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나은 어른,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인생 학교가 서울에 생겼다. 그곳에 다녀왔다. 뭔가를 더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건 어쨌거나 즐거운 일이다.

 

알랭 드 보통은 2008년, ‘인문학과 실생활의 접목’을 목표로 성인을 위한 학교이자 프로그램인 인생학교를 설립했다.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멜버른 등에 이어 한국에 도착한 인생학교 서울(www.theschooloflife.com/seoul)은 여덟 번째 분교다. 지난 10월 첫 수강신청을 받기 시작한 강의는 아직 열 개 남짓으로 커리큘럼과 강사 수는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법’ ‘아름다운 사랑을 지속하는 법’ ‘일과 삶의 균형을 잡는 법’ ‘대화의 기술’ ‘돈 걱정 없이 잘 사는 법’ ‘죽음,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등 커리어와 연애, 인생을 넘나드는 인생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 네이버 디자인을 총괄했던 조수용 JOH 대표이사, 김지윤 좋은 연애 연구소 대표, 이영미 펭귄클래식 코리아 대표, 김준희 바른경영 아카데미대표, 손미나 대표 등이 직접 강연한다. 총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정도 진행되는 강의의 수강료는 모두 8만8천원으로 장바구니 계산하듯 홈페이지에서 결제하면 된다. 내가 택한 수업은 ‘내 안의 리더를 끌어내는 법’. 수업을 하루 앞둔 날, 메일이 날아왔다. 왜 내 안의 리더를 끌어내고 싶은지 생각해오라는 이야기와 함께 수업 전 준비된 다과를 먹으며 함께 수업 듣는 이들과 담소를 나누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인생학교 서울은 이태원 용산구청 뒤에 자리해 있다. 10분 늦게 도착했지만 메일에 예고한 대로 준비된 쿠키와 케이크를 먹으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나도 용기를 내서 모르는 이의 테이블에 앉아 말을 걸었다. 이날 수업을 신청한 수강생은 10명 정도!

오후 7시 30분이 되고 다과 장소 바로 옆의 아담한 강의실로 옮겨 강의가 시작됐다. 인생학교의 대부분의 강의는 수강생의 참여가 필수다. 일방적으로 강연을 듣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 지혜를 나누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리더십’에 대한 정의를 찾기 위해 “좋은 리더 하면 어떤 게 떠오르나요?”라는 질문이 던져지자 재능, 추진력, 성취욕, 판단력, 이타심 등의 대답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쏟아졌다. 옆사람, 또는 수강생들과 개인의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도 있었다. 내가 리더로서 못했던 점을 쓴 포스트잇을 상자에 넣으면 해당 포스트잇을 뽑은 사람이 읽는 식이었는데 자기가 쓴 답변이 아니더라도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공감의 탄식이 쏟아졌다. 사회에 나온 후, ‘이런 건 누가 미리 좀 가르쳐줬으면 좋았을 텐데’하고 생각했던 것을 배우는 것이 인생학교의 목표다. 주민등록증이 나오고 적금도 들었지만 여전히 진로와 사람 관계로 고민하는 우리에게는 이런 학교가 필요하다. 인생 자체가 어쩌면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워나가는 학교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