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녀석들
화장품에 대한 관심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사람들에게 물었다. 올 상반기를 가장 뜨겁게 달군 제품, 가장 인상에 남은 제품은 무엇인가요?
1 비누의 재발견 피부 트러블로 고민하는 사람들 중에는 제대로 클렌징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민감한 피부에 노폐물을 제거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자극적인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쓰거나, 풍성한 거품과 산뜻한 향이 좋아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은재 비누는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안심하고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이다. 비누를 대나무통에서 500일 이상 숙성시켜 잡다한 향을 제거하고 허브와 한약재 등으로 향을 입히는데, 계면활성제처럼 피부를 자극할 수 있는 성분은 일절 넣지 않는다. 한 번 사용해본 내원 환자들도 꾸준히 찾는 것을 보면 비누에 대한 선입견을 확실히 깨줄 수 있는 제품이다. – 권용현(블룸클리닉 피부과 전문의) 고은재의 대나무통 숙성 비누 로즈힙(숙성 후 에센셜 오일과 허브 등을 더해 나누어 판매) 2만원대.
2 세안을 위한 진동 브러시 세안할 때 얼굴을 브러시로 문지르는 게 분명 익숙한 광경은 아니다. 자극은 둘째 치고 모공 속까지 말끔한 클렌징이 가능하다는 미세 브러시도 사용해봤지만, 손목도 아프고 귀찮아서 잘 안 쓰게 되는 것을 이미 경험해봤기 때문에 처음에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손으로 문지르면 꿈쩍도 않는 워터프루프 아이라이너를 일반 클렌저로 자극 없이 말끔하게 지우는 것을 보니까 관심이 갔다. 직접 사용해보니 감동 그 자체. 어제 쓴 클렌저를 그대로 썼는데 개운한 느낌이 차원이 다르다. 얼굴이 뻘개지는 자극도 없이 말이다. – 최향진(<코스모폴리탄> 뷰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라리소닉 27만원대.
3 속눈썹이 길어져요 <겟잇뷰티>에서 매주 진행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는 브랜드의 이름값을 제하고 제품의 효과로만 순위를 매긴다는 이유로 늘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코너이다. 올해부터 한 달 동안 제품을 테스트하는 장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 최고의 히트아이템은 속눈썹 영양제였다. 1위를 차지한 이 제품은 테스터 중 속눈썹의 길이가 최고 2mm까지 길어졌다. 자극도와 평균적으로 길이가 길어진 점도 놀라웠고, 마스카라를 덧발랐을 때 뭉침 없이 발리는 것 등을 기준으로 테스트한 결과도 모두 1등이었다. 방송이 나간 후 전국의 모든 매장에서 일시품절을 기록할 정도로 파급력도 대단했다. 제품을 구매한 시청자들이 게시판에 올린 후기 역시 칭찬 일색이었다. – 최윤정(온스타일 <겟잇뷰티> PD) 키스미의 히로인 아이래쉬 세럼 7ml 1만8천원.
4 CC 크림의 원조 ‘CC(Complete Correction)’ 크림이라는 다소 엉뚱한 이름을 들고 나왔을 때 처음에는 솔직히 조금 웃겼다. BB 크림의 인기에 편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 같기도 하고, BB 다음이니까 CC인 건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얇게 발리면서 은은하게 건강해보이는 광이 나는 게 BB 크림과는 확실히 달랐다. 타 브랜드들이 BB 때보다 더 발빠르게 또 다른 의미의 약자로 CC 크림을 따라 선보였지만 이것처럼 자연스럽게 마무리 되는 것은 없다. – 송시은( 뷰티 디렉터) 샤넬의 CC 크림 30ml 7만원.
5 핫한 컬러를 오래오래 펜슬 타입의 립라이너 같지만 선명한 발색으로 입술 전체를 채울 때에 사용할 수 있는 립 펜슬이다. 펜슬 타입이라 입술 라인을 깔끔하게 그릴 수도 있고, 안에서부터 원하는 농도로 조절해가며 그리기도 쉽다. 살짝 뻑뻑하게 발려서 처음 사용할 때에는 불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쉽게 묻어나거나 지워지지 않아 한 번 바르면 수정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올해 출시된 핫핑크와 오렌지 컬러는 상반기 내내 가장 이슈를 몰고 다녔던 컬러인데 날이 더워질수록 더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인기가 쉽게 수그러지지 않을것 같다. – 이준성(메이크업 아티스트) 메이크업 포에버의 아쿠아 립 펜틴트 1.2g 2만5천원.
