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아이 전성시대

두툼한 블랙 아이라인과 뭉친 듯 마스카라를 바른 속눈썹, 덩어지리고 투박하게 블랙 아이섀도를 바른 눈매까지, 다시 빅 아이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원더우먼으로 분했던 린다 카터가 텔레비전에 나올 때마다 소녀들은 열광했다. 어쩌면 소년들이 더 열광했을지 모른다. 원더우먼은 6백만불의 사나이의 부인이라고 멋대로 생각해보기도 했다. 둘이 결혼하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슈퍼베이비가 탄생할 거라는 막연한 상상도 했다. 그때는 그녀의 메이크업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원래 눈이 호수처럼 크고 입술이 빨갛고 힘이 세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원더우먼>의 분장팀은 린다 카터를 강인해 보이는 원더우먼으로 변신시키기 위해 아이 메이크업에 가장 공을 들였다. 원래 큰 눈이지만 그걸로는 모자랐다. 블랙 아이라이너로 두꺼운 아이라인을 그리고 그 위에 또 짙은색 아이섀도를 덮었다. 마스카라는 가뜩이나 긴 그녀의 속눈썹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린다 카터의 ‘블랙 빅 아이(Black Big Eye)’는 트레이드마크가 되었고, 이 후의 작품에서도 그녀는 눈을 크게 강조하는 화장을 고수했다.

1 맥의 미네랄라이즈 아이섀도우X4 어웨프트 오브 그레이. 2g 6만6천원. 2 쏘내추럴의 어트렉티브 아이즈 라이너 펄섀도우 스모크 블랙. 1.7g×2 1만4천원. 3 캐트리스의 스모키 아이 셋트 10호 스모킹 에어리어. 7.45g 1만6천원. 4 더페이스샵의 페이스 잇 맥스아이 트윙클 펜 라이너 1호 트윙클 블랙. 1.3g 1만4천9백원. 5 루나의 퀵 온 스테이지 이지 듀얼 섀도우 1호 시티블랙. 4.6g 1만6천원. 6 바비 브라운의 스모키 누드 아이 팔레트. 10.8g 9만원대. 7 메이블린 뉴욕의 래스팅 드라마 젤 라이너 블랙. 2.5g 1만5천원대. 8 샤넬의 에끄리뛰르 드 샤넬 10호 누와르. 0.5ml 4만6천원. 9,10 팝코의 업올나잇 듀얼 마스카라. 8g 9천8백원. 11 쓰리 컨셉 아이즈의 원컬러 섀도우 락 스타. 2.5g 1만1천원. 12 엔프라니의 래쉬베이터 마스카라 2호 터보 롱업. 9ml 1만8천원대. 13 비디비치의 퍼펙트 젤 펜슬 1호 블랙. 0.11g 3만원. 14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이즈 투 킬 솔로 매트 섀도 1호 옵시디언. 1.75g 4만2천원. 15 입생로랑의 꾸뛰르 팔레트 1호 턱시도. 5g 8만3천원대. 16 에스쁘아의 아이섀도우 레더 매니시. 3g 1만원.

사실 빅 아이 메이크업의 전성시대는 <원더우먼>을 절찬리에 방영하던 1970년대보다 10년 앞선 60년대였다. 당시 빅 아이의 전성시대는 트위기가 열었다. 두툼한 블랙 아이라인은 눈매를 따라 밀착되었지만 인위적으로 올리지도 내리지도 않고 제자리에 멈춰 있다. 두께를 과장했으니 형태는 절제한 것이다. 그 위에 풍성한 속눈썹을 붙이고 마스카라로 짙게 강조했는데, 흥미로운 것은 아래 속눈썹은 뭉친 듯 일정한 간격으로 인조 속눈썹을 붙인 점이다. 특히 마이클 오취스가 촬영한 트위기 사진을 볼 때마다 ‘1967년에 어떻게 이런 메이크업이 가능했을까, 현재 더 나아진 것은 무엇일까’라고 경외심이 들 정도다. 한편 트위기와 동시대의 인물인 에디 세즈윅의 블랙 빅 아이 메이크업은 두꺼운 아이라인과 눈썹, 짙은 속눈썹, 눈두덩을 거의 메운 스모키 섀도 등 못돼 보이려고 작정이라도 한 사람 같았다. 그러나 천박해 보이지 않았다. 천사 같은 눈망울 때문이었는지 거칠고 투박하게 그려서인지 그 모습이 패셔너블해 보였다. 이 빅 아이 메이크업이 많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는 이유는 이처럼 틀을 벗어난 자유로운 정신에서 찾을 수 있겠다. 당신이 이걸 굳이 펑크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지만 이제는 쿠튀르 컬렉션에서도, 클래식 룩과도 멋지게 어우러진다는 것만 기억하길. 빅 아이 메이크업의 핵심 덕목은 ‘정교하지 않음’이다. 따라서 뭉툭하고 거친, 규정 없는 아이라인을 만드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할리우드 스타 중 이 메이크업을 즐겨 하는 배우는 시에나 밀러다. 그녀는 눈매 주변을 블랙 아이라이너와 마스카라, 아이섀도로 강조하는데, 어떤 날은 눈 주변을 번지게 하고, 어떤 날은 위와 아래 아이라인을 비슷한 두께로 또렷하게 그린다. 또 어떤 날은 스모키 아이섀도를 눈두덩에 뒤덮고, 어떤 날은 눈 밑 애교살에 잔뜩 섀도를 칠해 울어서 번진 듯한 눈을 연출하는 창의성을 보이기도 한다.

