술관 옆에 흐르는 계곡에 물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을 구경하거나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오는 관람객들 중 아이들을 만나는 것을 유독 좋아하시기 때문이죠.” 큐레이터 신혜영이 귀띔한다. 미술관에는 이상원 화백의 작품이 늘 전시돼 있고, 다른 작가들의 전시가 특별전 형태로 진행되기도 한다. 널찍한 공간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덩치 큰 작품들이 여유롭게 자리 잡고 있다. 덕분에 걸음걸이는 조금 더 여유로워진다. 주소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화악지암길 99 문의 033-255-9001

    에디터
    전소영
    포토그래퍼
    Seok.Y Lee, Courtesy of KT&G sangsanga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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