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가부터 이유 없이 눈이 시리고 뻑뻑해 인공눈물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원인은 뜻밖에도 스마트폰에 있었다.

스마트폰과 사귄 지 올해로 3년째, 내 삶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TV보다 스마트폰을 먼저 켜고 밤새 카카오톡이 왔는지, 바깥 날씨가 어떤지부터 체크한다. 지하철이나 택시로 이동하는 중에도 책대신 스마트폰을 본 지 오래다. 스마트폰과의 동거는 자기 전까지 계속된다. 렌즈를 빼고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트위터를 하다 잠이 든다. 어두운 방에서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잠이 잘 온다. 수면 어플이 필요 없을 정도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눈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곱이 끼고 눈이 시려서 한참을 비비다 눈을 뜨곤 했다. 가끔은 눈 주변에 통증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회사에서도 모니터를 조금만 봐도 인공눈물이 필요할 만큼 눈이 건조해졌다. 찬바람이라도 불면 눈을 뜨지 못할 만큼 건조함이 심해졌다. 처음에는 날씨가 추워져 집이고 사무실이고 난방을 심하게 하는 탓에 공기가 건조해져서 그러는 줄 알았다. 하지만 가습기를 켜고 젖은 수건을 걸어놔도 증상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병원을 찾았는데 뜻밖의 얘기를 듣게 됐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눈의 피로도가 심해져 안구 건조증이 생겼다는 것이다. 원고 쓸 때처럼 몇 시간씩 모니터를 보는 것도 아니고 이동할 때나 자기 전에 잠깐씩 보는 건데 안구건조증까지 가져왔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안과 전문의 김진국은 “최근에 눈이 시리거나 뻑뻑한 적이 많다고 했는데 안구건조증의 대표적인 증상이에요. 안구건조증의 가장 큰 원인은 눈이 건조해진 탓인데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줄어든 게 그 원인 중 하나예요”라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눈의 깜빡임 횟수는 1분당 많게는 40~60회, 적게는 15~20회 정도인데 스마트폰을 보는 동안은 1분에 5회 정도로 40%이상 줄어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화면을 집중해서 응시하다 보면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줄어들 뿐 아니라 눈 속 근육에 힘을 많이 주어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특히 스마트폰은 화면이 작아 깨알처럼 작은 글씨를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보기 때문에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하는 모양체 근육이 수축하면서 먼 곳을 보아도 모양체 근육이 이완되지 않아 시야가 흐리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시력학회(American Academy of Optometry)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집중해서 볼 때 평균 거리가 32cm 이하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로 인해 눈의 피로가 심해지고 안구건조증과 근시 등 각종 안과 질환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고. 스마트폰의 글씨는 정말 깨알같이 작다. 언젠가 TV에서 쌀알에 글씨를 새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볼 때 본문 글씨 크기가 쌀알에 새긴 글씨보다 작으면 작았지 결코 크지 않다. 특히 스마트폰은 흔들리는 지하철이나 차 안처럼 이동 중에 보는 경우가 많고 잠자기 전처럼 어두운 곳에서 볼 때가 많아 눈의 피로도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 예전보다 시야가 흐려지고 시력이 떨어진 것 같다면서 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가 늘고 있어요. 검사를 해보면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노안이라는 결과가 나오곤 해요. 스마트폰을 볼 때 눈을 자주 찡그리거나 스마트폰을 보다 다른 곳을 볼 때 시야가 흐릿해진다면 눈이 굉장히 피로한 상태라는 증거예요. 이럴 때는 되도록 먼곳을 보고 눈을 자주 깜빡여 눈을 쉬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안과 전문의 이용재의 말이다. 요즘 들어 눈이 뻑뻑하게 느껴질 때마다 인공눈물을 넣었는데 혹시 눈에 나쁘진 않을까 걱정이 됐다. “인공눈물이 건조한 눈에 즉각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본인의 눈 상태에 대한 명확한 진단 없이 아무 인공 눈물이나 사서 남용하는 것은 문제예요. 처방을 받은 인공눈물을 제대로된 방법으로 사용해야 해요. 인공눈물을 넣을 때는 고개를 뒤로 젖혀 눈의 흰자에 점안하고 고루 흡수되도록 30초 정도 눈을 감고 있어야 해요. 방부제가 함유된 인공눈물은 하루 4회 이상 넣지 않아야 하며 가급적이면 방부제가 들어 있지 않은 일회용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아요. 인공눈물을 넣기 전 손을 깨끗이 씻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고요.” 그렇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스마트폰과 잠시 거리를 두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20분 이상 사용하지 않으며 평소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30cm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스마트폰과 전체 조명의 밝기를 되도록 비슷하게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안구건조증은 습도에 예민하기 때문에 집과 사무실의 습도를 60%이상 유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병원에 다녀온 뒤부터 스마트폰과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글씨가 너무 작아 눈의 피로를 가중시켰던 뉴스 어플을 아예 지워버리고 이동하는 중에는 스마트폰을 가방 깊숙이 넣었다. 집에 와서도 스마트폰을 침대에서 멀리 두고 스마트폰 알람 대신 알람시계를 머리맡에 두었다. 그 결과, 확실히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시리거나 뻑뻑한 증상이 차츰 사라졌고 수시로 넣던 인공눈물도 더 이상 찾지 않는다. 연인 사이는 아니지만 스마트폰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