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단골 식당 <2>
서울 시내 내로라하는 셰프들을 만족시킨 단골 식당은 어디일까? 혼자만 알고 싶은 단골 식당은 물론 그곳에서 꼭 맛봐야 하는 메뉴를 입맛 까다로운 셰프들에게 직접 물었다.
청담 | 그랑시엘 이송희 셰프
단골 식당 청담동 중식집 청담. 중국 술을 좋아하다 보니 중식 음식도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중식당이 바로 이곳이다. 추천 메뉴 처음 맛본 사천탕수육은 중국 고추로 절묘하게 만들어낸 매운맛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중식집의 척도를 알아보는 요리는 유산슬이라 할 수 있는데 깔끔하게 볶아내 담백한 맛을 내는 유산슬을 먹으며 진정한 맛집이라 인정했다. 양장피도 즐겨 먹는다. 야채 위에 담백하게 볶은 고기와 야채 등을 올려 겨자소스를 뿌린 후 섞으면 양장피에 간이 잘 배어나 국물까지 호로록 마시게 된다. 여기에 빼갈을 한 잔 걸치면 두말할 나위 없다. 음식 외의 매력 홍콩 어느 골목에서 만난 레스토랑처럼 작고 아기자기해서 좋다. 덕분에 사장님과도 친해졌다. 식당에서의 추억 좋아하는 사람과 단둘이 만날 때 가는 곳이다. 오후 3시쯤 가서 낮술과 함께 요리를 먹는다. 얼마 전에도 남편과 함께 갔는데 맛있는 메뉴만 골라 빼갈과 함께 먹고 마지막에 계산까지 하고 간다고 ‘멋있는 여자’라는 칭찬까지 들었다. 방문하기 좋은 시간 오후 3시부터 6시. 조용하고 여유롭게 요리와 낮술을 즐길 수 있다. 또 다른 단골 식당 언양 기와집불고기는 어린 시절부터 문이 닳도록 드나든 단골집이다. 주인에게 한마디 “짜사이에 고추기름과 양파를 듬뿍 넣어주세요.
개화옥 | 스페인 클럽 이세환 셰프
단골 식당 가로수길에 위치한 한식당 개화옥은 와인과 함께 불고기, 된장국수 등을 즐길 수 있는 한식당이다. 자기를 비롯,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방짜유기에 담겨 나오는 음식이 정성스럽고 깔끔하다. 첫 만남 오래전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건너편에 있는 본점을 우연히 방문하게 되었고, 이제는 나만의 ‘소울푸드’를 만나기 위해 2호점인 신사점을 자주 찾게 되었다. 추천 메뉴 ‘차돌박이 구이와 채소무침’이 가장 유명하지만 나는 암염과 참기름으로 무친 육회를 좋아한다. 재료도 좋고 맛도 좋지만 가격 대비 양이 적은 편이라서 적당히 배도 부르고 육회도 즐길 수 있는 육회비빔밥으로 대체할 때도 있다. 된장국수 역시 늘 주문하는 메뉴다. 좋은 재료를 잘 다룰 줄 아는 식당이라는 생각을 매번 하게 된다. 음식 외의 매력 매일 저녁, 전쟁터 같은 주방을 벗어나 조용히 한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식사를 하다가 방짜유기가 서로 부딪쳐서 나는 소리는 깊은 산속 산사의 처마 끝에 매달린 종소리를 떠오르게 한다. 저렴한 와인 코르키지도 빠뜨릴 수 없다. 가져간 와인을 한식과 함께 편하게 먹을 수 있어 와인애호가들에게도 최고의 장소다. 식당에서의 추억 2년 전, 스페인 유학을 앞둔 스태프와의 마지막 식사를 위해 개화옥을 찾았다. 그동안 하지 못한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꺼냈고, 서로 오해를 풀고 아쉬움을 달랜 기억이 난다. 내게는 ‘소울 푸드’가 있는 ‘소울 플레이스’다. 또 다른 단골 식당 삼겹살 회식이 지겨울 때 찾는 가로수길의 양꼬치집 ‘저메이 양꼬치’. 그동안 먹은 꼬치를 줄 세우면 가로수길 왕복도 가능하지 않을까. 저메이 양꼬치 건너편 이자카야 ‘켄카’의 안주도 좋아한다.
