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서늘해지지만 연우진의 얼굴과 그 이름은 더 선명해졌다. 단지 영화 <터널3D>와 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을 순조롭게 마쳤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다양한 캐릭터로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증명한 결과다. 그는 우리가 아침, 점심, 저녁 모두 함께하고 싶은 남자다.

티셔츠는 코데즈컴바인 베이직 플러스(Codes Combine Basic Plus). 카디건은 시스템옴므(System Homme). 팬츠는 장광효 카루소 (Chang Kwang Hyo Caruso). 시계는 가가밀라노(Gaga Milano).

티셔츠는 코데즈컴바인 베이직 플러스(Codes Combine Basic Plus). 카디건은 시스템옴므(System Homme). 팬츠는 장광효 카루소 (Chang Kwang Hyo Caruso). 시계는 가가밀라노(Gaga Milano).

 

 

당신을 인터뷰한다고 했더니 다들 ‘사귀고 싶은 남자’라던데요!  

예? 하하하. 고맙습니다.     

인터뷰 테이블에 앉으니 촬영할 때와 달리 어색해하네요?    

연기 외적으로 하는 일은 아직까지도 낯설어요. 그나마 화보 촬영은 괜찮아요. 연기하듯이 하면 되니까. 그런데 인터뷰나 예능처럼 저를 드러내는 것은 아직도 어색해요. <라디오 스타>는 정말 진땀을 뺐죠. 인간적으로 매력이 없기 때문에….   

매력이 없다니요. 다들 사귀고 싶은 남자라고 했다니까요. 

아직은 사람들 앞에서 다른 캐릭터의 탈을 쓰는 게 더 쉬운 것 같아요.   

<연애 말고 결혼>을 막 끝냈죠. 공기태 역은, 또 물 만난 물고기 같더군요. 이 캐릭터를 잘 소화할 거라는 자신이 있었어요? 

장르나 특성을 가리지 않아요. 캐릭터에 대한 변화나 변신은 제가 연기를 하는 이유이고 꿈이에요.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부터 좋았어요.   

어떤 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흔히들 얘기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드라마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캐릭터의 조합이 무척 신선했어요.    

촬영장 분위기가 아주 좋았을 것 같아요. 청춘의 한복판에 있는 배 우들이 만들어내는 활기가 엿보였어요.  

감독님이 정말 편안하신 분이에요. 이번 드라마는 젊은 여섯 명의 배우가 현장에서 어떤 에너지를 발산하느냐,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내느냐가 관건이었다고 볼 수도 있는데, 잘 표현한다면 분명히 성공할거라 확신했어요. 감독님은 그 중추적인 역할을 제가 해주기를 바랐고요. 그래서 저는 연기보다 어떻게 하면 배우들과 잘 어울릴까를 고민했어요.   

금세 친해졌나요? 

처음에는 리더 역할을 해볼까 싶기도 했지만, 그건 정말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이더라고요. 각자의 에너지가 있는 친구들이 모이니까 또 다른 에피 소드가 나오고, 주제와 소재가 나오니까 좋은 놀이터가 된 것 같아요. 물론 그 장은 감독님이 만들어주셨죠.

우리나라에서 로맨틱 코미디는 판타지 장르에 가깝잖아요. 그만큼 비현실적이지만, <연애 말고 결혼>은 그 안에 현실을 담았죠. 정자 기증 같은 무리한 설정도 공기태가 잘 받아주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웠어요. 

제 공으로 내세울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처음에 수위 조절을 잘하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오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모자란 부분이 있을 수 있고요. 포인트를 잘 잡으려고 했어요.    

매회 에피소드가 하나씩 있는 형식이었죠?

전 그 점이 가장 좋았어요. 어떻게 보면 짧은 단막극의 연속이라고 할까. 그런 것들이 큰 주제 아래에서 잘 어우러졌던 것 같아요. 

 

터틀넥 스웨터는 그레이하운드 (Greyhound). 팬츠는 (System Homme). 슈즈는 손신발(Sonshinbal).  

터틀넥 스웨터는 그레이하운드 (Greyhound). 팬츠는 (System Homme). 슈즈는 손신발(Sonshinbal).

 

 

“나는 영원을 믿지도 않고, 믿어서도 안 되지만 너하고는 영원한 사랑 한번 시작해볼게”라고 공기태는 프러포즈를 하죠. 제가 기억하는 한 가장 매력적인 프러포즈예요.

한마디로 주장미라는 인물을 통해서 공기태가 갖고 있던 트라우마를 다 깨고, 저의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는 여자를 만난 이야기죠. 그런 것들을 작가님이 잘 써주셨어요.    

공기태가 주장미를 통해 많이 변했다고 한 것처럼 당신도 공기태를 통해서 어떤 틀을 깨기도 했어요? 

