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는 만화
활자만 읽기에는 너무 더운 날이 계속된다면, 만화와 웹툰만큼 훌륭한 밤의 동반자도 없다. 주목받는 인기 웹툰부터 확고한 명성을 얻은 코믹스까지. 취향 따라 골라 집으면 될 일이다.
1 <우주형제>, 코야마 츄야 ‘우주인’이 되어 달 표면에 서는 게 꿈이었던 형제 뭇타와 히비토의 이야기. ‘우주인’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우주를 향한 열정과 목표 의식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코믹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해적이 아닌 우주를 배경으로 한 보다 현실적인 버전의 <원피스>라고나 할까? NASA와 JAXA 등 실제 기관들이 배경으로 등장하고, 실질적인 우주 사업들이 언급되기 때문에 우주에 관한 상식을 넓히기에도 좋다.
2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 현이씨 술과 음란한 것을 좋아하는 작가, 현이씨의 일상 툰인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 매 화 다른 주제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이 만화의 전개 방식은 한마디로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산만하지만 희로애락과 자책, 그리고 소소한 사건을 흥미롭게 배치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귀여운 그림체에도 박수! 좀 더 응큼한 현이씨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역시 올레마켓 웹툰에 연재 중인 <즐거운 우리는 어른이에요>의 정주행을 시작하자.
3 <우리 사이느은>, 이연지 <치즈인더트랩>의 인기는 연인, 친구, 선후배 등 대학 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관계와 취업, 진로 고민 등 한국의 대학 생활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것에 있다. <우리 사이느은>은 <치즈인더트랩>처럼 사실적이면서도 좀 더 밝고, 경쾌한 연애물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였던 우진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는 여주인공 가영, 감춰야 하는 감정 때문에 생겨나는 오해와 주변인들의 또 다른 감정들도 설득력 있다. 풋풋한 대학시절의 연애를 돌아보게 하는 만화.
4 <주먹밥 통신>, 니노미야 토모코 <노다메 칸타빌레>의 작가 니노미야 토코모는 자신의 음주생활을 그린 <음주가무연구소>로 자신이 주당임을 세상에 널리 알린 바 있다. <주먹밥 통신>은 결혼해 두 아들을 낳고 근교에서의 삶을 살아가는 작가가 일하는 엄마로서 겪는 일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육아 만화다.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그린>에서 드러났던 시골 생활의 풍경이 묘하게 겹쳐지는 것이 재미있다. 작가의 또 다른 최근작인 <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도 추천한다.
5 <고양이와 할아버지>, 네코마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할아버지와 단둘이 조용한 어촌에서 살아가는 고양이 타마. 열 살이 된 어른스러운 고양이와 75세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이 이야기가 어떻게 귀엽지 않을 수 있을까? 할아버지를 자기가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타마와 부인 없이 혼자 살아가는 삶에 적응해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때때로 애틋하다. 애묘인으로 이름난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고양이 콩알과 팥알의 일상을 그린 <콩고양이>를 펼치자.
6 <좋아하면 울리는>, 천계영 국내에 진정한 의미의 순정만화는 거의 사라졌다고 생각했을 때, 가슴 뛰게 하는 만화가 등장했다. 작가는 천계영. 순정 만화 팬이라면 누구에게나 친숙한 이름이다. 만화는 날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미터 이내에 있음을 알려주는 어플, ‘좋알람’이 출시된 이후의 연애를 그린다. 지고지순한 마음, 갑작스러운 키스,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절친한 친구. 순정만화의 온갖 클리셰가 등장함에도 기발하고 새롭다. 얼마전 다음 웹툰에 시즌3 연재를 마쳤다.
7 <여자 제갈량>, 김달 만화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책사들, 제갈량과 곽가, 방통 등이 사실은 여자였다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성별반전이라는 익숙한 장치는 작가의 방대한 역사적 지식 덕에 설득력을 갖는다. 인물에 초점을 맞춰 <삼국지>에 기록된 사건의 시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재미를 잃지 않는 놀라운 책. 그림체는 귀엽지만 내용은 묵직하다. 레진코믹스에서 현재 휴재에 들어간 상태. 책으로는 3권까지 발간됐다.
8 <혼자를 기르는 법>, 김정연 1인 가구 시대라고 하지만 이 도시에서 내 몸과 일상을 제대로 건사하기란 녹록잖은 일이다. <혼자를 기르는 법>은 작가의 분신인 주인공 이시다가 직장 생활과 일상에서 겪는 감상들을 포착한다. 캐릭터 자체가 가진 독특한 시선과 독창적인 대사 덕분에 일상툰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 매력이다. 외롭고 힘든 건 나뿐만이 아니라는, 당연한 진리를 따뜻한 위로처럼 듣고 싶다면.
9 <죽어도 좋아>, 골드키위새 누군가가 너무 싫어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세상에,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회사 사람 모두가 싫어하는 과장이 한 번 죽을 때마다 자신의 시간이 과거로 타임워프하게 된 주인공 루다. 일상을 이어가려면, 그토록 싫어하는 과장이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타임워프와 이상한 삼각관계에 인생이 꼬여버린 주인공의 이야기를 작가 골드키위새 특유의 센스로 그려나간다. 현재 다음 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10 <사채꾼 우시지마>, 마나베 쇼헤이 TV 광고에서 보는 밝고 경쾌한 대부업체를 연상해서는 곤란하다. 우시지마의 회사 카우카우 파이낸스는 밑바닥에 처한 사람들이 수소문해 찾아오는 그야말로 대부업의 ‘끝’이니까. 어떻게 사람들이 이토록 밑바닥까지 떨어지게 됐는지, 그 주변에는 무엇이 있는지, 어둠의 세계를 견디기 힘들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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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이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