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루어> 창간 11주년을 특별하게 기억하기 위해서 11명의 디자이너와 11명의 모델이 팀을 이뤄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각각의 스타일에 맞춰 완성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옷과 액세서리에는 <얼루어>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울 소재 크롭트 톱은 이혜승 × 로우 클래식(Lee Hye Seung × Low Classic). 스커트와 슈즈, 반지 모두 로우 클래식(Low Classic).

울 소재 크롭트 톱은 이혜승 × 로우 클래식(Lee Hye Seung × Low Classic). 스커트와 슈즈, 반지 모두 로우 클래식(Low Classic).

이혜승 + 로우 클래식
모델 이혜승과 로우 클래식의 이명신은 소문난 절친이다. 이명신에게 협업 프로젝트를 제안할 때 마침 이혜승과 함께 있었고, 둘은 자연스레 의기투합했다. 이들에게 이번 협업은 즐거운 놀이였다. 아이디어 회의가 있는 날에도 그들은 약속 시간보다 먼저 만나 열띠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혜승이에게 원하는 디자인을 생각해오라고 했더니 노트에 빼곡히 적어왔어요. 혜승이의 재발견이었죠.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 이렇게 컸다니 놀라워요.” 이명신은 노트를 보며 이혜승의 머릿속 실타래를 풀어갔다. “로우 클래식의 2014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눈여겨본 스커트가 있어요. 양쪽에 슬릿 장식이 있는 H 라인 스커트인데 그 스커트와 어울리는 상의를 만들어 마치 한 벌처럼 입고 싶었어요. 여기에 우리 둘이 좋아하는 요소를 하나씩 넣자고 했죠.” 이혜승은 스커트와 대비되는 실루엣을, 이명신은 헴라인을 짧게 하자는 의견을 내며 디자인을 구체화해나갔다. 낙낙한 실루엣의 크롭트 톱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디자이너는 장식을 화려하게 하기보다는 실루엣과 비율에 집중했다. 그 결과 크롭트 톱의 헴라인과 소매선, 그리고 네크라인이 조화를 이루었다. “처음에는 완성된 옷의 막연한 이미지만 가지고 시작했는데, 명신 언니 덕분에 차츰 그 상상이 실현되는 걸 보며 무척 신기했어요. 눈여겨본 그 스커트와 함께 입으니 요즘 레드카펫에 자주 등장하는 크롭트 드레스 같아요.” 디자이너 함께 지내다 보니 디자이너 수준의 눈썰미와 감각을 가지게 된 이혜승의 설명이다.

1 이혜승이 그려온 다양한 아이디어 스케치. 니트 스웨터부터 재킷까지 다양한 디자인을 가지고 왔다.
2 로우 클래식 사무실은 평소에도 이들의 아지트다. 이곳에서 둘이서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했다.
3 스포티한 무드를 여성스럽게 풀어낸 로우 클래식의 2014년 봄/여름 컬렉션들.
4 웃고 떠들다가도 막상 회의는 열정적으로 진행해 서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이명신과 이혜승.
5 함께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는두 사람이 만든 크롭트 톱.
6 로우 클래식은 얼마 전 수향, 먼데이 에디션 등 평소 친분이 있는 브랜드들과 협업해 로우 마켓을 진행했다.

나일론 소재 크롭트 톱은 카이(Kye), 밴드 패치워크 장식의 면 소재 스커트 팬츠는 백지원 × 카이(Beak Ji Won × Kye).

나일론 소재 크롭트 톱은 카이(Kye), 밴드 패치워크 장식의 면 소재 스커트 팬츠는 백지원 × 카이(Beak Ji Won × Kye).

백지원 + 카이
여느 뮤지션보다 뜨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디자이너 계한희. 그녀가 이끄는 카이는 론칭 3년 만에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일상을 고급 스트리트 패션으로 풀어내는 그녀의 의상을 제대로 표현해낼 모델을 찾다가 카이의 2014년 가을/겨울 룩북 촬영으로 이미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백지원과의 협업을 제안했다. 첫 만남은 신사동에 위치한 계한희의 작업실에서 이루어졌다. 블랙 티셔츠에 빨간색 체크 스커트를 입은 백지원의 옷차림을 보고서 계한희가 먼저 운을 뗐다. “레드 컬러 어때요? 지원이의 까만 피부가 매력적으로 보일 거예요.” 평소 레드 계열의 옷을 즐겨 입는다는 백지원은 스커트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지난 룩북 촬영 때 입은 옷 중에 마음에 꼭 드는 스커트가 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스커트 팬츠’예요. 쇼츠에 플리츠 장식을 덧댄 거였죠.” 계한희가 하얀 종이에 휘날리듯 능숙하게 스케치를 시작했다. “똑같은 건 재미없어요. 남들과 다른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장식이 있으면 좋겠어요.” 디자이너는 청춘의 아픈 상처를 치유한다는 의미를 담은 밴드 패치워크를 더할 것을 제안했다. 그 결과 좀 더 감각적인 스커트 팬츠가 완성됐다. 크롭트 톱에도, 티셔츠에 입어도 무척 세련돼 보인다.

