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아레스 제도에서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예스러움을 간직해온 스페인의 마요르카. 감각적인 디자인을 입은 호텔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며 세계에서 가장 핫한 휴양지로 떠오르고 있는 마요르카를 찾았다.

1 푸로비치의 매력적인 테라스 2 데이아 언덕에 위치한 아름다운 주택들. 3 환상적인 맛을 자랑하는 사란다 레스토랑의 갑오징어 캐비아 요리. 4 팔마의 앤티크숍 사 코스타. 5 푸로비치의 맛있는 칵테일, 6 팔마에 위치한 작가 로렌소의 집. 7 팔마의 카페 안티쿠아리에 걸린 매력적인 작품들.

1 푸로비치의 매력적인 테라스 2 데이아 언덕에 위치한 아름다운 주택들. 3 환상적인 맛을 자랑하는 사란다 레스토랑의 갑오징어 캐비아 요리. 4 팔마의 앤티크숍 사 코스타. 5 푸로비치의 맛있는 칵테일, 6 팔마에 위치한 작가 로렌소의 집. 7 팔마의 카페 안티쿠아리에 걸린 매력적인 작품들.

절대적 휴양지, 마요르카
마요르카는 이제 누가 뭐라 해도 세계인이 찾는 최고의 휴양지가 되었다. 마요르카는 197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뉴 마요르카’로의 변신을 시도했는데, 그 흥미로운 흔적은 다름 아닌 숙박 시설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84년, 라 레시덴시아(La Residencia)가 문을 열기 전까지 손 비다(Son Vida)와 호텔 포르멘토르(Hotel Formentor)를 제외하고는 마요르카에는 탐나는 숙박 시설이 전무했던 게 사실이다. 손 네트(Son Net)와 세인트 레지스 마르다발(St. Regis Mardavall)이 그 뒤를 이었고, 이후 새로운 호텔이 앞다투어 마요르카에 둥지를 틀었다. 진정한 의미의 ‘뉴 마요르카’
는 지금 시끌벅적하고 저렴한 휴가지에서 지중해의 가장 고급스러운 은둔처로 변모하는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스페인에 불어 닥친 불경기와는 관계없이, 2013년은 마요르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해였고, 늘 그래왔듯 빠른 행동을 보여준 건 부유층이었다. 러시아와 스칸디나비아의 재력가들뿐만 아니라 마요르카에 남다른 애정을 쏟아온 독일인과 영국인들이 기존의 부동산을 기꺼이 떠맡았으며, 오픈을 앞두고 있는 근사한 호텔들의 고객임을 자처했다. 이제 이 섬은 무려 22개의 5성급 호텔과 25개의 ‘시골형 딜럭스(Rural Deluxe)’ 호텔을 거느리게 되었다.
