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시대가 총출동한 2015년 가을/겨울 시즌의 핵심은 바로 맥시멀리즘. 빅토리아 시대의 기교, 1970년대의 히피 정신, 1980년대의 디스코 무드, 날것 그대로의 퍼까지 드라마틱한 12가지 트렌드 안내서가 여기 있다.

5 Arctic Fur   
여름 시즌의 트라이벌 무드가 가을/겨울 시즌 퍼 트렌드를 물들였다. 부피, 텍스처, 헤어의 길이 모두 날것 그대로 원시적인 퍼가 등장한 것. 원시적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하이 테크놀로지를 사용해 ‘쿠튀르’라 불러도 좋을 의상들이다. 디스퀘어드는 밍크와 폭스 등의 퍼 조각을 패치워크해 에스키모들이 입을 법한 퍼 후드의 코트를 선보였고, 랑방은 모로코의 민속 프린트, 베르베르족의 줄무늬를 조화한 룩에 풍성한 텍스처의 베스트를 제시했다. 풍성한 리얼 퍼 대신 머리부터 발끝까지 페이크 퍼로 중무장한 채, 한 마리 동물을 연상시킨 스텔라 맥카트니는 럭셔리한 페이크 퍼 아우터의 진화를 증명했다.

6 Patchwork Lux
지난여름을 뜨겁게 달군 1970년대는 여전히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더욱 세분화되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복고풍의 패치워크가 70년대를 대변한다. 가지각색의 소재와 컬러를 감각적으로 믹스한 패치워크 기법은 강력한 한방을 전한다. 에트로는 카펫, 벽지, 태피스트리, 18세기식 몰딩 장식 등 인테리어에서 영감을 받아 스웨이드, 가죽, 벨벳, 자카드 등 풍부한 텍스처의 소재를 조화했고  클로에는 같은 소재의 다양한 프린트의 조각을 이어 붙인 판초와 벨벳 스커트로 현실적인 모더니티를 제시했다.

7 Oh, My Miss

올겨울은 표독스럽게 못됐거나 한없이 사랑스럽거나 둘 중 하나. 극단적 태도의 줄타기를 즐겨야 한다. 중세풍의 블랙 우먼 축과 맞서 롤리타풍의 소녀 진영이 형성된 것. 이는 패션 아젠다를 이끄는 대표적인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의 선택이기도 하다. 캔디 컬러의 베이비 돌 드레스, 게다가 반짝이는 크리스털 브로치를 가득 단 소녀의 행렬은 달콤 반 에로틱 반 그 자체였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뮤즈 에밀리 루이 플뢰게를 모던한 섹시 심벌로 바꾼 발렌티노 컬렉션의 백미 역시 화이트 시스루 베이비 돌 드레스. 페티시를 자극하는 소녀들의 잔상은 에르뎀, 샤넬, 펜디, 돌체앤가바나,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컬렉션까지 달콤 살벌하게 이어진다.

 

8 Super Long Coat

코트는 바닥을 휩쓸고 다닐 만큼 길어졌고 그만큼 드라마틱해졌다. 올 시즌의 특징은 밀리터리 트렌드의 견고함이 더해져 장엄한 룩을 연출한다는 것. 물론 허리 라인을 강조해 여성성도 놓치지 않았다. 우선 맥시 코트의 챔피언은 클로에의 클레어 웨이트 겔러. 바닥까지 내려온 무통 코트와 시크의 정점을 찍는 멜턴 울 소재의 테일러드 밀리터리 코트는 안 사고는 못 배길 만큼 완벽하다. 캘빈 클라인이 선보인 가죽 소재 더블브레스티드 롱 코트, 넉넉한 허리를 바짝 조여 드라마틱한 실루엣을 연출한 드리스 반 노튼의 젠틀 우먼 롱 코트, 존 갈리아노의 삐딱한 관능을 담은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울 코트도 주목할 것. 올 시즌 맥시 코트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쿨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