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으로 여행하는 자의 추천 맛집
수요일에만 미식가가 될 수는 없다. 장안의 소문난 미식가들이 일주일 미식 스케줄을 공개했다. 미식가의 단골집과 늘 먹는 메뉴들. 평범한 듯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음식이 일주일을 빼곡히 채웠다. 적어두고 가봐야 할 곳이 84곳이나 된다.
월요일
점심 하단, 메밀냉칼국수
나는 면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다. ‘꽃보다 면’이다. 하단의 메밀냉칼국수는 올해 먹은 면 요리 중 단연 최고다. ‘Noodle Of The Year’다. 양지머리 육수에 백김치 국물을 섞고, 메밀가루에 밀가루를 보태 반죽한 국수를 말아준다. 적절한 산미가 도는 국물은 상쾌하고, 도톰한 면은 입속을 부드럽게 활보한다. 다진 청양고추를 넣어 칼칼함이 기분 좋게 맴돈다. 남은 국물에 찬밥을 말면 끝난다. 메밀냉칼국수 8천원. 주소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6길 14 문의 02-764-5744
저녁 아나고야, 붕장어구이와 생고기
상호가 말해주듯 대표 메뉴는 붕장어다. 구이로도 회로도 먹을 수 있다. 붕장어구이에는 독특하게 멍게젓갈이 딸려나온다. 담백한 붕장어와 비릿한 멍게의 조화가 오묘하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은 전남 무안에서 싱싱한 쇠고기가 올라온다. 얇게 저민 생고기의 조직이 탄탄하다. 철에 따라 민어, 꽃게 등의 별미를 맛볼 수 있으며, 단골들은 추천 메뉴를 물어본다. 좌석 수가 많 지 않아 예약하는 편이 안전하다. 붕장어구이 3만5천원부터, 생고기 4만원. 주소 서울시 관악구 봉천로7길 19 문의 02-877-5391
화요일
점심 반룡산, 가릿국밥
혹시 어젯밤 과음으로 속이 불편하신가? 여기 최고의 해장 음식이 있다. 함경도 음식 가릿국밥이다. 우선, 갈비와 양지를 넣고 우려낸 국물이 맑디맑다. 서울 시내 유수의 곰탕집에 견줘 뒷줄에 서지 않는다. 오히려 더 부드럽다. 밥은 나올 때부터 국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 그 위에 잘게 찢은 양지를 비롯해 선지, 두부, 대파 등이 올라 있다. 어느 하나 모나지 않고 유순하다. 알코올 찌꺼기가 말끔히 사라진다. 가릿국밥 8천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78길 26 1층 문의 02-3446-8966
저녁 김설문일식, 튀김 A코스
‘튀김의 장인’이 운영하는 일식집이다. 튀김 A코스를 주문하면 새우, 흰 살 생선, 오징어, 깻잎, 관자, 은행, 마, 장어, 전복, 고구마, 단호박, 멍게, 인삼 등 다채로운 튀김이 세 번에 나눠 테이블에 오른다. 손님이 먹는 속도에 맞춰 단계별로 제공되기 때문에 눅눅한 튀김을 먹을 일이 없다. 슬쩍 묻어 있는 튀김옷은 내용물을 받쳐주는 역할에 그친다. 튀김도 결국 속에 든 것이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일깨워준다. 튀김 A코스 3만5천원. 주소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1길 26-10 문의 02-774-3631
수요일
점심 어만두, 개풍만두
업력은 매우 짧지만 ‘만두 공력’이 예사롭지 않다. 참고로 개풍은 작고한 소설가 박완서 선생의 고향으로, 개성 음식의 본고장이라고 한다. 만두 관련 메뉴는 찐만두, 만둣국, 만두전골 등이 있다. 한입 베어 물면 좋은 재료와 우직한 솜씨가 이 집 만두의 본령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맛이 담담하다. 그래서 입안은 꽉 차는데 비어 있는 느낌이 난다. 국물은 살짝 간간하다. 어쨌든 좋은 ‘만두 신인’의 출현이다. 만둣국 1만원.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27 롯데캐슬엠파이어 1층 121호 문의 02-782-1820
저녁 라무진, 양갈비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없다. 호주 청정 지역의 목초를 먹고 자란 어린 양을 냉장 상태로 공수해서 사용한다. 숙주, 대파, 양파, 방울토마토 등을 함께 구워 주는데 무엇보다 고기에서 빠져나온 기름이 촉촉하게 밴 대파가 맛있다. 찍어 먹는 간장에는 물에 헹궈 매운맛을 누그러뜨린 청양고추를 듬뿍 넣어야 한다. 산뜻한 소스 덕분에 양갈비를 계속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절인 양배추, 토마토, 오이로 구성된 샐러드도 상큼하다. 양갈비 230~250g 2만5천원.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27 문의 02-3144-0737
목요일
점심 무삼면옥, 메밀냉면
그동안 평양냉면을 수도 없이 먹어봤지만 이런 맛은 정말이지 처음이다. 아무리 ‘삼삼함’이 평양냉면의 특징이라고는 하지만 무삼면옥의 메밀냉면은 투명한 맛에 가깝다. 표고버섯과 메밀의 구수한 향이 반갑게 맞아주지만 전체적으로 잡티 하나 없는 무구한 맛이다. 상호인 ‘무삼’에는 세 가지 즉 인공 조미료, 색소, 설탕을 넣지 않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메밀냉면 8천원. 주소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12길 50로