마요르카를 제대로 알기 위해 먼저 발레아레스 제도와 마요르카의 수도이자 중심지인 팔마(Palma)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100여 년간 수많은 호텔이 바로 이곳 팔마에 문을 열었으니 말이다. 오래된 고성과 수녀원을 개조한 숙박 시설이 많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팔마만의 색깔이 만들어졌다. 팔라시오 카 사 할레사(Palacio Ca Sa Galesa), 산 로렌소(San Lorenzo), 칸벤트 데 라 미시오(Convent de la Missio), 푸로(Puro), 트레스(Tres), 그리고 산타 클라라(Santa Clara) 등의 호텔을 지난 몇 년간 눈여겨봐왔지만 이번에는 17세기의 저택을 아름답게 복원한 칸 세라(Can Cera)를 선택했다. 오래된 건축과 모던한 디자인이 이루어내는 조화에 완전히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호텔의 오너이기도 한 미구엘 콘데 모라헤스와 그녀의 어머니 세셀리아 콘데 모라헤스, 그리고 건축가 아내 크리스티나 마르티의 남다른 감각은 투박한 타일 바닥, 섬에서 직접 만든 앤티크 가구와 대담한 현대 미술 작품을 통해 여지없이 드러난다.
다음 날, 나는 팔마의 또 다른 부티크 호텔 중 하나인 브론도 아키텍트(Brondo Architect)로 이동했다. 이곳은 디자인 마니아들은 열광할 만하지만 그렇지 않은 투숙객들에겐 거슬릴 것 투성이인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오래된 바닥을 그대로 살리고 복고풍 가구와 에스닉한 카펫, 모던한 조명을 조화시킨 센스가 돋보이지만 마감이 벗겨진 벽돌이 그대로 드러난 신관, 친절하지 않은 직원의 서비스는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브론도 아키텍트는 아늑한 호텔이라기보다는 디자인 쇼룸이라고 보는 게 현명할 듯하다.
지난여름, 팔마에 지은 수많은 호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바로 호텔 코르트(Hotel Cort)였다. 발레아레스 의회당 바로 맞은편, 팔마의 가장 매력적인 광장에 위치한 이 스위트룸에 들어서자마자 스페인 출신의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라사로 로사-비올란(Lazaro Rosa-Violan)의 작품임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에 마린 테마를 더하고, 마요르카 타일과 패브릭으로 발레아레스 고유의 색을 지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칵테일과 오이스터 바, 널찍한 테라스 레스토랑, 그리고 루프탑 라운지도 갖춘 매력적인 공간이 아닐 수 없었다.최근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또 하나의 호텔은 19세기에 지은 칼라트라바(Calatrava)다. 칸 세라를 작업한 바르셀로나 출신 디자이너 그룹이 레노베이션한 작품으로 피쿠스 나무가 어우러진 작은 공원 안에 위치하고 있다. 지붕 테라스에서는 대성당, 벨베르 성(Bellver Castle), 팔마 만, 동쪽으로는 캅 블랑크(Cap Blanc)까지 훤히 내려다볼 수 있어 그야말로 ‘지중해의 파노라마’를 선사한다.

