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 겨울
정준일이 솔로 앨범으로 돌아왔다. 공백기 동안 계절이 여덟번이나 바뀌었지만 달라진 건 없다. 다시 돌아온 겨울, 그 앞에 말간 얼굴과 목소리의 정준일이 서 있을 뿐.
새 앨범을 천천히 들으며 다시 한 번 생각했어요. 겨울과 참 잘 어울리는 목소리라고. 의도한 건 아닌데 발매를 하려고 보니 어느새 겨울이더라고요. 1집도 그랬고요.
조니 미첼의 음악이 이번 앨범에 영감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조니 미첼 음악을 유난히 많이 들었는데, 그걸 들으면서 음악 외의 것에 신경 쓰기보다 음악 자체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감동적인 소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크리스마스메리, Merry’, ‘우리의 밤’에서는 재즈를 가미했고, ‘보고 싶었어요’에서는 오케스트라 편성이 두드러져요. 더 부드럽고 풍성해진 느낌이에요. 20인조 오케스트라가 참여했는데, 베이시스트 서영도,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 등 훌륭한 연주자와 엔지니어들과 함께했어요. 예전보다 멜로디의 진폭이 더 컸으면 했거든요.
이제까지의 어떤 앨범보다 만족도가 높았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매번 최고의 음악을 만들겠다 다짐하지만 이번에는 특히 노력과 시간을 더 투자했어요. 무엇보다 지금 하고 싶은 음악을 담았고요.
3개월 전에 제대했는데,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한 건가요? 저는 특별한 취미생활이 없어요. 그래서 휴가를 나오거나, 쉬는 시간에도 꾸준히 곡 작업을 했어요.
앨범의 느낌대로라면, 한 차례 지독한 사랑을 경험한 건가요? 앨범을 준비하는 기간에 경험한 것만은 아니고, 축적된 경험들 중에서 무작위로 떠오르는 것을 담았어요.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이야기죠.
끊임없이 자신을 끄집어내는 것에 대해 스스로 소진된다고 느낄 때는 없나요? 다행히 그렇지는 않아요.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어려운 것들, 평생 혼자 알고 있을 내 이야기를 음악을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잖아요. 어떠한 면에서는 고해성사를 보는 것과 같은 의미죠.
친한 뮤지션들은 어떤 말을 해주던가요? 유희열은 당신을 ‘가장 기대되고 두려운 존재’라 언급하기도 했어요. 윤종신, 유희열, 김동률 씨는 제가 닮고 싶은 선배들이고, 워낙 친해서 음악 이야기를 꽤 나누는 편이에요. 그래도 제게 직접 잘한다고 칭찬한 적은 없어요. 그런 말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 전해 듣는 편이죠.
제대 이후, 총 19회의 소규모 공연을 가졌어요. 그 시간들을 통해 무엇을 얻었나요? 장기 공연을 하면서 마음가짐에 따라 몸이 달라지는 걸 느꼈어요. 매일 다르게 노래하고 싶어서 일부러 연습도 열심히 안 한 적도 있고, 곡 순서를 바꿔보기도 했고요. 제 자신을 더 힘들게 한 것인데, 사실 그런 긴장감을 즐기는 편이에요.
음악을 만들 때 고집하는 게 있나요? 무엇이든 의도하면 촌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저는 음악을 통해 누군가를 위로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제가 덜 힘들게 살고 싶어서,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의 수단이에요. 들어주는 분들이 그걸 듣고 위로를 받는다면 정말 고맙고요.
정말 음악 외에는 아무런 관심 분야가 없어요? 예전에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는데 이제는 약속도 잘 안 잡는 편이에요. 음악 외에 그나마 관심 있는 건 옷이에요. 사실 펑키한 옷을 좋아하는데 안 어울리는 걸 깨닫고 실망한 후로는 무난한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어요.
오늘 의상도 당신이 직접 준비한 거죠? 네. 좋아하는 슈트인데 잘 어울리나요?
최신기사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조소영
- 포토그래퍼
- 안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