아찌 | 고사소요 이승규 셰프
단골 식당 서교동에 위치한 이자카야 아찌는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가는 곳이다. 이틀에 한 번꼴로 찾으니 언제부터인가 자동으로 서비스 메뉴가 나오기 시작했다. 첫 만남 2년 전부터 합정동에 살면서 이 식당 앞을 매일 지나다녔고 8개월 전 우연히 들어갔다가 단골이 되었다. 더 늦기 전에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맘에 드는 양, 맛, 가격을 자랑한다. 추천 메뉴 주로 회무침과 소바, 소주를 시켜 먹는데 특히 비 오는 날이 제격이다. 날씨가 쌀쌀한 날에는 삼겹살숙주볶음과 어묵탕을 먹는다. 회덮밥, 삼겹살 숙주 볶음도 좋아하는 메뉴다. 음식 외의 매력 형제로 추정되는 인상 좋은 중년의 두 남자가 가게를 운영한다. 밤 늦게 가도 배가 고프다고 하면 점심 메뉴를 만들어 주는 따뜻한 주인들이다. 게다가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아찌만의 소박하고도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다. 식당에서의 추억 계산을 하고 나올 때는 ‘뭔가 더 많이 주셨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얼마 전에는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아빠 미소를 지으며 치약선물세트를 주셨다. 선물로 들어온 것이 너무 많다고 쓰라면서 말이다. 또 다른 단골 식당 합정동의 또 다른 이자카야, 타마시. 주인에게 한마디 “요리를 하는 사람으로서 많이 보고 배웁니다.”
숭례문 | 이트리 김욱성 셰프
단골 식당 갈비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서울 안 웬만한 갈빗집은 다 가보았다. 그중 숭례문은 맛도 좋고 집에서 가까워 자주 찾게 된다. 프라이빗 다이닝 룸으로 구성되어 가족과 함께 식사하기 좋고 화요, 안동소주 같은 주류를 다양하게 갖춰 심심하지 않게 고기를 즐길 수 있다. 추천 메뉴 고기구이 집인 만큼 갈비를 먹는다. 지나치게 달지 않고 도톰하게 펴낸 것이 마음에 든다. 갈비 맛은 물론 함께 나오는 채소, 장아찌 맛 역시 훌륭하다. 음식 외의 매력 가족들과 방문하는 곳인 데 아이들이 아직 어려, 주문한 메뉴가 빨리 나오지 않으면 지겨워 어쩔 줄 몰라 한다. 주문과 동시에 신속하게 서빙하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방문하기 좋은 시간 늘 일요일 저녁에 찾는 편이다. 붐비지 않고 조용히 편안하게 먹을 수 있어 좋다. 또 다른 단골 식당 친구들을 만날 때는 신사동 ‘이치에’를 자주 찾는다. 수육과 어리굴젓으로도 유명한 신사동 맛집, ‘삼겹살과 빈대떡’도 좋아한다.
경남 아구찜 | 스시모토 정수용 셰프
단골 식당 은평뉴타운 근처에 자리한 20년 전통의 식당이다. 뉴타운이 생기기 전부터 터를 잡은, 동네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다. 첫 만남 장인어른의 단골식당이다. 2009년도에 장인어른을 따라갔다가 나 역시 단골이 되었다. 추천 메뉴 가게 이름답게 아구찜이다. 미더덕 콩나물찜인가 의심이 될 정도로 콩나물 사이 아구를 찾아 헤매야 하는 여느 아구찜 식당과는 달리 아구가 넉넉히 들어 있다. 냉동 아구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쫄깃한 껍질, 부드러운 속살을 자랑한다. 아구찜을 먹고 난 후에는 살짝 매운 입을 달콤한 식혜로 마무리하면 입안이 깔끔하다. 모든 메뉴에 전복을 추가할 수 있어 보신용으로 손색이 없으며 곁들여 먹을 수 있는 10여 가지가 넘는 밑반찬 또한 별미다. 음식 외의 매력 메인 요리, 밑반찬, 후식으로 나오는 식혜 등은 어린 시절 자주 찾던 식당을 떠올리며 향수에 젖게 한다. 주인에게 한마디 “변함없는 맛을 오래오래 지켜주세요!” 또 다른 단골 식당 종로의 청진식당은 청진동에서 꾸준히 인기 있는 오징어 불고기 전문점이다. 소고기 같은 돼지고기의 식감과 고추기름의 매콤함, 양파의 달콤함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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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조소영
- 포토그래퍼
- 정성원, 이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