1 카이의 2014년 가을/겨울 컬렉션 의상들. 강렬한 레드 컬러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2 디자인을 상의하기 위해 계한희의 작업실에 방문한 백지원. 서로 의견을 조율하며 디자인을 구상하고 있다.
3 밴드 패치워크를 더한 스커트 팬츠가 탄생했다. 앞에서 보면 플리츠 스커트, 뒤에서 보면 쇼츠처럼 보여 특별하다.
4 검은색 티셔츠와 빨간색 스커트를 입은 백지원의 일상복에서 디자인 영감을 떠올렸다.
5 미리 만들어 놓은 샘플을 사용해 사이즈를 측정하는 모습. 직접 착용 후, 사이즈 보완을 마쳤다.
6 빨간색도 채도와 명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원단 샘플을 하나씩 살피며 색상을 골랐다.

모직 소재 코트와 팬츠는 모두 김서룡(Kimseoryoung), 송아지 가죽 소재 플랫 샌들은 이현이 × 레이크넨(Lee Hyun Yi × Reike Nen).

모직 소재 코트와 팬츠는 모두 김서룡(Kimseoryoung), 송아지 가죽 소재 플랫 샌들은 이현이 × 레이크넨(Lee Hyun Yi × Reike Nen).

이현이 + 레이크넨
“레이크넨의 첫 번째 컬렉션 슈즈도 있어요.” 레이크넨 사무실에 붙여둔 슈즈 사진들을 보며 모델 이현이가 말했다. 사무실에 있는 다양한 샘플 슈즈를 보며 모델 이현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옷보다 구두를 더 좋아해요. 몇 년 전에 레이크넨의 슈즈를 신어본 후로 팬이 됐죠. 지금 신은 파란색 뱀피 슈즈도 레이크넨의 봄/여름 시즌 컬렉션이에요.” 2010년 론칭 이후, 패션 에디터와 모델 등 패션 인사이더들을 중심으로 주목을 받으며 단숨에 이름을 알린 디자이너 윤홍미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동안 스티브 J&요니 P 등 패션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진행했는데, 레이크넨의 슈즈를 좋아하는 모델과 함께하는 첫 번째 작업이라 긴장이 좀 되네요.” 처음 만났을 때에는 둘 다 낯을 가리는 성격때문에 서로 많이 어색해했다. 하지만 어떤 신발을 만들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런 어색함은 곧 사라졌다. 이현이가 플랫 샌들을 만들고 싶다고 하자, 윤홍미는 깔끔한 가죽 소재를 사용하고, 태슬 장식을 달 것을 제안했다. “발등 부분에 태슬 장식을 하면 발볼이 넓어 보이지 않을 거예요. 패턴이 있는 송아지가죽 소재를 사용해서 단조로움을 피했죠.” 완성된 플랫 샌들을 신은 모델 이현이는 캐주얼 룩부터 비즈니스 룩까지 어떤 스타일에나 다 잘 어울리는 만능 아이템이라고 덧붙였다.

1 이현이와 레이크넨의 완성품! 점을 찍은 것 같은 독특한 패턴의 회색 플랫 샌들이 탄생했다.
2 이제 막 샘플 작업을 마친 따끈따끈한 레이크넨의 2014년 가을/겨울 컬렉션.
3 레이크넨의 쇼룸 한쪽에는 그동안 레이크넨에서 선보인 모든 신발 사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4 처음엔 메탈 컬러의 슈즈로 화려하게 만들려고 했던 이현이와 레이크넨의 디자이너 윤홍미.
5 첫 만남에서 이현이가 신고 온 레이크넨의 슈즈.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레이크넨 슈즈 중 하나다.
6 여러 번의 시행 착오 끝에 선정된 회색 송아지가죽과 최종 디자인 작업을 끝낸 플랫 슈즈의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