1 칼라트라바 호텔의 멋스러운 레스토랑. 2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카스텔 손 클라레트 호텔. 3 아드리아노 항구 선착장에 자리 잡은 요트. 4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라 포라다의 전경. 5브론도 아키텍트 호텔의 레스토랑

1 칼라트라바 호텔의 멋스러운 레스토랑. 2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카스텔 손 클라레트 호텔. 3 아드리아노 항구 선착장에 자리 잡은 요트. 4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라 포라다의 전경. 5브론도 아키텍트 호텔의 레스토랑

마요르카의 새로운 호텔들은 때론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저가 리조트 단지 마할루프(Magaluf)는 가벼운 하룻밤 상대를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기도 했지만 1970년대 아파트 단지를 세련된 마을로 바꾸는 변신을 감행했고, 덕분에 마할루프 해변에는 스페인의 호텔 체인 멜리아(Melia)의 4성급 리조트 비치 하우스(Beach House)와 같은 미니멀리스트풍의 호텔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게 되었다. 이것은 마요르카의 럭셔리 리조트뿐만 아니라 저가 호텔들 역시 ‘뉴 마요르카’로의 변신에 동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새로운 트렌드를 따르는 장소 역시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비사의 클럽을 한결 조용하고 느슨한 마요르카의 여름 분위기에 맞게 변형시킨 비치 클럽이 대표적인 예다. 팔마의 푸로비치(Purobeach), 아니마(Anima), 그리고 환상적인 자리에 위치한 나소 비치(Nassau Beach)의 성공에 힘입어 마이애미, 생트로페, 코사무이 등에 여러 지점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 니키 비치(Nikki Beach)가 이곳에 클럽을 오픈했다.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또 다른 트렌드는 작은 방을 몇 개만 갖춘 아담한 규모의 빌리지 호텔이다. 알하이다 프티트 호텔(Algaida Petit Hotel), 알라로(Alaro)의 칸 베이아(Can Beia), 그리고 갓 문을 연 유비(Llubi)의 다이카(DaiCa)를 훌륭한 예로 꼽을 수 있겠다. 다이카는 여러 미슐랭 레스토랑을 거친 스타 셰프 카테리나 피에라스가 오픈한 레스토랑이자 빌리지 호텔로 방은 단 세 개뿐이지만 예약이 어려울 만큼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고급 스파를 곁들인 컨트리 스타일 호텔의 등장도 빠뜨리면 섭섭하다. 낡은 시골의 대저택을 칭하는 마요르카 단어 ‘포세시오(Possessio)’를 재해석한 사 카바나(Sa Cabana)는 고급 스파 호텔로 훌륭하게 변신했다. 폰트 산타 호텔(Font Santa Hotel)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의 시작은 호텔이 아닌 스파가 먼저였다. 땅에서 솟아오르는 38℃의 유황 온천 덕분에 이 호텔은 2012년 4월, 리뉴얼 오픈과 동시에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감각적이면서 모던한 인테리어는 낡은 온천의 칙칙한 분위기를 한번에 바꿔놓았고 거기에 사람의 손때가 타지 않은 에스 트렝크(Es Trenc) 해변가를 등지고 있어 전원의 평온함과 여유로움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훌륭했으니 말이다. 따뜻한 늦여름, 햇살을 받아 거울처럼 반짝이는 소금 사막과 그 뒤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고요한 적막을 깨트리는 것은 물새들과 매미들의 울음소리뿐이었다.

예스러움과 현대의 공존
이러한 변화를 기다렸다는 듯 마요르카에서의 특별한 휴식을 원하는 관광객 역시 늘고 있다. 5성급 럭셔리 호텔 카스텔 손 클라레트(Castell Son Claret) 호텔은 이제 손 비다(Son Vida), 캅 로카트(Cap Rocat), 후메이라 포르트 소예르(Jumeirah Port Soller) 등의 마요르카 최고급 호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지난 25년간 마요르카의 가장 듬직한 항구 역할을 담당한 푸에르토 포르탈(Puerto Portal)에 견줄 만한 에너지 넘치는 장소로, 무려 9만6천 유로를 투입한 아드리아노 항구도 둘러봐야 할 장소다. 이 항구에 새옷을 입힌 주인공은 다름 아닌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필립 스탁이다. 배를 매어두기 위해 설치한 기둥인 계선주만 보고도 필립 스탁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작고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손 클라레트는 불경기의 수렁에 빠진 나라의 땅이라는 걸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거대하다. 농장, 숲, 정원을 아우르는 대지는 무려 40만 평이나 된다. 개인 소유 토지로는 마르요카에서 가장 큰 규모로 독일인 억만장자 클라우스 – 미하엘 퀴네(Klaus-Michael Kuhne)가 주인이다. 퀴네의 회사 휴가지로 사용되던 이 15세기 고성은 레노베이션을 거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화려한 럭셔리 호텔로 변신했다. 뮌헨 출신의 디자이너 다닐로 실버스트린(Danilo Silverstrin)이 담당한 극도로 화려한 인테리어는 대리석, 사암, 목재, 가죽, 유리를 요령껏 결합해 ‘클래식한 고급스러움’의 정점을 보여준다. 무성하게 우거진 정원과 과수원은 페르난도 페레스-아레야노(Fernando Perez-Arellano) 셰프의 주방으로 부지런히 소환된다. 덕분에 그가 운영하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사란다(Zaranda)에서의 음식은 단연코 마요르카 최고의 음식으로 기억된다. 가장 놀라운 점은 제아무리 훌륭한 인테리어도 짙은 대지가 뿜어내는 엄청난 에너지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Hot Hotels on Mallorca