저녁 쿠이신보, 꼬치 요리와 하이볼
제대로 된 일본식 꼬치구이를 낸다. 닭꼬치의 경우 염통, 다리살, 껍질, 날개, 목살, 안심, 연골, 막 등 다양한 부위 중에서 골라먹을 수 있다. 그을음이 생기지 않는 최상급 비장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숯불의 향이 은은하게 다가온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그야말로 맞춤하게 굽는 재주 또한 빼어나다. 쿠이신보에는 우리나라에 두 대밖에 없는 하이볼 제조기가 있다. 청량감이 끝내준다. 진저하이볼이 제일 맛있다. 꼬치구이 8종 2만1천원, 카쿠하이볼 7천원, 진저하이볼 7천5백원. 주소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6길 38 문의 02-332-9215
금요일
점심 홍릉각, 잡채밥
강호의 고수가 은거하는 허름한 동네 중국집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름지고 자극적인 중화요리와는 거리가 멀다. 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아서인지 볶아내는 요리를 연달아 먹고 나서도 속이 더부룩하다거나 혀가 마르는 느낌이 없다. 굴 소스를 넣지 않은 ‘옛날식’ 잡채밥은 여릿하면서도 고상한 맛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얇은 튀김옷과 촉촉한 돼지고기가 빈틈없는 앙상블을 이루는 라조육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한다. 잡채밥 7천원. 주소 서울시 동대문구 약령시로 90 문의 02-969-7787
저녁 서동한우, 건조 숙성 한우
드라이에이징 열풍을 몰고 온 집이다. 보통 30~50일, 최장 90~120일 동안 건조 숙성시킨 이 집 고기에서는 치즈의 풍미가 느껴진다. 불에 녹은 지방의 맛이 아니라 붉은 살코기의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폭발하는 감칠맛이다. 서동한우에는 일반 고깃집에 당연히 있는 몇 가지가 없다. 불판 위로 내려오는 배기관이 자취를 감췄다. 지방이 적은 건조 숙성육이라 연기가 나지 않아서다. 마늘과 고추도 제공하지 않는다. 고기 본연의 맛에 집중하라는 의미다. 등심 4만3천원.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332 청운빌딩 문의 02-302-0022
토요일
점심 하와이 카레, 하와이 카레
주말에 어울리는 경쾌한 메뉴 중 하나가 카레 아닐까. 메뉴는 세 가지다. 하와이 카레, 마우이 카레우동, 알로하 비프버거. 5시간 동안 볶은 양파 캐러멜을 넣은 하와이 카레에서는 은근한 단맛이 우러난다. 매콤한 카레와의 조화도 일품이다. 카레우동은 직접 뽑은 닭 육수에 카레를 혼합한다. 맛이 진하다. 소 목심살과 갈비살을 뭉친 비프버거는 씹는 맛이 좋다. 하와이 맥주를 구비하고 있으며, 하와이를 테마로 한 소품들도 사랑스럽다. 하와이 카레 7천7백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7길 11 문의 02-722-2428
저녁 부부청대문, 특미해장국
하루 한 시간 남짓만 영업한다. 주류는 반입할 수 없고, 판매도 하지 않는다. 카드 역시 사용 불가. 이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은 유일한 메뉴인 특미해장국 때문이다. 밥을 말 공간이 없을 정도로 두툼한 양지와 수더분한 우거지가 푸짐하게 들어 있다. 장안의 내로라하는 수육집이 꼬리를 내릴 정도로 고기의 상태가 최상이다. 한 점 안에 부드러움과 쫄깃함이 동거 한다. 간장으로 맛을 낸 국물은 꽤나 짭짤하다. 특미해장국 1만7천원. 주소 서울시 중구 장충단로10길 18 문의 02-2273-6772
일요일
점심 처갓집, 백숙과 막국수
주인할머니가 평안도가 고향인 시어머니의 손맛을 물려받았다. 넓적하고 두툼한 만두는 5천원에 5개. 백숙은 기름기가 쪽 빠져 부드럽다. 가슴살도 야들야들하다. 다진 양념장, 고추 간장, 겨자 등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배합한 다음 닭고기를 찍어 먹으면 된다. 동치미 국물을 이용한 물막국수도 훌륭하다. 칼은 짧을수록 위험하고, 디자인은 단순할수록 아름답듯이 음식 역시 수수할수록 최고라는 생각이 드는 맛이다. 백숙 2만원, 막국수 6천원. 주소 서울시 중구 동호로11가길 22 문의 02-2235-4589
저녁 서산진국집, 우럭포
충남 서산의 토속 음식인 게국지를 맛볼 수 있다. 쿰쿰하면서도 뒷맛이 시원하다. 겨울철에는 김처럼 구운 감태도 맛보게 해준다. 감태에 밥과 어리굴젓을 싸서 먹으면 이만한 별미가 없다. 생각보다 짜지 않고 간이 적당하다. 고기를 선호한다 면 된장제육을 추천한다. 하지만 서산진국집의 ‘4번 타자’는 우럭포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우럭에 홍고추, 부추, 양파 등을 올려 곱게 쪄낸다. 젓가락을 따라 올라오는 살결은 이드르르하고, 육질은 쫀득하다. 우럭포 8만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37-11 문의 02-735-1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