6 방송의 힘 화장품 판매에서 입소문은 막강한 힘을 자랑한다. 그중 가장 핫한 루트로 떠오른 뷰티 프로그램의 힘은 최근 다소 주춤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최고다. 제품을 사용하기 전과 후의 변신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셀러브리티와 뷰티 전문가의 사용 후기가 더해진 직접적인 코멘트가 더해져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큰 영향력을 끼친다. 이 제품은 벨벳 같은 제형과 뛰어난 커버력이 방송 전파를 탄 후 상반기 내내 꾸준히 높은 판매고를 유지하고 있다. – 김경진(스킨알엑스 MD) 캐트리스의 매트 무스 메이크업 16g 2만3천원.
7 자연스러운 윤기가 대세 광이 나는 피부보다 원래 매끈한 피부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마무리되는 피부에 대한 선호가 높은 상반기였다. 샤넬의 레베쥬 헬시 글로우는 수정할 때 아무리 덧발라도 뭉치거나 들뜨지 않고 피부에 착 밀착돼 메이크업을 한 티가 덜 나서 트렌디한 피부 연출에 제격이다. 프레스트 파우더 형태인데 발랐을 때 지나치게 매트하지 않고 보송하면서도 피부가 땅기지 않는다. 내장된 브러시도 입체적인 형태라서 광대뼈나 콧방울에 바르기 좋다. – 정수현(<보그걸> 뷰티 디렉터) 샤넬의 레베쥬 헬시 글로우 시어 파우더 SPF15/PA++ 12g 7만2천원.
8 구관이 명관 입소문이 난 제품이나 지인들이 좋다고 하는 제품은 꾸준히 써보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옛날부터 써오던 제품을 소홀히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새로운 질감의 파운데이션을 테스트하다 오랜만에 이 제품을 썼더니 ‘그래, 이거야’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잡티를 완벽하게 가리고 유분기를 적당히 제거해 번들거림 없이 마무리되는 장점이 그대로였다. 세월이 변해도 제품이 업그레이드되지 않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거다. – 박태윤(메이크업 아티스트) 에스티 로더의 더블 웨어 스테이 인 플레이스 메이크업 SPF10 30ml 6만5천원.
9 송혜교 립스틱 주세요 송혜교가 라네즈의 모델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신제품도 아니고, 광고인 것을 빤히 알면서도 드라마에서 그녀가 직접 립스틱을 바르는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아, 진짜 예쁘다.’ 아니나다를까, 실시간으로 그 립스틱이 어떤 색인지 포털 사이트에 검색어로 뜨고, 다음 날 라네즈 매장 세 군데를 돌아다니며 제품을 구했다. ‘같은 색인데 왜 송혜교가 바른 색과 내가 바른 색이 다르지? 역시 메이크업의 완성은 얼굴인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는 했지만 립스틱은 방송에서처럼 입술을 촉촉하게 하고 사랑스러운 색으로 발색돼서 주변에서 어떤 제품을 바른 거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 김이슬(뷰티 블로거) 라네즈의 실크 인텐스 립스틱 3.5g 2만5천원대.
10 스킨케어 단계의 끝판왕 한동안 토너보다 먼저 사용하는 부스팅 에센스, 퍼스트 에센스라 이름 붙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와 있다. 너도나도 먼저 쓰는 제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설화수에서 가장 나중에 쓰는 미안 피니셔를 선보였다. 스킨케어의 마지막 단계에 발라 보습력을 높이고 메이크업이 잘 받는 피부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했는데 써보니 확실히 메이크업을 많이 하지 않아도 피부가 윤기가 난다. 프라이머나 메이크업 베이스는 가끔 밀리거나 유분이 많이 생겨 번들거렸는데 이 제품은 다음에 바르는 파운데이션의 종류에 상관없이 늘 기본 이상의 효과를 준다. – 안소영(<마리끌레르> 뷰티 디렉터) 설화수의 미안 피니셔 80ml 9만원.
