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남자, 에릭남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 좋은 인터뷰어, 사려 깊은 남자친구, 반듯한 아들. 에릭 남을 수식하는 이 단어로 그의 매력을 충분히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갖고 싶은 남자로 떠오른 에릭 남의 매력에 관하여.
보스턴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에릭 남은 미국의 회계법인에 취직한 뒤, 1년간 인도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왔다. 오디션 프로그램 의 참가 연락을 받고 혈혈단신 한국행을 택한 것도 그 즈음이다. 인터넷 상에 올라온 그의 과거, 그러니까 데뷔 전 행적을 살펴보면 미담만이 가득하다.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스태프들 역시 그의 인품을 아낌없이 칭찬한다. 토크쇼에서 사람들은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가수를 하지않았으면, 그럼 지금쯤 연봉 1억은 받고 있겠죠?”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그의 인생은 달라졌을까? 글쎄, 결국 에릭 남이 그리는 삶의 지향점은 변함 없어보인다.
소속사에 스케줄을 확인할 때마다 해외 출장 중이었어요. 어제도 LA에 있었죠?
해외에서 조금씩 반응을 얻고 있는 중이라, 앞으로 해외를 오가는 일정이 점차 많아질 것 같아요. 6월 한 달은 이미 해외 이곳저곳에서 보냈고, 8월에도 그럴 거예요.
당신의 이름 앞에 ‘대세남’이라는 수식어가 빠지질 않아요. 그 시작은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일 텐데, 가상 결혼생활은 할 만해요?
정신없이 바쁘니까 하루 종일 촬영을 해도, 보고 싶은 만큼 충분히 보질 못해요. 여유가 있으면 결혼생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텐데, 안타까워요. 그래도 평소에 못하는 연애 같은 걸 하고 있으니까 즐거워요. 여기저기 놀러 가고, 맛있는 걸 먹는 소소한 일들이요.
고정 패널로 출연할 때와 지금은 확연히 다르던가요?
잘 모르겠어요. 사실 본방송을 일부러 보지 않아요. 민망하고 부끄럽기도 하고요. 방송을 의식해서 저답지 않은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할까 봐요. ‘그때 이런 행동은 별로였으니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아요. 가끔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짧은 동영상이나 방송 캡처 사진만 재미 삼아 봐요.
방송에서 보면 여자들이 설레는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내요. 반대로 당신의 마음을 녹이는 순간이 문득 궁금했어요.
집에서 맏이예요. 독립적인 성향을 독려받으며 강하게 자랐어요. 음악을 하고 싶어서 홀로 한국에 왔고, 연예계 활동은 더더욱 미지의 세계였죠. 오랫동안 혼자 헤쳐온 기분이에요. 그런데< 우결>은 상대가 있는 프로그램이잖아요. 누군가가 나와 같이 무언가를 해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감사해요. 서투른 한국어가 힘들 때, 곁에서 아내(마마무의 솔라)가 도와주면 얼마나 고마운데요.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때 마음이 따뜻해지죠.
사실 ‘가상’과 ‘결혼’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진 않잖아요. 비즈니스 연애라는 불편한 시선이 사라지진 않죠.
충분히 이해돼요. 하지만 제 역할은 주어진 역할을 성실히, 재미있게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가상과 결혼에 대한 균형을 고민했지만, 촬영할수록 잘해주고 싶고, 웃게 해주고픈 마음은 점점 더 커져요.
아버지와 함께 프라하 여행을 떠난 예능 프로그램< 아버지와 나>도 화제가 되었어요. 여행은 즐거웠어요?
아버지와 단둘이 떠나는 여행은 흔치 않잖아요. 박물관과 역사, 음악을 좋아하는 취향이 비슷해서 친구와 여행하는 기분이었어요.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고, 아버지에 대해 그간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되었죠.
특히 어머니를 향한 아버지의 낭만적인 사랑이 포털 사이트 검색순 위를 휩쓸었죠.
자라면서 익숙하게 봐왔기 때문에 남다르다고 생각하진 못했어요. 저도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새삼 깨달았죠.(웃음)
다른 인터뷰와 방송에서도 가족이 자주 등장해요. 당신에게 가족의 의미는 남달라 보여요.
