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콧대 높은 백화점도 ‘직구’족을 위해 구매대행을 하기 시작했다.

세상은 넓고 살 것은 많다. 직구의 세계를 지배하는 잠언이 있다면 제1항은 이 문장으로 시작할 것이다. 그렇다면 제2항은’ 직구를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직구를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가 아닐까. 나의 첫 직구는 매치스패션에서 구입한 이자벨 마랑의 드레스였다. 싸게 사려는 욕심보다 한국에서 품절된 사이즈를 구하기 위함이었다. 관세를 지불하고도 백화점 매장가보다 40만원 정도 차이가 났다. 지금도 꺼내 입을 때마다 ‘고맙다, 매치스’라고 잊지 않고 말한다. 특히 육아로 여유가 없는 엄마들은 직구 없이는 못 살게 된다고 한다. 메르스 사태는 이 직구를 더욱 부추겼다. 백화점에 가느니 차라리 직구나 하겠다는 것. “아마존, 다이퍼스, 갭, 카터스에서 아기 용품을 사요. 세일을 하지 않아도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20~30% 저렴한 데다 세일을 하면 더 저렴해지죠. 또 프로모션 기간에 할인 코드 쿠폰까지 쓰면 국내 절반 가격에 살 수 있어요.” 건강 식품을 판매하는 아이허브나, 파리를 방문한 한국인들의 성지인 몽쥬약국은 이곳 제품에 대한 전문 블로거가 있을 정도다. 이 블로거들이 좋다고 후기를 올리면 그 제품은 바로 솔드아웃된다.

진정한 ‘직구족’은 ‘역직구족’일지도 모른다. 해외 직구족은 국내에 들어오지 않거나, 국내보다 저렴한 해외 제품을 선호하지만 ‘역직구족은 우리나라가 해외 수출한 전자 제품을 노린다. 삼성, 엘지의 제품이 해외에서 더 저렴하게 팔리는 경우를 이용한 것으로 국내보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선택의 폭이 좁은 자전거, 바이크 용품도 남자들이 선호하는 직구 아이템이다. 마니아층이 두터웠던 아마존과 길트는 직접 한국에 진출했다. 이에 백화점 등 기존 유통업체들은 이 직구족을 배척하느니, 껴안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2층 해외직구 전용매장 비트윈을 낸 것이다. 유럽 최대 직구사이트 아소스와 손잡고 직구 제품을 직접 보고 주문할 수 있다. 직구의 세상은 더 넓어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