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키워드 <1>

머리카락은 꽃과 보석으로 어지럽게 장식되고, 입술은 어둡게 물들었다. 글리터가 내려앉은 눈과 뺨은 아름답게 반짝거린다. 그 어느 때보다 극적인 룩을 선보인 2016년 가을/겨울 시즌 트렌드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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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르조아의 컬러에디션 24H 아이섀도 08호. 5g 2만1천원. 2 브이디엘 페스티벌 아이섀도우 707 파인쌩큐. 2g 7천5백원. 3 스틸라의 스테이 올 데이 워터프루프 리퀴드 아이라이너 인텐스 블루. 0.5ml 2만8천원.

눈가에 얹은 아트
가방의 퀼트 패턴을 옮겨 담은 눈두덩, 화려한 큐빅 귀고리를 부러뜨려 얹은 눈꼬리, 눈 주위로 추상화처럼 얹은 라인까지 가을/겨울 시즌 아이 메이크업에 한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영감의 원천도 무궁무진하다. 만화처럼 아이라인을 날렵하게 그린 다음 눈 안쪽 코너에만 실버 글리터를 얹은 겐조 쇼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린제이 알렉산더는 세일러 문을 흉내 낸 반항기 어린 일본 여학생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보라색과 형광 귤 색, 하늘색 등 보색이 어우러진 현란한 눈매를 선보인 펜디 쇼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피터 필립스는 “버닝 맨 축제에 가는 여자를 떠올렸어요”라고 말했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 같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반전의 매력을 선사하는 샤넬 쇼의 아이 메이크업은 샤넬 퀼트 백의 패턴을 스텐실처럼 정교하게 얹은 것이다. 검은 가죽과 비닐, 남성적인 턱시도와 셔츠가 등장한 안소니 바카렐로 쇼에서 단연 눈에 띄는 액세서리는 큐빅으로 장식된 극단적인 캐츠아이였다. 실제 메이크업으로 응용하긴 다소 과하지만 소셜 미디어에 올리면 단번에 주목받을 것 같은 아이 메이크업들, 혹시 아티스트들도 이를 염두에 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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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반디케이의 헤비 메탈 글리터 아이라이너. 7.5ml 2만3천원. 2 스틸라의 쥬얼 아이섀도 오팔. 2.3g 3만2천원. 3 브이디엘의 엑스퍼트 컬러 팟 아이즈 05호 어웨이크닝. 3.5g 2만원.

반짝반짝
가을/겨울 시즌,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가장 매혹시킨 것은 글리터가 아닐까. 눈썹부터 눈두덩 그리고 귓불까지 온통 반짝이는 글리터가 내려앉았다. “이건 기쁨의 눈물 같은 거예요.” 버버리 쇼 소녀들의 눈 주변으로 굵은 글리터를 어지럽게 떨어뜨린 메이크업 아티스트 웬디 로웨는 이렇게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미래적이면서도 헝클어진 느낌의 메이크업을 원했거든요.”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미래적인 아이 메이크업은 발 갈란드의 작품이다. 그녀는 눈썹뼈 아래에 라인을 그리듯 은색 글리터를 발랐는데 눈썹 굴곡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글리터 메이크업의 화룡점정을 보여준 것은 오프닝 세레모니 쇼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야딤은 모델들의 코나 귀, 광대뼈 등에 모이스처라이저를 바른 다음 브러시로 글리터 가루를 흩뿌려 고정했다. 은색 포일을 찢어 붙인 듯한 홀리 풀턴 쇼, 눈썹을 글리터로 뒤덮은 몽클레르 감마루즈 쇼 그리고 눈가와 입술을 골드 글리터로 장식한 비오네트 쇼까지 글리터 없이 이번 시즌의 메이크업을 논하기는 어렵다.

03

1 맥의 텐더토크 립 밤 프리티 미 업. 3g 3만2천원대. 2 맥의 프렙+프라임 하이라이터. 3.6ml 3만8천원. 3 맥의 캐주얼 컬러 2 레이지 선데이. 2.5ml 3만2천원.

있는 그대로의 피부
노 메이크업 트렌드는 몇 시즌째 지속되고  있다. 특히 피부 표현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톰 페슈는 이번 시즌 백스테이지에서 시도된 민낯처럼 자연스러운 베이스 메이크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러한 피부 표현은 더 이상 메이크업의 개념이 아니에요. 핵심은 티 나지 않게, 얼굴에 생기를 더하는 정도로만 베이스를 연출하는 거죠. 저 역시 모델 각자의 개성에 맞게, 있는 그대로의 피부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어요.” 속이 비치는 투명한 피부를 연출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은은한 윤기가 감도는 가벼운 제형의 쿠션 팩트와 눈가를 화사하게 밝히는 붓펜 타입 하이라이터. 쿠션 팩트와 하이라이터를 아주 얇게 여러 번 레이어링해 얼굴 뼈대를 자연스럽게 살린 뒤, 립 제품을 무심하게 툭툭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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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이블엠의 슬릭 블로우 아웃 크림. 150ml 4만6천원. 2 모로칸오일의 스타일링 젤 미디움. 180ml 2만8천원.

핑거 웨이브
기름을 바른 머리를 손가락으로 눌러서 만든 웨이브, 다른 말로는 마르셀 웨이브. 바로 핑거 웨이브의 사전적 정의다. 1920년대를 강타한 이 레트로 헤어 스타일이 다시 돌아왔다. 자잘한 웨이브로 뒤덮인 이마에 검은 아이라인과 입술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한 마크 제이콥스 쇼를 필두로 오프닝 세레모니 쇼에서는 앞머리만 젤로 적셔 과장되게 표현한 핑거 웨이브를, 블루마린과 스텔라 맥카트니 쇼에서는 느슨한 핑거 웨이브로 당장이라도 따라 하고 싶은 우아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핑거 웨이브를 현실에서 도전해보고 싶다면? 마크 제이콥스 쇼를 담당한 귀도 팔라우의 조언을 잊지 말 것. “느슨하게 핑거 웨이브를 연출한 다음, 웨이브의 끝은 자연스럽게 떨어지도록 내버려두세요. 그래야 세련되어 보이거든요.”

    에디터
    이미현, 조은선, 김지수, 소피아 파니히(Sophia Panych)
    포토그래퍼
    James Cochrane, Kim Hyun Woo, Lee Soo Kang, Courtesy of M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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