칸 세라(Can Cera)
팔마에게 붙는 ‘마요르카 껍질 속의 작고 귀여운 열매’라는 비유는 구시가지에 위치한 이 멋진 팔리시오(Palacio) 덕분에 더욱 실감난다. 벽시계가 조용히 움직이고 풍성한 카펫이 바닥을 뒤덮은 17세기 저택은 딱 기분 좋을 정도로 오래된 시간의 향으로 가득하다. 주소 Calle Convent Sant Francesc 8,www.cancerahotel.com

브론도 아키텍트(Brondo Architect)
건축 전문지 에 게재될 법한 과감한 디자인을 시도한 팔마의 첫 번째 호텔이다. 각 방은 유명한 현대 건축가에게 헌정되었으며 스타일과 안락함 또한 제각각이다. 레스토랑은 마요르카에서 가장 펑키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며 런치 메뉴 역시 훌륭하다. 주소 Calle Can Brondo 4, www.brondoarchitect.com

칼라트라바(Calatrava)
아직은 다소 황량하지만 그만큼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팔마의 칼라트라바 지역은 이 아름다운 호텔과 함께 새로운 운명을 맞았다. 오션뷰를 갖춘 스위트룸 8개가 특히 인상적이다. 주소 Placa Llorenc Villalonga 8,www.boutiquehotelcalatrava.com

호텔 코르트(Hotel Cort)
오래전 입지를 단단히 다졌지만 그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 트레스(Tres)의 자매 호텔로, 팔마 구시가지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총 16개의 객실을 갖췄고 아래층 테라스에 위치한 레스토랑은 광장을 내려다보는 근사한 뷰를 자랑한다. 주소 Placa de Cort 11, www.hotelcort.com

알하이다 프티트 호텔(Algaida Pet it Hotel)
진짜 마요르카 스타일의 호텔이 바로 여기 있다. 알하이다 마을의 아담한 돌집에 소박하지만 예쁜 객실과 감귤 나무가 우거진 정원, 그리고 수영장이 숨어 있다. 주소 Calle Ribera 1, www.algaidahotel.com

다이카(DaiCa)
카테리나 피에라스와 그녀의 남편 다비드 리바스가 운영하는 이 작은 호텔에는 객실이 단 세 개뿐이라 ‘부티크 호텔’이라는 표현조차 과장되게 들릴 정도다. 호텔의 하이라이트는 무화과빵과 서양배를 곁들인 새끼돼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주소 Calle Nou 8, Llubi, www.daica.es

사 카바나(Sa Cabana)
모로코인 가족이 운영하는 사 카바나는 정원, 무화과나무, 아몬드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잠드는 밤은 무척이나 근사하다. 주소 Palma-Alcudia highway, km 19.9 Consell, www.hotelsacabana.com

폰트 산타 호텔(Font Santa Hotel)
아름답게 복원된 스파 리조트, 폰트 산타 호텔의 주인은 카냐멜(Canyamel)에 위치한 칸 시모네타(Can Simoneta)의 주인이기도 하다. 근처의 에스 트렝크에서 제조하는 소금을 활용해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도 있다. 주소 Palma-Alcudia highway, Campos-Colonia de Sant Jordi highway, km 8.2, www.fontsantahotel.com

카스텔 손 클라레트(Castell Son Claret)
귀족적 화려함과 고즈넉한 예스러움이 만난, 최근 마요르카에서 문을 연 호텔 중 가장 멋진 호텔이라 할 수 있다. 유명인들의 저택을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한 조경 전문가 타티아나 본 그리에스하임이 가꾼 정원을 놓치지 말 것. 주소 Es Capdella-Galilea highway, km 1.7, Es Capdella, www.castellsonclaret.com

후메이라 포르트 소예르(Jumeirah Port Soller)
어촌 마을 포르트 데 소예르(Port de Soller)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위치한 5성급 호텔로 최상급의 스파 시설을 갖췄다. 주소 Calle Belgica, www.jumeira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