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는 서강준을 만났다. 스물셋, 이 잘생긴 배우는 그간의 맑고 뽀얀 얼굴을 벗고, 다른 모습을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다.

스웨터는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데뷔 2년도 채 되지 않은 남자 배우 중에서 서강준처럼 빠르게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이는 드물다. 10대들의 판타지에 부합하는 꽃미남 오빠, 혹은 누나들의 연하남으로 소비될 거라는 예측은 문소리와 호흡을 맞춘 <드라마 페스티벌 – 하늘재 살인사건>에서 보여준 진중한 연기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에게 도전이었던 50부짜리 사극 <화정>이 후반부로 숨가쁘게 달려가는 지금, 서강준의 이름은 다시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 순위를 차지했다. 인기 웹툰 원작의 <치즈인더트랩> 백인호 역에 낙점됐다는 소식이었다. 서강준은 다시 한 번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구심을 담담히 인지하고 있다. “아직 저를 못 믿는 분들이 계시죠. 어서 그 불안감을 없애고 싶어요.” 여전히 소년 같은 얼굴로, 서강준이 힘주어 말했다. 
  
페이크 타투 문구로 ‘Sunset’을 골랐어요. 이유가 뭐예요?
힘들거나 지칠 때 석양을 보면 풀릴 때가 많아서요. 
  
일을 시작하면서 생긴 버릇인가요? 
데뷔를 하고 한창 정신없을 때였어요. 석양이 주는 정서가 있잖아요. 문득 해가 질 때 밖을 봤는데 시간이 멈춘 것 같으면서 위로가 되더라고요. ‘밥이 맛있어서 힘이 난다’는 의미로 인스타그램에 ‘오늘 밥은 석양 맛이었다’라고 쓰기도 하고. 팬들은 그래서 저를 ‘석양준’이라고 불러요, 하하. 
  
일을 시작할 무렵에는 내가 뭘 하는지 잘 모를 때가 많죠. 지금은 좀 익숙해졌나요? 
맞아요. 데뷔 초에는 내가 뭘 하는 중이라는 인식은 있어도 정말 정신이 없었거든요. 지금은 내가 이걸 하러 가고 있구나, 이런 걸 했구나, 벌써 저녁이 됐구나. 이런 식으로 주변을 느낄 수 있게 됐어요.
  
9월이면 이제 데뷔한 지 딱 2년이 돼요. 오히려 뭣 모르고 했던 처음보다 힘든 점도 있지 않아요? 
여러 번 해서 친숙해진 건 있죠. 그런데 뭘 하든 같이 일하는 사람도 다르고, 장소도, 내용도 다르다 보니까 진짜로 익숙해지거나 하진 않아요. 오히려 두려웠던 예전보다 요즘은 재미를 알아가는 것 같아요. 
  
<화정>은 처음으로 도전한 사극이에요. 좋은 기회이지만 부담도 됐을 텐데, 그래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뭐였어요?
부담스러워도 욕심을 부려야 하는 역할이었어요. 홍주원이라는 인물은 아무도 연기한 사람이 없어요. 실존 인물이지만 어떤 사람인지 아무도 모르고,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거니까 내가 새롭게 만들어내면 그게 바로 홍주원이 되겠구나 하는 욕심이 있었는데 큰코다쳤죠.

 

 

티셔츠는 쟈딕앤볼테르(Zadig&Voltaire).바이커 재킷은 제이쿠(J Koo). 팬츠는 릭 오웬스(Rick Owens). 첼시 부츠는 로베르 끌레제리(Robert Clergerie).

  
초반부에 연기력 논란이 좀 있긴 했죠.
정말 뜨끔했거든요. <앙큼한 돌싱녀>나 <가족끼리 왜 이래>의 호흡이 일상적이라면 사극은 정서 자체가 극적이에요. 현대극하고 비슷하게 생각하고, 촬영했는데 제가 나온 모습을 보니까 혼자 너무 이상한 거예요. 다른 배우 분들하고 다른 연기를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처음보다는 나아진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작품이든 이게 아닌데,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하는 느낌은 있었어요. <화정>이 유독 심하고요. 
  
스스로 만족했던 작품은 있어요?   
개봉 예정인 옴니버스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요. 아직 편집본도 보지 못했지만 약간 귀여운 반항아 역할을 맡았거든요. 촬영한 부분을 보면서 ‘이 부분이 조금 아쉬웠는데 다시 할까?’, 그러면 저도 ‘네 저도 아쉬웠어요’ 하는 식으로 맞춰가는 과정이 보람 있더라고요. 
  
참 좋은 눈빛을 가졌어요. 예능 <천생연분2>에서 여자 출연자에게 ‘벽치기’를 할 때 얼굴이 정말 가까워지는데 눈 한 번 깜빡 안 하더군요. 자신감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눈빛이라고 생각했어요. 
상대방의 심박수가 높아지면 상품을 줬거든요. 어떻게 하지? 하다가 벽치기를 시도했죠. 그런데 그때 하니 누나가 연기인데도 제 표정이 무서웠다고 했어요. 
  
무서웠다니, 무슨 의미였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칭찬인지, 아닌지. 

 데님 재킷은 팜앤젤스 바이 쿤(Palm Angels by Koon).

데뷔 때부터 ‘연하남’ 타이틀을 꾸준히 지키고 있는데 귀여운 연하남이 아니라 듬직한 연하남 느낌이에요. 눈빛도 거기에 한몫한 것 같아요. 
저는 연하남이라고 불리는 건 좋아요. 제가 93년생이니까 지금 그런 타이틀 붙는 거고,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히 사라질 거잖아요. 누릴 수 있을 때 누리려고요. 
  
