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가 바뀌어도 여전한 나의 오빠들이 돌아왔다.

만약 H.O.T.가 복귀한다면 그들은 과연 ‘전사의 후예’ 같은 노래를 부르고 춤출 수 있을까. 당장 문희준만 봐도 더는 그런 음악에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가 됐다. 반면 지오디는 전성기 시절과 비슷한 음악을 택했다. 돌이켜보니 그들의 노래는 20대가 부르기에 사랑스러웠고, 30대가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따뜻한 구석이 있다. 각 멤버가 노래로 연기로 또 예능으로 쌓아온 경험은 여유가 됐고, 열혈 팬이든 아니든 한때 그들의 음악을 나눈 사람들은 지오디의 여유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너그러운 어른이 됐다. 성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서태지도 지오디만큼 인간적인 마케팅으로 복귀했다. 일단 음악이 친절하다. 신스팝 위주의 9집 <Quiet Night>는 그간의 솔로 커리어와 다르게 몽롱하고 포근하다. 세상의 기대를 배반하기를 즐기는 그가 이번에 내민 카드는 일단 늘 그렇듯 색다른 음악이고, 거기에 음악 외적인 언어와 태도가 추가됐다. 결혼과 이혼, 재혼과 출산 같은 현실적인 키워드를 주렁주렁 달고 돌아온 데다 거의 처음으로 미디어와 소통 중이다. 그를 아는 어른에게는 해명, 그의 시절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자기 소개로 느껴질 만큼 겸손하고 조심스러운데, 세월과 소문 앞에 정면돌파한 셈이다. 마침내 투명해진 그는 우상이 아닌 인간을 대면하라고 권한다. 서태지 이상으로 신비로운 존재는 김동률인 것으로 밝혀졌다. 1990년대를 함께 통과한 동료들이 음악이 아닌 캐릭터로 TV에 뛰어드는 성공적인 모험을 완수한 와중에, 그는 한결같이 라디오 친화적인 입장을 유지한다. 6집 앨범을 들고 공연장에 머무는 동안 그는 <뮤직뱅크> 1위 가수가 됐다. 세상이 변하고 세대가 바뀌어도 아름다운 선율과 시적인 가사만으로 신뢰를 얻는 몹시 드문 뮤지션이다. – 이민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