제가 인터뷰를 할 때는 점잖게, 나긋나긋하게 얘기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거든요. 연기하는 게 참 재미있는 게,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잖아요. 그런데 그게 다 제게 있는 모습들이에요. 그걸 좀 더 극대화하거나 또 어떤 역할에서는 굉장히 작게 포장을 하고요.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들을 보면 분명히 제 안에 있던 모습들이에요. 또 다른 자아라고 할까요?    

어떤 점이 가장 비슷하던가요? 

닮은 부분이 꽤 있어요. 이를테면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마음? 누구한테 간섭받는 걸 싫어하는 편이에요. 큰 테두리 안에서 혼자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싶고, 자유롭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누구의 이해를 바라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걸 즐겨요. 제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기도 해요. 그래서 공기태가 하는 초반 대사들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어요.   

특히 어떤 대사가 기억에 남아요? 

장미한테 하는 대사인데 “남자는 0 아니면 1이다.” 남자라면 모두 다 공감 할 거예요.    

이 드라마를 통해 연우진이라는 배우가 가진 밝은 모습을 볼 수 있 었죠. 지금도 분명 숨겨놓은 흥이 있는 것 같아요. 

남들이 이해 못하는 흥이긴 하지만 저만의 흥이 있어요. 그런 흥을 저는 좋아합니다. 현장에서도 그걸 주체하지 못했는데, 초반에는 같이 연기하는 친구들이 무척 당황스러워하더라고요. 나중에는 그 친구들도 동화되어서, 제 흥을 재미있어 하기도 했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런 흥을 유지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하하, 그 흥은 어디서 볼 수 있어요? 

촬영장이나 술자리, 제가 편한 사람들과 있을 때요.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거나…. 나중에는 사람들이 막 보여달라고 해요. 생각난다고. 한그루나 정진운, 한선화 같은 친구들은 잘 알 거예요. 처음에는 왜 이러나 싶었지만 나중에는 웃고 있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드라마에서 본 것 같기도 해요. 

감독님이 제 춤을 좀 써보고 싶어 했어요. 제가 장미와 사귀기 시작하면서 흥에 취하는 장면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은 지문에는 전혀 없었고, 애드리브로 몇 장면을 이어갔죠.   

 

스웨터는 맥큐(McQ). 팬츠는 시스템옴므.

스웨터는 맥큐(McQ). 팬츠는 시스템옴므.

 

 

당신은 알려진 것처럼 공대생이었고, 배우로 데뷔하기 전에 모델 활동을 한 게 전부잖아요. 하지만 마치 연극 무대를 즐기는 사람처럼 안정감이 있어요. 따로 연기를 배운 적이 있나요? 

전 절대로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늘 배운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연기 선생님을 모시거나 연기 연습을 하지는 않아요.  

데뷔가 좀 늦은 편이죠. 좀 더 빨리 연기를 했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만약 제가 강릉이 아닌 서울에서 지냈다면 중고등학교 때부터 일찍 그 길을 택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녔고, 아버지가 교사세요. 그런 분위기에서 자라다 보니 제가 갖고 있던 열정이 나중에야 터졌다고 할까요? 굉장히 후회스러운 점이에요.     

어떤 점이 가장 후회스러웠어요?  

왜 더 일찍 내가 원하는 길을 찾지 않았나. 제2의 사춘기가 온 것처럼, 스무 살 때부터 많이 방황한 것 같아요. 그래서 군대를 일찍 갔고, 군대에 2년 있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죠.    

군대, 일찍 잘 다녀왔다 싶죠? 

그럼요. 제 인생에서 잘한 결정 중 하나예요. 그래서 소속사에서 저와 계약한 게 아닐까요? 복학 뒤에는 전공보다 연극영화과 수업을 많이 들었고, 편입을 할까, 전과를 할까, 아니면 학교를 때려 치울까 고민이 많았어요. 영화과에서 제가 하고 싶던 것을 배우기 시작했죠. 다행히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고, 영화를 정말 많이 봤어요. 그러면서 표현의 욕구라고 할까, 그런 것들이 막 생기더라고요.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는 것 같은데요?

맞아요. 지금도 늘 고민이에요. 지금 좋은 평가를 들어도 단정 짓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도 늘 변할 수 있는 내 모습을 찾고 싶고, 그런 것들에 대한 싸움의 연속일 것 같아요. 좋은 평가는 나중에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보여드려야 할 것이 더 많아요.   

연기에 대해서는 굉장히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한 역할들이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죠. 퀴어 영화인 <친구 사이>도 그랬고, <아랑 사또전>이나 <남자가 사랑할 때>도 그랬죠. 

