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루어> 창간 11주년을 특별하게 기억하기 위해서 11명의 디자이너와 11명의 모델이 팀을 이뤄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각각의 스타일에 맞춰 완성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옷과 액세서리에는 <얼루어>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데님 소재 스웨트 셔츠는 최준영  × 해프닝(Choi Jun Young × Happening), 코듀로이 소재 스커트는 해프닝(Happening), 소가죽 로퍼는 아쉬(Ash).

데님 소재 스웨트 셔츠는 최준영 × 해프닝(Choi Jun Young × Happening), 코듀로이 소재 스커트는 해프닝(Happening), 소가죽 로퍼는 아쉬(Ash).

최준영 + 해프닝
검은색 와이드 팬츠에 잘 재단된 롱 재킷을 입은 해프닝의 디자이너 차진주와 검은색 스키니 진에 흰색 티셔츠, 그리고 단정한 재킷을 걸친 모델 최준영. 이들이 첫 미팅을 위해 만났을 때 입은 옷은 묘하게 닮아 있었다. 사실 ‘해프닝’은 익숙한 이름이 아니다. 이제 론칭한 지 3개월을 갓 넘긴 신생 브랜드지만 10년 동안 구호의 수석 디자이너로 니트를 제외한 모든 의상을 책임졌던 디자이너 차진주의 경력은 믿음직하다. 해프닝의 옷이 간결하지만, 아방가르드 무드가 엿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취향이 비슷해 마음이 금방 통한 두 사람은 평소 최준영이 즐겨 입는 스웨트 셔츠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얼루어>로부터 프로젝트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트렌치 코트를 만들어볼까 했어요. 아니면 데님 소재를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준영이가 스웨트 셔츠가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볼륨 있는 소매로 만들면 세련된 스타일이 나올 것 같았어요.” 데님 원단은 재킷에 많이 쓰는 두께감이 있는 소재로 골랐다. 마지막으로 해프닝의 로고를 변형해 최준영의 영문 스펠링을 새겨 넣었다(로고 속에 숨겨진 최준영의 이름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제 이름이 들어가니 부끄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해요. 막상 완성된 옷을 보니 스케치로 그렸던 것보다 훨씬 예쁘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빳빳한 형태감도 좋구요.”

1 차진주가 처음에 의도했던 것은 트렌치 코트였다. 어떤 컬러로 만들 것인지에 대해 최준영에게 설명했다.
2 여러 번의 회의 끝에 둘이 내린 결론은 데님 소재의 스웨트 셔츠를 만드는 것. 이때 해프닝의 그래픽 로고를 덧붙였다
3 여러 번의 회의 끝에 둘이 내린 결론은 데님 소재의 스웨트 셔츠를 만드는 것. 이때 해프닝의 그래픽 로고를 덧붙였다.
4 최준영과 해프닝의 협업으로 완성된 데님 스웨트 셔츠. 빳빳한 데님 소재라 입었을 때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5 완벽한 테일러링을 바탕으로 세련된 의상을 선보이는 해프닝 2014년 봄/여름 컬렉션.
6 한남동 경리단길에 위치한 해프닝의 쇼룸은 통창을 통해 환한 빛이 들어와 분위기가 밝고 우아하다.

모헤어 소재 스웨터와 가죽 소재 쇼츠는 구찌(Gucci). 스웨이드와 송치 소재 스트랩 샌들은 주선영 × 지니킴(Ju Sun Young × Jinny Kim).

모헤어 소재 스웨터와 가죽 소재 쇼츠는 구찌(Gucci). 스웨이드와 송치 소재 스트랩 샌들은 주선영 × 지니킴(Ju Sun Young × Jinny Kim).

주선영 + 지니킴
“때론 순수하고 때론 강렬한 선영이의 팔색조 같은 모습을 보며 꽃망울을 터뜨리며 향기를 내뿜는 화려한 꽃을 떠올렸어요. 한 송이의 꽃에는 여린 속살부터 겉의 화려한 자태가 동시에 있잖아요. 주선영과 함께 지니킴의 슈즈에 그런 매력을 담아내고 싶었죠.” 많은 스타에게 사랑받는 슈즈 브랜드 지니킴을 대표하는 색은 핑크다. 지니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효진의 러브콜을 받은 주선영은 “지니킴의 하이힐은 착용감이 좋아 평소에도 즐겨 신었는데 함께 작업할 수 있어 무척 영광이에요”라며 흔쾌히 함께하기로 했다. 아이디어 회의는 얼마 전 오픈한 지니킴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이루어졌다. 주선영은 사탕가게에 온 어린아이처럼 연신 눈을 반짝이며 지니킴의 슈즈에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1층과 2층을 천천히 둘러보며 구두에 대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특별한 신발이니만큼 여자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는 하이힐이 제격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발등을 둥글게 감싸는 스트랩 샌들은 다른 디자인에 비해 착용감이 좋죠. 여기에 플랫폼을 더하면 편안하게 신을 수 있을 거예요.” 다양한 핑크 톤이 담겼으면 좋겠다는 주선영의 말에 파이톤 소재의 베이비 핑크와 송치 소재의 핫 핑크 컬러 소재를 함께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김효진은 LA 출장 중에도 주선영과 틈틈이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디자인을 조율했고, 그 결과 핑크의 글래머러스한 매력을 담은 세상에 하나뿐인 샌들이 탄생했다. “다리가 아파도 충분히 감수할 만한 멋진 디자인의 샌들이에요. 드레스업하고 파티에 갈 때에도,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을 때도 스타일을 근사하게 마무리하겠어요.” 주선영은 촬영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 신발을 벗지 않았다.