11 투톤 스머지 립의 대중화 선언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제아무리 ‘이렇게만 하면 끝’이라고 간단하게 말해도 메이크업 기술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엄마의 요리 비법인 ‘요만큼’하고 다를 게 없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막상 따라 하면 전혀 다른 룩이 나오니까. 입술에 그러데이션 효과를 주는 것도 그런 방법 중 하나였다. 매트한 입술에 그러데이션 효과를 주는 메이크업이 인기를 끌었지만 제대로 따라 한 것 같아도 금세 지워져 예뻐 보이는 건 한순간이었다. 이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잘 지워지지 않는 틴트 효과가 있는 립펜슬과 스머지 팁을 합쳐 누구나 쉽게 소이현 입술, 윤은혜 입술 같은 트렌디한 입술을 만들 수 있게 했다. – 김윤정(뷰티 프리랜스 에디터) 아리따움의 워너비 쿠션 틴트 1.1g 8천5백원.
12 중고도 비싸게 팔린 립스틱 윤은혜 립스틱으로 주목받은 나스의 스키압은 작년 말부터 올봄까지 꾸준히 인기를 끌었는데 여기에 한 표를 던진 이유는 바로 희소성이다. 송혜교 립스틱은 가격도 저렴하고 매장 수도 많아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나스의 스키압은 짧은 기간에 폭발적인 관심을 받아 품절 사태가 일어났고, 심지어 해외에서 구매대행으로 구입하거나 몇 번 사용한 중고 제품이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어렵게 구해 발라본 스키압은 역시 입소문 그대로였다. 한 번만 발라도 선명하게 발색됐고, 민낯에 발라도 얼굴이 생기 있어 보였다. – 박진선(뷰티 블로거) 나스의 립스틱 스키압 3.4g 3만5천원.
13 쿠션 팩트 안 쓰는 사람도 있나요? 올해는 확실히 CC가 대세다. 같은 CC라고 해도 크림 타입보다 쿠션 타입의 성장이 눈에 띄는데, 친구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파우치를 열어보면 쿠션 타입의 팩트를 누구나 하나씩은 다 갖고 다닌다. 지하철에서도 메이크업을 수정하는 10대 소녀에서 60대 할머니들까지 전부 쿠션 타입 제품으로 재빠른 손놀림을 자랑하더라. 그중 올해 선보인 아모레퍼시픽의 트리트먼트 CC 쿠션이 요즘 트렌드인 가벼운 베이스 메이크업으로 피부를 윤기 나게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 같다. – 정윤지(<싱글즈> 뷰티 에디터) 아모레퍼시픽의 트리트먼트 CC 쿠션 SPF50+/PA+++ 15g 2개 6 만5천원.
14 한 번 바르면 네일 아트 완성 네일 컬러를 잘 바르려면 손기술이 필요하다. 손재주가 있다고 해도 마땅한 도구가 없으면 늘 하는 단색 컬러나 간단한 컬러링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상반기에 가장 많은 사람이 찾은 이 샌드 네일은 누구나 한 번만 발라도 네일 아트를 한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펄이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큰, 아주 작은 구슬이 손톱 위에 가지런히 얹혀 특이하기도 하고 관리를 받은 티가 난다. – 박은경(매니큐어리스트) OPI의 샌드 네일 15ml 2만2천원.
15 손님 이건 고데기예요 망치 같은 디자인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모발을 넣고 손잡이를 움켜쥐는 것만으로 끝나는 초간단 작동법을 보고 한 번 더 놀랐다. 일반적인 스타일링기처럼 손목을 돌릴 필요가 없어 거울 없이 뒷머리까지 혼자 컬을 넣을 수 있었다. 컬의 방향을 조절하는 것도 쉽고, 온도 조절과 시간 조절이 가능해 모질과 원하는 컬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기계 자체의 열이 세지 않아 모근 가까이부터 컬을 넣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제 손재주가 없어도 전문가처럼 연출할 수 있다. – 범호(헤어 디자이너) 바비리스의 미라컬. 19만8천원.
16 쉽고 빠르게, 물에는 강하게 아이섀도는 어떤 색을 바르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제형을 바르는지도 정말 중요하다. 쌍꺼풀이 있든 없든 눈을 감았다 뜨는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번지기 일쑤고, 그렇다고 지속력만 생각해서 조금 뻑뻑하게 발리는 제품을 쓰면 금방 뻘개져서 원하는 색도 안 나오고 주름만 더 생기니 말이다. 올해에는 스틱형 아이섀도가 정말 많이 선보였는데 큰 힘을 주지 않아도 선명하게 발색되고, 잘 뭉치지 않고 번지지도 않는다. 그중 은은한 펄을 갖춘 이니스프리의 컬러 구성이 돋보였다. – 이현아(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니스프리의 스트라이프에 썸머 3.5g 7천5백원.
-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황민영
- 포토그래퍼
- 이주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