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베리, 치아씨, 아사이베리. 이들은 진짜 신이 내린 기적의 식품일까, 아니면 놀라운 마케팅의 산물일까? 영양 전문가들과 함께 ‘슈퍼푸드’의 신화를 파헤친다.

사람들이 처음 ‘슈퍼푸드’에 열광하게 된 것은 마이클 반 스트라텐과 바바라 그릭스의 베스트셀러 <Superfoods>가 출간된 1990년대였다. 활성 산소를 제거하고 체내에 서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웰빙 식품에 슈퍼푸드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였고,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누구나 숨을 쉬면서 호흡을 하고, 이때 우리 몸으로 들어온 산소의 3~5%는 음식물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활성산소, 유해산소로 변한다. 누구에게나 필수적으로 발생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발생량도 늘어난다. 이렇게 발생한 유해산소는 몸속 세포의 저항력을 떨어뜨려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된다. 식품을 골라 먹는 것만으로 이러한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하니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 후 20여 년간 우리는 토마토와 블루베리, 브로콜리를 시작으로 치아씨, 고지베리, 헴프, 위트그라스, 아사이, 카뭇, 클로렐라, 아가베 등 이름마저도 다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리스트를 자랑하는 슈퍼푸드의 습격을 받아왔다. 영양 연구 분야의 권위자인 스티븐 프랫 박사가 세계적인 장수 지역인 그리스와 일본 오키나와의 식단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먹거리 14가지를 선정하여 저서 <난 슈퍼푸드를 먹는다>를 통해 다시 한 번 식탁 위에 슈퍼푸드 열풍을 불게 했고, <타임>지에서는 세계 10대 슈퍼푸드를 정해 이러한 관심에 정점을 찍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얼마 전 뷰티 매거진들에서는 일제히 버팔로베리라는 새로운 슈퍼푸드의 등장을 알렸다. 종류도 다양한 이 식품들이 슈퍼푸드로 불리는 이유는 비슷하다. 겉 보기에는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 체중 감량, 디톡스, 노화 방지 등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의 해답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더구나 현대식 농법으로 기른 음식이 과연 얼마만큼 영양가 있을지를 걱정하는 시대에 부족한 영양분까지 안전하게 보충해준다고 하니, 현대인들이 슈퍼푸드를 찾는 것은 이렇게 당연한 수순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엄선된 식물, 베리, 곡물이 어쩌면 마케팅 상술에 의해 탄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영국 영양학협회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61%의 사람들은 단순히 이들이 ‘슈퍼푸드’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음식, 또는 음료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마야인과 아즈텍인의 카카오나 잉카의 아마란스나 퀴노아 등 대부분의 슈퍼푸드는 고대 음식을 재발견한 것에 불과하다. 이국적인 이름에 수많은 효능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지만, 과연 먼 곳에서 수입한 별로 알려지지 않은 베리나 고대 문명의 음식이 효능이 있을 거라고 믿는 게 합리적일까? 게다가 이러한 슈퍼푸드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고대인들의 수명은 짧았다. 아즈텍인의 경우 평균 수명이 겨우 37년이었다. 식습관 이외의 주변 환경의 영향을 따지기에 앞서 엄밀히 말하면 이들이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당근이 들어간 닭고기 수프보다 퀴노아나 치아씨를 더 선호했을 거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어쩌면 채집이 쉬운 음식을 찾아 먹었을 뿐일지도 모른다. 기회만 있으면 물고기를 낚고 사냥을 한 것처럼 말이다.
“올바른 섭취만이 독약을 보양식으로 바꿀 수 있다”고 16세기 의사인 파라셀수스는 기록하고 있다. 그는 씨앗, 콩류, 곡물(이외에도 치아씨나 퀴노아처럼 ‘슈퍼’라는 부제를 단 모든 음식)이 자체 생존을 위한 일종의 보호 체계로 다량의 영양분 흡수 방해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이들을 너무 많이 섭취할 경우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키거나 영양분의 흡수를 저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곡물이나 콩을 섭취하는 것 자체가 유해하다는 것은 아니다. 일일권장량을 넘어 이들이 주 식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과민성대장증후군이나 이와 관련된 증상들, 또는 편두통과 피부 트러블 등이 있을 경우에는 이들을 피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과일 역시 마찬가지이다. 영국 의학저널에 따르면 50세 이상 성인들에게 하루에 사과 한 개를 섭취하게 하면 매년 심장마비, 뇌출혈 등 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8천 건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는 50세 이상 미복용자들에게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스타틴을 처방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얻는 것이다. 하지만 사과 역시 과다 복용할 경우 다량의 유기산으로 인해 위의 산도가 높아져 속쓰림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고, 당뇨환자의 경우 탄수화물과 당분이 많은 사과는 체내 포도당이 혈액에 축적되기 때문에 삼가야 할 과일로 분류되기도 한다. 사과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연구는 과일을 너무 많이 섭취할 경우 식욕이 증진되고 과당이 지방간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몸에 좋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과일조차 적정량을 지켜야만 건강에 좋은 것이다.
동굴에서 생활하던 선사시대 사람들의 식단을 응용한 식단에 관한 책 <팔레오 다이어트(The Paleo Diet)>의 저자인 로렌 콜데인 박사는 슈퍼푸드를 맹신하는 것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취한다. “치아씨, 퀴노아는 물론, 고지베리의 경우 화학 합성물질인 식이성 사포닌을 고농도로 함유한 음식 중 하나입니다. 제가 이들 슈퍼푸드에 대해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정의는 가급적 피하라는 거예요.” 권장 섭취량에 대한 뚜렷한 정의가 나오기 전까지 판단을 보류하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짜 ‘슈퍼푸드’인가? 2013년에 열린 기능의학회의 연구에서 열 명의 전문가가 12개의 슈퍼푸드를 선정했다. 아보카도, 시금치, 해조류, 석류, 블루베리, 브로콜리, 풀을 먹여 키운 소고기, 알래스카산 생(냉동이 아닌) 연어, 아몬드, 코코넛 오일, 올리브 오일, 녹차 등이 그 주인공. 하지만 전문가들은 슈퍼푸드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나의 식품군에 인체에 필요한 다양한 영양소를 충분히 함유하고 몸에 해로운 콜레스테롤을 함유하지 않아 몸의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것을 슈퍼푸드라 부르지만, 어떤 슈퍼푸드를 어떻게 요리해서 먹느냐보다 얼마만큼을 먹느냐는 것을 더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스티븐 프랫은 말한다. “여러분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도구가 바로 자신의 손에, 늘 먹는 그릇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때이다.” 몸에 좋지 않은 스트레스와 인스턴트, 패스트푸드 등이 늘어나는 만큼 몸에 좋다는 영양제와 슈퍼푸드도 넘쳐난다. 없어서 못 먹는 시대는 지났으니, 이제는 그 그릇의 양을 조절해야 할 때이다.