곁에서 제일 많이 응원해주는 사람이 가족이에요. 방송활동을 하면서 그 고마움을 절실히 느껴요. 대중은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르지만 가족은 언제나 한결같잖아요.
언제든 대중이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네, 하지만 크게 걱정하거나 연연하진 않아요. 인기에 매달리면 아무것도 못할 거예요. 요즘 잘나간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정작 전 변한 게 없어요. 데뷔하던 때와 행동이나 생각이 똑같아요. 삶에는 업앤다운의 흐름이 있으니까, 내려갈 때도 분명히 올 거예요. 그건 어쩔 수 없겠죠. 지금 할 수 있는 한 최선만 다하면 돼요.
어쩐지 마음을 비우려는 인상이 강하네요.
맞아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아요.
훗날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은지, 상상해본 적 있어요?
아마 우리 아버지와 비슷할 거예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분위기에서 자랐고, 아버지는 간섭이 아닌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만큼 책임감도 더 생겨요. 어려서부터 이런 절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일찍 깨달은 게 많군요. 갖고 싶은 남자친구, 반듯한 아들, 좋은 인터뷰어,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 당신의 연관 단어에 만족해요?
그냥 다 감사해요.
지난 앨범 <인터뷰>의 절반을 자작곡으로 채웠어요. 싱어송라이터의 역량이나 가창력이 도드라지진 않아 아쉬울 법하잖아요.
그 단어는 제게 이력서나 마찬가지예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시작했고, 인터뷰를 많이 해서 화제가 됐고요. 제가 가수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을 때는 좀 속상하죠. 가수로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것도 맞아요. 그래도 지난 앨범이 발매된 뒤부터 많은 무대에 섰어요. 7월 중순부터 새로운 싱글 앨범으로 음악 활동에 집중할 거예요.
새 음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죠. 춤 연습을 한다는 소문이 들리던데요?
춤보단 몸을 흔드는 율동이라고 하는 게 맞아요.(웃음) <인터뷰>가 힐링송 모음집이었다면, 신곡 ‘못 참겠어’는 신나는 여름 노래예요. 작곡가 220, 앤드류 최와 셋이 함께 썼어요. 타블로 선배님의 랩과 로꼬의 피처링이 더해지죠. 브루노 마스와 마룬5의 중간에 서 있는 음악을 상상하면 될 거예요. 여름에 활동하는 건 처음이라 떨려요.
왜 그동안 여름에 활동하지 않았어요?
여름보다 가을, 겨울의 발라드가 어울린다는 옛 회사의 의견이 있어서요. 개인적으로 팝 장르를 더 좋아하거든요. 제 색깔을 뚜렷하게 만들고 싶어요. 이제는 제게 어울리는 곡을 쓰고, 널리 알리는 숙제를 풀어야죠. 지금 해외에서 케이팝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군무하는 아이돌 이미지가 강해요. 여기에 에릭 남을 더하면 케이팝 시장이 더 다양해지지 않을까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노래하는 꿈이 시작하는 단계인데 느낌이 좋아요.
잘하지 않을까 싶어요. 말 많은 대한민국에서 악플이 없는 유일한 청정지대에 살고 있잖아요. 올곧은 이미지가 피곤할 법도 한데 말이죠.
방송은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이에요. 그러니 이미지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어요. 누군가 어떤 순간을 잘못 봐서 오해할 수도 있지만 그것까지 따지면 진짜 피곤한 삶이겠죠.
일을 제외하고 일상에서 관심을 갖거나, 시간을 쏟는 일은 뭐예요?
아직도 음악이 취미처럼 즐거워요. 곡을 쓰고 싶은데, 다른 일을 하느라 시간을 투자하지 못해서 문제예요.
다방면에 에너지를 쏟고 있어요. 끊임없이 도전하는 연료를 어디서 채워요?
어려서부터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배우며 자랐어요. 그래서 봉사 활동에 관심이 많았고요. 컨설팅 회사를 다닐 땐 사회적 기업을 키워내고 싶었죠. 유명해지면 이걸 더욱 잘해낼 수 있을 거라 믿었어요. 가수가 된 이유도, 활동을 잘하고 싶은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 있어요. 부끄럽게도 한국에서 자리 잡느라 봉사활동을 많이 못했지만, 여유를 찾아 다시 시작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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