완전 애교 많은 연하남 역할은 어때요?
좋은데 제 성격하고 너무 달라서요. 계속 듬직한 연하남을 맡겠습니다! 
  
웹툰 <치즈인더트랩>에 백인호 역할로 캐스팅됐어요. 캐스팅마다 화제가 되는 작품이죠.  
오늘 감독님하고 미팅을 했어요. 기획할 때부터 저를 생각하셨대요. 
  
또 어떤 이야기를 들었나요?
제가 욕심이 많아 보이나 봐요. 조금 더 놀아라, 연기를 할 때 현장에서 계획 없이 느낌 가는 대로 해봐라, 그렇게 하려면 네가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많이 공감했어요.
  
본인이 왜 그렇게 보였던 것 같아요? 욕심이 많아요? 
그런 면이 보이나 봐요. 욕심이 너무 없어도 안 되지만 조금 더 풀어지고, 자유롭기 위해서는 편해질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당신이 그동안 했던 역할과 백인호의 캐릭터가 달라서 걱정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래서 더 기대를 하기도 해요.  
아직은 <화정>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인호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 없어요. 저를 아직 못 믿는 분들도 많이 계시잖아요. 그런 반응에 상처받지는 않지만 빨리 연기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나죠. 아, 감독님이 욕심 부리지 말라고 하셨는데 자꾸…. 
  
욕심이 많은 게 맞네요! 원래 웹툰은 챙겨 보는 편이에요?
1, 2년 전만 해도 굉장히 많이 봤어요. 포털 사이트마다 쫓아다니며 재미있는 건 다 찾아봤고, <치즈인더트랩>은 최근 다시 정주행을 시작했죠.   
 

카디건은 문수권(Munsoo Kwon). 팬츠는 플락진(Plac Jeans). 슈즈는 로베르 끌레제리.

  
주목받는 신인 배우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걸 많이 시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뿐 아니라 웹드라마나 스타캐스트, 그리고 네이버 V앱 같은 것도 새롭잖아요. 90년대생에게는 이런 게 자연스러운가요?

하, 제가 옛날 세대를 살아본 건 아니라서 90년대생이라서 자연스러운 건지 모르겠어요. 좀 의아하긴 해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좋은 기회를 많이 얻고 있다는 생각은 들죠. 서프라이즈 멤버들과 소속사에게 항상 감사할 따름입니다!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V앱은 개인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부담스럽지 않아요?
에이, 자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아니고 평소 생활에서 10분, 20분을 할애하는 건 걸요. 아직 첫 방송도 안 했지만 팬들과 즉석에서 소통하는 거라 아주 즐거울 것 같아요. 사인회나 팬 카페를 제외하면 팬들과 만날 기회가 없어서 갈증이 있어요. 
  
당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건 어떤 느낌이에요?
노메이크업 상태에서 팬들을 만나면 부끄럽긴 해요. 그런데 저는 알아봐주시는 게 좋아요. 사람들이 날 지켜보고 있는 게 좋은 걸 보면…. 천직인가? 
  
어릴 때도 그랬어요?
어릴 때는 숫기도 없고, 정말 소심했어요. 그런데 그때도 주목받는 건 싫어하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이 지목해서 주목받으면 너무 창피한데, 제가 원해서 몇백 명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하는 건 할 수 있는…. 뭐가 다른지 아시죠?
  
알 것 같아요. 93년생이면 친구들은 이제 군대 제대할 나이예요. 이 일을 하면서 친구들과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저는 제가 그냥 스물세 살인 것 같아요. 더 어른스러워져야겠다는 마음도 없고, 그냥 이 정도면 내 나이에 맞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해요. 이렇게 계속 커서 나이 먹었을 때 나잇값 하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 싶죠. 
  
어떤 게 어른 같은 어른일까요?
사람이 좀 힘들거나 피곤하면 자기 중심적인 면이 나오잖아요. 평소에는 없다가도 며칠 밤을 새운 상황이면 주변을 살피기 힘들기도 하고. 그런데 저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걸 자꾸 생각하려고 해요.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몇 살이 된다고 해서 딱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닌 것 같고요. 뭐, 일단 지금은 어리니까! 
  
2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어요. 일주일 정도 스케줄이 없다면 뭘 하고 싶어요?
일주일 동안 아무 일도 없는 거예요? 일주일 동안 완전 자유라는 의미인 거죠? 그럼 바로 해외에 갈 거예요. 지금 가장 빠른 비행기 뭔지 확인하고, 호텔만 예약해둔 채 바로 날아갈 것 같아요. 어떤 나라인지도 상관없어요. 가서 할 것도 없고, 재미없을 수도 있지만 해외에 가는 것 자체가 마음의 휴식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해외에 가고 싶은 이유는 뭐예요?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고, 지금 상황에 정말 감사해요. 그런데 이제까지 해온 일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도 갖고 싶어요. 일하면서 제 자신에게 유입되는 게 진짜 많거든요. 그걸 정리할 시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요. 
  
일주일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딱 좋아요.  
  
아까 일하면서 배운 게 많다고 했어요. 어떤 걸 배웠나요? 
정말 많아요. 연기하는 방법부터 인간관계, 태도 모두 배우죠. 저보다 나이 많은 분들을 주로 만나다 보니 배우는 게 너무 많은데…. 음, 제가 꼭 하나를 짚어서 말씀드려야 하는 거죠?
  
인터뷰 기술은 확실히 배웠네요! 
낯을 심하게 가렸는데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말하는 게 익숙해졌어요. 말하는 재미, 대화를 나누는 재미도 찾았고요. 이렇게 바뀌어가는 제 모습이 좋아요. 이제는  다가가고 싶어 하는 마음만큼 실제로 다가갈 줄도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