슈퍼푸드일까, 아닐까?
| 아보카도 |
특징 지방성분 함유량이 높아 식물계의 버터라고 불린다. 오메가3와 항산화 성분을 함유해 염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피부 세포의 콜라겐 합성을 도와 피부 탄력을 높인다.
슈퍼푸드 여부
주의 사항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섭취 후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 치아씨 |
특징 단백질, 오메가3 등 생선 지방에 많이 함유된 성분 외에도 위에서 젤라틴 형태로 부풀어 식욕을 억제하는 섬유질을 함유하고 있다.
슈퍼푸드 여부 ×
주의 사항 피테이트(특정 미네랄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는 산화 합성물질)와 사포닌 성분이 항염 작용을 하지만, 알레르기를 유발하기도 한다.

| 케일 |
특징 풍부한 비타민과 미네랄, 루테인 같은 식물성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슈퍼푸드 여부
주의 사항 날것이나 스무디 형태로 섭취하지 말 것. 십자화과 식물을 날것으로 섭취하면 갑상선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 착즙을 했을 때 나는 씁쓰름한 맛이 싫거든 대신 브로콜리를 섭취할 것!

| 아몬드 |
특징 하루 10g만 먹어도 마그네슘의 하루 권장량을 채울 수 있다. 비타민E를 다량 함유해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피토스테롤 성분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슈퍼푸드 여부
주의 사항 불포화지방을 함유하고 있다고 해서 많이 먹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칼로리와 지방이 많고 단백질과 섬유소는 적어 과다 섭취할 경우 골밀도가 떨어져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구운 것보다 생으로 먹는 게 좋다.

| 퀴노아 |
특징 굉장한 단백질 저장고이다. 여기에 미네랄, 비타민B까지 풍부하다.
슈퍼푸드 여부 ×
주의 사항 고단백질 식품이면서 동시에 사포닌과 렉틴(식물, 씨, 곡물에서 발견되는 소화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화합물) 함유량도 만만치 않다. 밀과 함께 섭취하면 교차오염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글루텐을 함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 퀴노아를 즐겨 먹는 편이라면 이따금 섭취할 것. 단, 육식을 하지 않아 메뉴 선택에 한계가 있다면 더 자주 섭취해도 좋다.

| 토마토 |
특징 저칼로리, 고섬유질 식품으로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비만과 노화를 예방한다. 토마토의 붉은 색소인 라이코펜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조금만 섭취해도 쉽게 포만감을 느껴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
슈퍼푸드 여부
주의 사항 산성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역류성 식도염을 악화시킬 수 있고, 덜 익은 푸른 토마토의 솔라닌 성분은 복통, 설사, 구토를 일으킬 수 있다.
| 아사이베리 |
특징 단백질, 섬유질, 필수 지방 및 비타민과 미네랄 등 블루베리보다 두 배가량 많은 산화방지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체중을 감소시키는 산 성분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퍼푸드 여부
주의 사항 팩에 주스 형태로 든 것을 피할 것. 마시기 전에 설탕을 과다 함유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볼 것. 아사이베리 분말 한 스푼을 물 한 컵에 타서 복용하는 것이 좋다.
| 고지베리 |
특징 산화방지제를 다량 함유, 젊음의 명약으로 불리는 식물이다.
슈퍼푸드 여부 ×
주의 사항 고지베리는 항산화 성분 외에도 사포닌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 관절염 환자는 고지베리보다 블루베리나 라즈베리, 딸기, 블랙베리 등의 산화방지제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맛도 이것들이 더 좋다.

| 블루베리 |
특징 비타민C와 섬유소,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 프테로스틸벤 성분은 체내에서 오래 머물며 항산화 효과를 주고, 신진대사를 높여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킨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노폐물 배출에도 도움을 준다.
슈퍼푸드 여부
주의 사항 성질이 찬 편이라 한꺼번에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보다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좋다.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당뇨 약을 복용 중인 환자는 저혈당이 나타날 수 있다.

| 녹차 |
특징 레몬의 5배나 되는 비타민C를 함유하고 있다. 항산화 효과가 있는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는 카테인 성분이 노화를 예방하고, 중성 지방의 체내 흡수를 방해해 체지방을 감소시킨다. 스트레스와 피로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슈퍼푸드 여부
주의 사항 재탕을 할 경우에는 카테킨이 산화돼 위를 자극할 수 있으니 한 번만 우리는 게 좋다. 타닌 성분이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빈혈이 있는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