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함의 대명사, 시얼링 아이템
마음까지 시린 날씨에 사랑의 온기를 전해줄 궁극의 아우터웨어가 왔다. 포근함의 대명사이자, 양털과 가죽의 조화가 풍요로운 시얼링 아이템에 주목하라.
이상 기온이 불어 닥친 지난겨울, 패션위크 참석차 뉴욕을 찾은 전 세계 패션 피플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추운 날씨에 잠시 멋은 잊고 생존을 위한 옷차림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패셔니스타는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라고 해도 견딜 수 없이 낮은 기온에 당시의 스트리트 패션은 온통 오버사이즈 파카로 도배되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패션계 친구들이 한겨울에도 레이스 드레스와 찢어진 청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걸치기만 해도 멋스럽고 무엇보다 확실한 보온 효과를 보장하는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그 결과 런웨이에는 그 어느 때보다 온기가 넘쳤다. 디자이너들은 니트와 벨벳 등 따뜻한 질감의 소재를 잇따라 선보이더니 형형색색의 모피를 제안했다. 그러고는 양털 장식이 포근한 시얼링 소재로 ‘방한 트렌드’의 방점을 찍었다.
양털을 깎는다는 뜻의 ‘Shearling’에서 이름을 딴 시얼링 소재는 털이 그대로 붙어 있는 양가죽을 양면으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질긴 누벅 가죽 이면에 부드러운 양털이 있어서 털을 안쪽으로 입으면 더없이 따뜻하고, 밖으로 내어 입으면 독특한 질감을 즐길 수 있다. 시얼링 코트는 양털의 볼륨감 때문에 다소 투박한 느낌이 드는데, 원래 이누이트 족의 외투에서 유래한 만큼 패션과는 약간의 거리를 둔 채 한겨울 아웃도어 생활을 위한 필수품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번 시즌, 시얼링 아이템은 더없이 트렌디하다. 플라워 프린트와 핸드 페인팅 장식을 더해 에스닉한 무드로 풀어낸 버버리와 에밀리오 푸치, 메탈릭 코팅과 패치워크로 팝아트풍의 변주를 즐긴 프라다처럼 시얼링 아이템의 다채로운 변신이 흥미로웠다. 또 구찌는 1960년대 스타일에 집중해 베이비 블루, 더스티 핑크 등 파스텔 컬러의 풍성한 양털 코트를 선보였고, 필립 림은 알록달록한 컬러 블록 베스트와 드레스로 시얼링의 아방가르드한 매력을 탐구했다. 영화 <클로저>에서 빨간 머리에 푸른색 시얼링 코트를 입은 나탈리 포트만이나 레이스 크롭트 톱 위에 빈티지 시얼링 코트를 걸친 <올모스트 페이머스>의 케이트 허드슨처럼, 자유분방하고 실험적인 스타일링이 관건이었다. 시얼링 코트의 투박함에 완전히 상반되는 섬세한 이너웨어를 매치하는 반전 스타일링도 눈에 띄었다. 알투자라는 새틴 소재의 얇은 슬립 드레스 위에 단순한 형태의 큼직한 시얼링 재킷을 걸쳐 도회적이면서도 섹시한 룩을 선보였고, 버버리에서는 지극히 섬세한 꽃무늬가 들어간 시폰 소재 드레스와 살갗이 비치는 레이스 드레스 위에 시얼링 코트를 입어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시얼링 고유의 자연스러움을 고스란히 유지한 브랜드들도 있었다. 미국 중부의 카우보이를 연상시키는 뉴트럴 컬의 가죽과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온 뽀얀 양털의 시얼링 코트는 유서 깊은 미국 브랜드의 컬렉션에서 주로 볼 수 있었는데, 알록달록 귀여운 니트웨어와 비니를 함께 매치한 타미 힐피거나 두툼한 오버사이즈 코트는 물론 가방부터 슈즈 등 액세서리까지 시얼링으로 장식한 코치는 캐주얼한 아메리칸 헤리티지 스타일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시얼링 장식을 적용한 액세서리의 약진도 돋보였다. 프로엔자 스쿨러는 볼드한 컬러 블록 효과의 클러치백으로 특유의 모던한 감각을 뽐냈고, 랙앤본과 클로에의 런웨이에서 본 시얼링 장식의 슈즈나 세린느의 컬러풀한 워머, 캘빈 클라인의 순백의 미니멀한 토트백은 늘 특별한 아이템을 찾아 헤매는 패션 에디터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올겨울 스타일과 따뜻함을 동시에 책임질 시얼링 트렌드를 즐기는 방법은 꽤 간단하다. 첫째는 바로 외투에 투자할 것. 자연스러운 컬러의 큼직한 오버사이즈 코트나, 라이더 재킷과 비슷하게 생긴 시얼링 소재의 두툼한 파일럿 재킷은 아무 옷차림에나 멋스럽게 어울려서 겨울 내내 입게 된다. 또 시얼링 장식의 가방이나 슈즈, 숄 등의 액세서리는 칙칙한 옷차림에 따스하고 풍부한 질감을 더해 겨울 스타일링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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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박정하
- 포토그래퍼
- 이주혁
- Photography
- InDigital, Alphaphotos/REX/Everet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