새로운 역할에 대한 걱정과 도전, 그런 에너지가 가슴속에서 끓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이 나이에 인생에, 시간에 쫓길 필요는 없잖아요. 어쨌든 요즘 행복해요.    

배우 중에는 내가 이 역할을 하면 어떻게 보일까 고민하느라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요. 당신은요? 

나중에는 그런 고민도 할 수 있겠죠. 고민은 늘 바뀌더라고요.    

요즘 고민은 뭐예요? 

‘연기를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결국 다시 연기로 돌아가네요. 

굉장히 소모적인 일이기는 해요.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고, 주위 사람들도 제 스케줄로 인해 많이 힘들죠.    

자신 안에 있는 어떤 것들을 확대해서 쏟아내고 나면 당신은 어떻게  충전하나요? 

<남자가 사랑할 때>가 끝나고 나서는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뭔가 잘 안 되는 것 같고, 한계가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은 것 이 해소됐죠. 어머니의 말씀을 꼭 기억해두려고 해요. ‘너무 잡으려고 하 지 마라, 뭘 자꾸 하려고 하지 마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못 미친다는 느낌으로 즐겨라.’ 백 퍼센트 정답은 아니겠지만, 느낌은 알 것 같아요. 

 

티셔츠와 카디건은 김서롱 옴므(Kimseoryong Homme). 슈즈는 손신발.

티셔츠와 카디건은 김서롱 옴므(Kimseoryong Homme). 슈즈는 손신발.

 

 

배우 연우진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뭐예요?

요즘은 가족과 친구들이죠. 내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그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요. 내가 하고 싶은 것, 제 길을 찾은 거잖아요. 그게 처음엔 무척 좋았어요. 아, 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구나. 내가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는구나. 난 참 행운아다. 무척 행복한 거예요. 그런데 그건 일차적인 행복이더라고요. 그럼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또 고민을 하는 거죠. 그런데 그건 또 주위 사람들인 것 같아요. 제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주위 사람들이 좋아하고. 내 사람들, 내 가족들이 행복해한다면, 그게 너무 좋아요.    

여배우뿐만 아니라 남자배우와도 호흡이 좋은데, 비결이 있어요? 

제가 또 행운아라고 느끼는 게 지금까지 작품을 해오면서 정말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난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일종의 화학작용이라고 할까? 그런 것들이 표현되는 게 아닐까요?    

겸손한 사람들이 주로 자기가 인복이 많다고 표현하던데….

하하. 그런데 전 정말 인복이 많은 것 같아요. 

엄청나게 비열한 역할과 엄청나게 멋있는 역할이 있다면 어느 걸 선 택하겠어요?

어려운 질문인데, 빠른 시일 안에 둘 다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미간에 흉터가 하나 있어요. 어릴 때 수두를 심하게 앓은 흉터죠. 주변에서 없애지 않겠냐고 많이 이야기해요. 그렇다면 비열한 역을 먼저 해서 이 흉터를 한번 활용하고 싶어요.    

그 다음에는 흉터를 지우고 변신?  

의학적으로 싹, 흉터가 치료된다면, 멋있는 역을 할 때는 단정한 모습으로 할 수도 있겠죠? 어쨌든 둘 다 해야 해요.    

오늘 촬영에 음식이 많이 등장했는데, 당신은 미식가인가요? 

음식 정말 좋아해요. 평소에 주위 사람들과 같이 맛집 찾아 다니는 걸 좋아해요. 하지만 마냥 그렇게 먹을 수는 없죠. 요즘은 살이 찌면 얼굴이 먼저 쪄요.    

와, 그거 여자들이 정말 바라는 건데요. 

체중 관리를 안 할 수는 없지만 맛있는 걸 먹는 건,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라는 건 부인하지 않겠어요.      

오, 연기와 가족 다음으로 세 번째 행복의 조건을 찾았네요. 식당에 서 알아보는 시선에 조금 익숙해졌어요?  

저 혼자만 있을 때는 괜찮은데, 가족들과 다닐 때는 조금 더 조심하려고  해요. 연기자로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지만 내 사생활을 침해하지 마라, 이런 것은 아니거든요. 대중이 시선을 보내준다는 것에 대해서 늘 감사해요.    

직접 요리도 해요? 

아니요. 요리는 설거지하기 귀찮아서 안 해요. 옛날에 자취할 때나 좀 했죠. 제가 좀 게으른 편이에요. 전 혼자 있으면 안 될 스타일이에요. 옆에 서 누군가 조금 ‘케어’를 해줘야지.   

밥이랑 잠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할 때는 뭘 선택해요?

잠이요. 배고플 때 연기가 더 잘돼요. 촬영이 끝나고 맛있는 걸 먹죠.    

다음 작품을 위해 운동해야 한다면서요? 

음, 아마도 내일부터요. 그래도 맛있는 음식을 포기할 수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