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소설

읽다 보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 그럼에도 도무지 멈출 수 없는 흥미로운 미스터리와 호러 소설을 골랐다. 여름에는 역시나 서늘한  이야기가 가장 잘 어울리는 법이니까.

봄에나는없었다

1 <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애거서 크리스티의 팬이라면 추리 소설의 여왕인 그녀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도 소설을 펴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 첫 완역본이 출간된 <봄에 나는 없었다>는 평범해 보이던 주부가 기차 연착으로 사막에 혼자 체류하게 되면서 일어난 일을 그린 것이다. 본디 극단적이고 끔찍한 설정보다는, 상황과 심리 묘사로 범인의 목을 죄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장기는 이 소설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살인사건도 범죄도 없지만 나 자신의 진실을 마주하는 게 가장 끔찍하다.

꽃사슬

2 <꽃사슬>, 미나토 가나에 국내에서는 마츠 다카코 주연의 영화로 마니아 층을 양산했던 <고백>의 작가, 미나토 가나에. 그녀의 신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각각의 사연을 가진 세 명의 여자 주인공들과, 그 주변을 맴도는 의문의 사나이 K의 관계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작가 스스로 작가로서 ‘제2막 인생’을 알리는 작품이라고 했을 정도로 촘촘한 구성이 돋보인다. 나카타니 미키, 토다 에리카가 출연하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일본 현지에서는 드라마로도 방영된 바 있다.

마인

3 <마인>, 김내성 한국 추리 소설의 시초 김내성의 <마인>이 새로이 주목 받고 있다.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1936년 귀국한 이후 다양한 소설을 선보인 작가의 장편 소설로 당시 <조선일보>에 연재되며 인기를 모은 작품이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무희 주은몽이 연회에서 갑작스레 피습을 당하고,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탐정 유불란이 나선다는 이야기의 플롯은 고전적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경성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어 내려갈 수 있는 미스터리 소설은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야경

4 <야경>, 요네자와 호노부 요네자와 호노부는 히가시노 게이고 이후 가장 주목받는 젊은 미스터리 작가다. 그리고 2014년 출간된 <야경>으로 호노부는 일본의 미스터리 관련 주요 문학상 3관왕을 달성했다. 등장인물들에 따라 여섯 가지로 나누어진 이야기는 읽어 내려가기도 쉽다. 작은 파출소의 경관, 아름다운 어머니를 가진 두 자매, 회사원, 휴게소 할머니 등 평범해 보이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여섯 가지 이야기는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될까? 매끄럽고
속도감 있는 문체도 독서에 박차를 가한다.

침묵의절규

5 <침묵의 절규>, 하마나카 아키 사형제도를 다룬 <13계단>처럼, 현대의 사회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회파 미스터리. 그 계보를 잇는 신인으로 주목받은 하마나카 아키의 <침묵의 절규>는 원룸에서 뼈만 남은 시체로 발견된 젊은 여성의 시신을 통해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고독과 단절을 그린다. 위조된 신분, 보험 사기 등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연상케 하는 구석이 있다. 뒤표지의 설명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할 것!

소녀

6 <내 것이었던 소녀>, 마이클 로보텀 전작 <산산이 부서진 남자>로 골드 대거 상을 수상하며, 가장 뜨거운 미스터리 작가로 거듭난 마이클 로보텀의 신작. 호주에서 태어나 신문사에서 범죄 기사를 다루며 범죄자들의 심리에 흥미를 갖게 된 그의 새로운 소설, <내 것이었던 소녀>는 1982년 실제로 호주에서 발생한 한 소녀의 실종 사건을 토대로 한 이야기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내 대신 열여섯 살짜리 제자와 살기 시작한 젊은 교사, 여기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걸까?

악마의공놀이노래

7 <악마의 공놀이 노래>, 요코미조 세이시 1800만 부의 판매 기록을 세운 <이누가미 일족>을 비롯해 79세의 나이에 결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수많은 미스터리 소설을 남긴 요코미조 세이시. 그가 창조한 캐릭터 긴다이치 코스케는 우리가 잘 아는 탐정 김전일의 가상의 할아버지이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는 폐쇄적인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그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 중 하나다. 세이시의 세계가 마음에 들었다면 <팔묘촌>과 <옥문도>로 이어가보길.

애드거 앨런포

8 <포 단편집>, 에드거 앨런 포 실체가 불분명한 음산한 분위기만으로 이야기를 지배하는 작가 에드거 앨런 포. 공포와 환상 문학 사이를 오가는 그의 중단편 중 가장 유명한 13편을 한 권에 담았다. 대표적인 공포 문학인 <검은 고양이>, 죄의식을 형상화한 <고자질쟁이 심장>, 불안한 환상에 가까운 <어셔 가의 붕괴>, <적사병 가면>, 그리고 추리물에 가까운 <도난당한 편지> 등. 다채로운 그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밤이 금방 가버릴 거다.

생사의강

9 <생사의 강>, 차이쥔 찬호께이의 <13. 67>로 불붙은 중화권 미스터리의 인기를 이어가는 작가 차이쥔의 신작 <생사의 강>은 판타지적인 설정을 과감하게 선택한다. 여학생을 독살했다는 누명을 쓴 뒤, 삶이 망가지고 결국은 살해된 젊은 남자의 혼이 소년으로 환생한다. 그리고 남자의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이 하나하나 살해당한다. 그들을 죽인 것은 환생한 소년일까?

너를놓아줄게

10 <너를 놓아줄게>, 클레어 맥킨토시 지난해 영국 아마존에서 45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작품. 12년 동안 경찰로 재직하며 범죄수사과 형사와 총경으로 일한 작가가 실제로 옥스퍼드에서 발생해 미제로 남은 사건을 탄탄한 소설로 재구성했다. 엄마가 잠시 눈을 뗀 사이 갑작스러운 자동차 사고, 현장에서 사망한 아이. 아이를 죽인 인물은 누구이며 대체 왜 그런 일을 벌였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

    에디터
    이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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