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만난 남자들에게 서울에 대해 물었다. 서울에서 태어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이들은 서울에서 가장 흥미로운 남자들이다. 당신은 왜 이 도시에 머물고 있나.

“방배동은 지루해요. 원래 경복궁역 쪽에 살았는데 거기는 주변에 뭐가 많았어요. 경복궁 근처를 산책하는 게 좋았어요. 동네와 그 동네만의 정서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생각 없이 그냥 걷는 것을 좋아해요.”

 

MC로 불리는 래퍼들은 어딘가 위험천만한 매력이 있다. 갱스터이거나 혹은 날라리이거나. 언젠가 우리에게 상처를 줄 것 같은 남자들이다. 하지만 매드클라운은 다르다. 마치 도서관에서 갓 나온 것 같은 이 남자는 말간 얼굴을 하고, 촬영할 때는 어색한 웃음을 뿌려댄다. 그러나 MC로 돌아가면 아나운서보다 정확한 발음으로 특유의 ‘귀에 때려박는’ 랩을 뱉어낸다. 그는 음악으로 하고 싶은 말이 여전히 많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작정 서울 어딘가를 걷는 것이다.

 
당신은 서울 남자인가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 돌아왔어요. 그리고 다시 캐나다, 미국에서 지내다 다시 한국에 살고 있죠. 지금은 회사 근처인 방배동에 살아요.

당신의 서울 동네는 어떤가요? 
방배동은 지루해요. 원래 경복궁역 쪽에 살았는데, 삼청동길과 청와대길을 걷는 게 좋았어요. 깨끗하고 나무가 많아서 산책 코스로 좋아요. 동네와 그 동네만의 정서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생각 없이 그냥 걷는 것을 좋아해서 그곳을 좋아했죠.

당신에게 ‘서울의 소리’는 무엇인가요?  
자동차 소리. 도로에 자동차가 달리고 이따금씩 경적소리가 들리는 것.

앞으로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동네가 있나요?
어릴 적에는 홍대 쪽에 살고 싶었는데 지금은 나이 먹으니까 시끌시끌한 곳을 피하게 되더군요. 요즘 이태원에서 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한강 잠수교 쪽 잠원동. 자전거 타고 자주 왔다 갔다 해요. 로드바이크 타고 방배에서 한강까지 가곤 해요.

강남과 강북 중에서는 강북을 선호하나요? 
처음 강남으로 넘어올 때 느낀 점이 있어요. 청담동같은 부촌에 가면 왠지 위화감이 들고 ‘나는 여기 섞일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뭔가 사람을 움츠러들게 하는 게 있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제일 좋아하는 곳은 역시 광화문 그 동네죠.

서울에서 없애고 싶은 게 있나요?
황사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서울은 영감을 주는 도시인가요?
딱히 없어요. 그래서 서울이 지루한 것 같기도 해요. 영감을 주는 건 읽은 책이나 영화나 일상의 사소한 것들, 예전 경험들이죠.

만약에 외국인 친구에게 서울을 설명한다면?
굳이 오겠다면 한강, 남산, 이태원, 노량진 수산 시장에 데려가겠어요.

‘이곳에서 꿈을 꾸고, 이곳에서 꿈을 이루고’라는 가사가 있는데 이곳은 서울인가요?
그 가사를 썼을 때 ‘이곳’은 서울이었어요. 제가 서울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꿈’이라는 자체를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고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에요. 너무 추상적인 단어라서 그런 게 실제로 나한테 있었나 싶기도 하죠. 그냥 그때그때 좋은 걸 하다 보니 지금 이런 걸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의욕 없이 들리나요?

<개그콘서트>에서 당신의 모습과 곡을 패러디한 캐릭터 ‘기리클라 운’이 나올 정도로 성공하지 않았나요? 
사실 김기리와는 친구예요. 하지만 그 코너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본 적은 없지만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늘 새 음원 ‘털어’가 차트에 오르고, 하루 종일 검색어에 올랐죠. 
같은 회사에 소속된 몬스타엑스의 ‘주헌’과 함께한 곡이에요. 주헌이 랩을 되게 잘해요. 그 친구랑 뭔가 해보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작업을 해서 나온 곡인데 음원만 발매하고 활동은 하지 않을 예정이에요. 그 친구가 바쁘기도 하지만, 사실 욕이 많아서 심의가 안 나요.

당신을 <쇼미더머니>의 가장 성공한 래퍼라고 하더군요. 우승은 못했으나 가장 큰 수혜자라는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대중적 관심을 많이 받았고 제 캐릭터가 생겼으니까. 저는 그 쇼가 재미있었어요. 대기 시간도 정말 길고, 녹화 시간도 길고 촬영하는 동안 고생을 많이 하긴 했는데 즐거웠어요.

굉장한 노력파라 별명이 ‘연습벌레 조동림’, ‘힙합 손석희’라던데요? 
하하. 아니에요. 연습이라기보다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죠. 발음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랩을 한 적은 없는데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죠.

서울에서 같이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은 누구죠? 
최근에는 십센치의 권정열 씨가 괜찮은 것 같아요. 그분이 가사를 쓰는 정서를 너무 좋아해요. 키치하고 재미있어요. 저와 잘 맞을 거 같아요. 올해는 미니 정규 앨범을 낼 생각이고, 제대로 된 앨범 단위의 협업도 하고 싶어요.

뮤지션은 늘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제가 변해야 한다고 해서 변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변하는 거 같다는 게 맞는 말일 거예요. 살다 보면 사람이 다 변하듯, 시간적 환경적 요소와 주변 사람들 때문에도 그렇고 생각도 계속 바뀌고요.

그렇다면 작년과 가장 달라진 점은?
작년까지만 해도 아무래도 장르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그쪽으로 더 깊게 해보려는 욕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좋은 대중가요를 더 해보고 싶어요. 전에는 대중가요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대중가요라는 건 되게 평범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가 특별하게 다가오게 만드는 것 아닌가 싶어요. 좋은 대중가요가 사람들한테 영향을 줄 수 있는 에너지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되고, 그래서 좋은 대중가요, 좋은 곡을 만들고 싶어요.

팬들 중에는 회사를 옮겨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뭐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죠. 대부분의 의견은 그런 것일 텐데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변화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니까.

요즘 갖고 싶은 물건은? 
새로 나온 닌텐도.

지금 쓰고 있는 곡은 무엇인가요? 
가사 라인이 하나 나온 게 있어서 아까 매니저한테 들려줬어요. ‘뛰뛰빵빵 뛰뛰빵빵 사랑의 교통사고.’ 다들 웃는데 나는 굉장히 진지하게 작업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