17 시슬리의 휘또 옹브르 에끌라 21호 블랙 다이아몬드. 1.5g 4만9천원. 18 마죠리카 마죠르카의 크림 펜슬 라이너 BK999호. 1.4g 1만1천원. 19 겔랑의 에끄레 4 꿀뢰르 16호. 7.2g 7만4천원대. 20 크리스찬 디올의 5꿀뢰르 96호 피에 드 폴. 6g 8만1천원. 21 미샤의 더 스타일 투인원 피틴 젤 라이너 1호 블랙 트윙클. 4.7g 1만4천8백원. 22 랑콤의 이프노즈 스타 아이 팔레트 4호 그레이 휘메. 2.7g 7만5천원대. 23 이니스프리의 젤 라이너 10호 시크블랙. 1.8g 6천5백원. 24 에스티 로더의 퓨어 칼라 아이섀도우 58호 블랙 크리스탈. 2.1g 3만원. 25 메이크업 포에버의 아티스트 섀도우 다이아몬드 104호. 2.5g 3만2천원. 26 엘리자베스 아덴의 뷰티플 컬러 맥시멈 볼륨 마스카라. 10.25ml 2만9천원. 27 오늘의 디어 스타일 아이즈 댄스 브러쉬 아이라이너. 2g 9천9백원.

60년대 룩과 뉴섹시가 어우러진 빅 아이는 아무래도 록 뮤직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블랙 사바스의 오지 오스본처럼 지나치게 아트적이거나 과장되어 보이는 블랙 빅 아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쇼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프랑수아 나스 역시 록의 정신을 표방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검은색 아이라인을 선명하고 강렬하게 눈 위와 아래에 그었다. “건전한 룩에 싫증 났어요!”라고 말하면서. 블랙 아이라인의 감각적인 무드는 마르코 드 빈센조와 안토니오 바카렐로 쇼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톰 페슈의 손에서도 발현되었다. 백스테이지에서 항상 독백하는 배우처럼 자신의 룩을 이야기꾼처럼 재미있게 들려주는 그는 에디터에게 이번 메이크업의 비밀을 들려주었다. “메이크업 피팅을 하는 날 아침에 치과 진료가 있었어요. 병원 의자에 누워서 속으로 ‘아, 맞다. 치실!’을 외쳤죠. 그래서 파우더로 눈두덩을 정돈하고 치실을 팽팽하게 감고 블랙 아이라이너 액을 묻혀 이 정밀한 라인들을 만들었어요.” 베르사체 쇼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는 속눈썹에 공을 들인 후 눈 가장자리가 번진 아이라인을 선보이며 글래머러스 스타일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아이섀도 활용법은 드리스 반 노튼 쇼에서 우수한 답안을 볼 수 있었다. “맥의 블랙 크로마케이크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이섀도 브러시를 사용했어요. 아이 메이크업은 깔끔하고 각이 살아 있도록 눈꺼풀 위를 가로지르다 눈끝을 지나 뭉툭하게 끝냈죠.” 눈매가 둔해 보일 것 같지만 오히려 멋스럽다. 빅 아이의 마지막은 마스카라다. 절대 빠뜨리면 안 되는 필수 단계 라는 것을 기억할 것. “덩어리지고 투박하게 마스카라를 발랐을 뿐인데 매우 아름다운 메이크업이 완성됐어요. ‘메이크업은 이렇게 해야 된다, 이게 가장 아름다운 표현이다’라며 규정을 만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지만 제 생각에는 그런 법은 어디에도 없어요.” 마르코 드 빈센조 쇼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테리 바버의 말이다.

    에디터
    뷰티 에디터 / 강미선
    포토그래퍼
    LEE HO HYUN, INDIGITAL, kim tae sun, Gettyimages/Multib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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