1 지니킴 플래그십 스토어의 가죽 샘플. 여러 가죽을 찬찬히 보면서 어떤 색상과 소재가 어울릴지 한참 고민했다.
2 지니킴은 주선영에게 구두의 기본적인 생산 과정이나 소재에 따른 디자인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3 다양한 아이디어가 오고간 뒤 최종적으로 발등을 감싸는 스트랩 샌들로 결정했다.
4 가지 질감의 가죽과 송치 소재에 비즈 장식까지 더한 특별한 하이힐이 탄생했다.
5 처음 만났지만 구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
6 지니킴의 샌들을 신고 온 주선영이 지니킴의 하이힐을 신어보며 착용감과 사이즈를 체크하는 모습.

소재 봄버 재킷은 고소현 × 제이쿠(Go So Hyun × J Koo). 폴리에스테르 소재 스커트는 제이쿠(J Koo).

소재 봄버 재킷은 고소현 × 제이쿠(Go So Hyun × J Koo). 폴리에스테르 소재 스커트는 제이쿠(J Koo).

고소현 + 제이쿠
7월 초에 종영한 패션 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솔드아웃2>를 본 적 있는지. 제이쿠는 <솔드아웃2>에서 위트 있는 입담과 실력으로 준우승을 차지한 디자이너 최진우와 그의 파트너이자 아내인 디자이너 구연주가 함께 진행하는 브랜드다. 함께 <솔드아웃2>에 참가한 모델 고소현은 “<솔드아웃2>에서 함께하며 최진우 실장님의 디자인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꼭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는데 그 기회가 일찍 찾아왔네요”라며 처음 하는 협업에 대한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11개 팀 중 마지막으로 회의를 했지만 열기만큼은 그 어떤 팀보다 뜨거웠다. 아이디어 뱅크 최진우는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쏟아냈고, 구연주는 차분하게 고소현의 이야기를 들으며 디자인을 구상했다. “이번 가을/겨울 컬렉션의 봄버 재킷이 인상적이었는데 조금 더 사이즈가 낙낙했으면 했어요.” 모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보이프렌드 핏의 봄버 재킷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고양이를 닮은 소현이의 얼굴에는 오히려 박시한 재킷이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지퍼와 패치워크 장식을 더해 더욱 투박하게 디자인했어요.” 협업 기간 동안 계속해서 메시지를 주고받고 만나서 회의도 하고, 심지어 회식도 함께하며 세 사람은 어느새 친한 친구가 되었다. 자주 만나니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추가됐다. 고소현이 키우는 고양이 ‘찌부’를 프린트한 패치를 더하고, 세 사람의 이니셜도 새겨 넣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봄버 재킷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1 몇 번에 걸친 아이디어 회의 끝에 채택된 봄버 재킷의 스케치. 여기에 세 사람만의 아이디어를 추가하기로 했다.
2 디자이너 최진우의 다채로운 아이디어와 입담으로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디자인 회의 현장.
3 봄버 재킷에 어울리는 소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원단 샘플을 보면서 소재의 느낌을 꼼꼼하게 살폈다.
4 고소현이 키우는 고양이 ‘찌부’와 세 사람의 이름이 새겨진 패치를 더해 완성한 봄버 재킷
5 사무실 입구에 놓인 제이쿠의 컬렉션 의상. 화려한 컬러와 패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6 모델 고소현과 디자이너 최진우, 구연주는 협업 후에는 돈독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면 소재 톱과 폴리에스테르 소재 드레스는 지현정 × 쇼콩트(Jee Hyun Jung × Chokonte).

면 소재 톱과 폴리에스테르 소재 드레스는 지현정 × 쇼콩트(Jee Hyun Jung × Chokonte).

지현정 + 쇼콩트
모델 지현정은 에스팀에서 진행하는 멀티숍 믹샵의 디렉터로 활약 중이다. 디자이너 선정부터 인테리어까지 관여하는 열혈 디렉터 지현정이 믹샵을 위해 가장 먼저 점찍어둔 브랜드가 바로 쇼콩트였다.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브랜드인데, 제 옷장으로 가져오고 싶은 옷이 가득했죠.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유능한 신진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 믹샵의 론칭 의도인데, 여기에 딱 맞는 브랜드였어요.” 디자이너 권세진이 2012년부터 전개하고 있는 쇼콩트는 움직일 때 특히 예쁜 옷을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많이 활용하는 디테일은 플리츠로 이번 시즌 ‘More than Words’라는 슬로건이 적힌 플리츠 드레스는 패션 피플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마치 약속한 것처럼 검은색 의상을 입고 만난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검정’을 골랐다. 색이 정해지자 그 다음은 일사천리였다. 봄/여름 시즌의 베스트셀러이자 지현정도 즐겨 입는 플리츠 드레스를 조금 색다르게 만들기로 했다. 개성 있으면서도 섬세함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지현정은 오버올을 변형하자고 제안했고, 권세진은 ‘More than Words’라는 문장을 스트랩으로 활용한 맥시 드레스를 스케치했다. 그리고 21일 후, 그 스케치보다 훨씬 멋진 의상이 완성되었다.

1 브랜드 시그니처 중 하나인 플리츠를 적극 반영하기로 한 드레스 스케치.
2 크롭트 톱과 오버올에서 영감받은 스트랩이 돋보이는 드레스가 만들어졌다.
3 평소 쇼콩트를 좋아하는 모델 지현정은 디자이너 권세진과 이번 시즌 컬렉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금세 친해졌다.
4 지현정이 말한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스케치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더욱 구체화하는 모습.
5 샘플로 가져온 플리츠 드레스로 허리 라인을 체크하면서 멋진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의견을 조율했다.
6 쇼콩트 사무실 벽을 장식하고 있는 2013년 가을/겨울 프레젠테이션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