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우리가 모르는 세상을 보고, 깨달음을 얻는다. 그 어떤 아름다운 배우, 유명한 감독보다 자연이 주인공인 영화 11편.

1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월터의 직장은 사진가들의 성지인 <라이프> 잡지사다. 전설적인 사진가 숀과 사라진 필름을 찾기 위한 월터의 모험에 탑승한 관객들은 월터가 보여주는 지구 풍경에 넋을 잃었다. 온통 차가운 그린란드, 화산 폭발이 일어나는 아이슬란드를 지나 히말라야 산맥에서 드디어 만난 사진가 숀의 한마디는 자연의 시선을 대변한다.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지.”

2 <네 번(Le Quattro Volte)>
늙은 목동과 아기 염소, 전나무와 숲. 모두 <네 번>의 주인공들이지만 ‘사람’인 목동에게조차 단 한마디의 대사도 주어지지 않는다. 시골마을에서 주어진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던 목동은 마지막 숨을 거두고, 염소는 태어난다. 전나무는 베어지고 숯은 불꽃을 내며 탄다. 생명이 순환하고, 그 아무렇지 않은 일상도 제각기 숭고하다는 진실과 아무것도 그냥 살다가 버려지는 것은 없다는 걸 조용히 보여준다.

3 <뷰티풀 그린(La Belle Verte)>
우주 어딘가에 호수와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녹색 별 ‘뷰티풀 그린’이 있다. 지능과 초능력을 가졌음에도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사는 이 별의 사람들은 공해와 스트레스에 지친 지구인들을 구원하기 위해 지구별 여행자를 선발한다. 마지막 지구 여행자의 딸인 밀라가 지구행을 자청하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소동.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20년 전 버전이랄까. 평화로운 뷰티풀 그린과 혼잡한 지구의 모습이 대비된다.

4 <웨이스트 랜드(Waste Land)>
처음에는 영화에서 고개를 돌리고 싶을 것이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로 가득한, 지구 최대의 쓰레기 매립지인 자르딤 그라마초를 보면 말이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이 쓰레기 마을에 정이 가기 시작한다.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카타도르’들. 비참한 삶이지만 이들은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는다. 사진가 빅 무니즈는 이들이 가져온 쓰레기로 정크 아트를 시작한다. 거대한 쓰레기 더미에서 피어난 희망을 볼 수 있는 영화로, 제8회 서울환경영화제 상영작이다.

5 <더 코브 : 슬픈 돌고래의 진실(The Cove)>
인간에게 <그랑 블루>가 있다면 돌고래에게는 <더 코브>가 있을지 모른다. <더 코브>는 돌고래의 시각에 초점을 맞춰 바다로 떠난다. 바다에서조차 돌고래는 편히 쉴 수 없다. 스스로 호흡을 끊고 자살을 선택한 돌고래를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조련사가 돌고래 쇼를 중지하고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 인간의 깊은 후회가 느껴진다.

6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Love)>
만약 이 영화에 멋진 자연이 담기지 않았더라면, 너무 지루해서 보는 도중에 뛰쳐나갔을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와 인도를 정신없이 오간 후 마지막으로 당도한 발리. 라이스플랜트, 즉 벼가 자라는 논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줄리아 로버츠가 아닌 각 나라의 푸른 자연이었다.

7 <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
주인공 크리스토퍼는 대학을 졸업하고 전 재산을 국제 빈민구호단체에 기부한 뒤 여행을 떠난다. 산과 바다를 누비며 도시와 학교에서는 만날 수 없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 그는 만년설에서 길을 잃자 아예 버려진 버스에 정착한다. 하지만 야생의 삶은 자유로우면서도 고되다. 자연도 사람도 중요하다는 걸 말해주는 영화.

8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김기덕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영상미를 담은 영화로 손꼽힌다. 초등학교 때부터 사계절의 아름다움에 대해 주입식 교육을 받는 우리지만, 계절이 바뀌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계절은 아름답다. ‘생명의 순환’도 모두 계절 안에 들었다.

9 <고래와 창녀(La Puta y la Ballena)>
칠레 파타고니아 발데스 반도. 그 세계의 끝에는 고래가 산다. 남극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남미의 이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파격적이고 슬프다. 사랑 하나로 기차에 몸을 실은 여자는 그 세계의 끝에 팔아 넘겨진다. 잔인한 스토리와는 정반대인 서럽도록 조용한 파타고니아의 풍경이 오래 남는다.

10 <문라이즈 킹덤(Moonrise Kingdom)>
뉴 펜잔스 섬에서 1965년에 일어난 일이라고 하지만, 장소도 연도도 모두 감독 웨스 앤더슨이 만들어낸 허구다. 실제로는 메인 주 포틀랜드에서 촬영한 이 영화는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는 소년 소녀를 따라 자연 곳곳을 누빈다. 숲과 강, 호수와 들판, 바다. 노년의 아름다움을 담은 <8월의 고래> 역시 메인 주 포틀랜드에서 촬영한, 목가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 영화다.

11 <원 위크(One Week)>
차보다 바이크를 탈 때 바람도, 시야도 넓어진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면 당신은 무엇이 가장 하고 싶은가? 자연으로 위로받고 싶지 않을까. 시한부 암 선고를 받은 조슈아 잭슨은 바이크로 토론토와 밴쿠버까지 여행을 떠난다. 5천km가 넘는 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그사이 자연은 포근하게 지친 마음을 감싼다. 마치 우리가 마지막으로 쉴 곳은 자연의 품이라는 것처럼.

Green Comment
“일회용품을 이용한 음식은 아예 먹지 않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환경에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일회용 컵 대신 머그컵을 이용하고, 세제도 친환경 원료로 만든 것만 사용합니다.” – 알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