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부산 대구 찍고
2년에 한 번, 대한민국의 대규모 비엔날레가 연이어 개최되는 시즌이 돌아왔다.
미디어시티서울, 광주와 부산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와 창원조각비엔날레에 더해 공주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와 청주에서 열리는 직지코리아 등. 이쯤 되면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미술 시장이 이렇게 컸던가? 아트가 축구나 야구처럼 인기 종목이었나? 전시 공간이 영화관처럼 붐빈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국제적인 규모의 미술 행사를 나라 전역에서 이토록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하는 사례가 또 있을까 싶다. 국내외의 좋은 작품을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건 분명 긍정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저마다 엄청난 인력과 예산을 동원하는 행사가 얼마나 내실 있고 투명하게 개최되는지가 궁금해진다. 관광상품 개발처럼 비엔날레 ‘사업에 뛰어든’ 지방자치단체도 있고, 순수하게 창립된 비엔날레도 개최 전부터 위원회 내분, 정치 외압 등의 이슈가 끊이지 않는다. 의도 없는 기획을 덮는 난해한 말장난, 엉성한 구성에 미숙한 진행을 마주할 때면 되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을 달려간 자신을 원망하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을 만큼 훌륭한 전시를 보며 뿌듯했던 경험이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일단 2016 부산비엔날레(9월 3일~11월 30일)는 상당히 반성적이다. 제목은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 제목만으로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의도는 다양한 종교, 인종, 국적의 예술가와 학자들(다중지성)이 한자리에서 인류와 예술을 논하는 공론장(비엔날레)에서 비엔날레의 본질을 다시 묻겠다는 것. 이 자아비판적인 행사는 3천여 평에 달하는 고려제강 수영공장을 리모델링한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인 F1963에서 열린다. 2016 광주비엔날레(9월 2일~11월 6일)의 주제도 ‘제8기 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다. 예술의 기능과 역할을 의심하고 재고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다. 이번 비엔날레는 상업 예술 시장이 확장되면서 예술이 순수함을 잃어간다는 전제 아래 예술가와 예술의 역할을 다시 세워나가는 데 헌신한다. 광주가 예술의 재건에 힘쓴다면, 서울은 방향의 모색에 집중한다. ‘네리리키르르하라라’라는 상상 속 화성인의 말을 전시 제목으로 내세운 미디어시티서울 2016(9월 1일~11월 20일)은 전쟁, 빈곤 등 아직 해결하지 못한 미지의 것으로 남아 있는 과거의 유산을 어떻게 긍정적인 미래로 전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인류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당신네들의 상상력과 힘이 필요하다며 조심스레 예술가들에게 손을 내미는 셈이다. 작가들의 대작 논란으로 상반기 미술계는 유난히 뒤숭숭했다. 뼈아픈 경험을 뒤로하고, 줄줄이 개막을 기다리는 행사들이 진정한 미술 축제가 되길 바란다. 스태프와 작가, 관객 모두 즐길 수 있는, 전시로 마음을 살찌울 수 있는 가을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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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강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