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행복하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돌볼 줄 아는 디자이너 이선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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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의류 브랜드 ‘에이비윤’과 수영복 브랜드 ‘낭낭 스위밍’을 운영하고 있다.

운동할 때 입은 옷들이 예쁘더라. 수영복을 만들게 된 계기는?
건강해지기 위해 수영을 배우던 중 예쁜 수영복을 입고 싶어 만들었다. 실용적인 디테일과 좋아하는 컬러를 조합해서 만들어 입고 사진을 올렸는데, 인스타그램을 통해 문의가 와서 자연스럽게 판매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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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디자인한 수영복 ‘낭낭 스위밍’

 

운동을 좋아하는 것 같다. 
몸을 쓰면 잡생각이 없어지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래서 운동을 좋아한다.

요가도 하던데? 
어떻게 하면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지 배우고 싶어 명상과 요가를 하고 있다. 요가는 나를 찾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최근에는 명상에도 관심이 많다. 땀흘리고 나서 고요한 상태에서 눈을 감고 무언가에 집중하게 된다. 그날 느낀 점을 스스로 기록한달까.

명상을 하고 달라진 점이 있나? 
사소한 것에도 감정을 다치는 성격이었다. 그럴 때마다 우울함을 극복하고 싶었다.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몸이 건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복 말고 크래프트 마이 재킷도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 
수영복 위에 가볍게 걸칠 수 있는 옷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다. 광목에 오일 페인팅으로 그림을 그렸다. 원래 무지인데, 거기에 뭐든 그리면 재밌을 것 같아서.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마음 내키는 대로 낙서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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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마음대로 그림을 그릴 수도, 낙서를 할 수도 있는 에이비윤의 크래프트 마이 재킷.

손재주가 많은 것 같다. 
겁이 없어서 ‘이것저것 되겠지’ 하고 만든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또미의 작업장에 가보고 싶었다. 그곳에는 무엇이 있나? 
빈티지 가구, 벽에 걸 수 있는 것들, 컵, 깃털 등 잡다한 것이 모여 있다. 만물상 같다.

거의 빈티지 숍 수준이다. 판매도 하나?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니지만 나보다 더 내 물건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판매도 하고, 선물도 한다.

미니멀리스트는 아닌 것 같다.
비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예쁜 걸 모으는 건 아직 멈출 수가 없다. 대신 옷을 사는 것은 줄였다. 매일 새 옷을 사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를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찾고 있다. 옷 하나를 일주일 동안 다르게 입는 것이 생각보다 재미있다. 깨끗하게만 입으면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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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요가를 즐기는 이선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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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때 자주 가지고 다니는 넓은 챙모자, 낡은 여권지갑 그리고 여행지에서 구한 과일망으로 만든 선물 키트.

여행도 자주 다니는 것 같다. 가장 최근에 간 곳은? 
치앙마이를 다녀왔다.

한 달 살기인가? 
꼭 한 달을 살자는 건 아닌데, 원래 느리게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부분 계획 없이 떠난다.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운동도 하고 놀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에너지를 얻는다. 그러면 나를 더욱 잘 살필 수 있는 것 같다.

또 가보고 싶은 곳이 있나? 
모로코. 모로코는 온갖 색의 향연이 펼쳐진 곳이다. 앤티크하고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데 그곳에 가서 예쁜 것을 보면 행복할 것 같다. 꼭 가고 싶다.

이야기 중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다. 행복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지금 하는 모든 것은 행복하기 위해 시작한 것들이다.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닌데 좋은 사람인 척할 때가 많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려 할 때 더욱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번 나에게 솔직한 순간을 만드는 것이다. 솔직하고, 다른 사람이 맞춰놓지 않은 내 모습이 되는 것이 행복해지는 방법인 것 같다. 물론 현실엔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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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집과 수집한 아기자기한 소품.

나쁜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이 두렵지 않을까?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하는 인위적이고 소모적인 것들을 줄이면, 상대방의 말을 더 많이 들을 수 있다. 그렇게 거짓 없이 대화하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갖가지 이유로 우리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맞다. 내려놓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그럼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있나? 
명상, 솔직하게 행동하기, 운동, 많이 웃기, 즐거운 일 많이 만들기 등이다.

촬영하는 걸 보니 진짜 잘 웃더라. 쉬워 보이지만 또 어려운 것이다. 
마음을 내려놓으면 된다. 전에는 웃는 것도 부자연스러웠다. 작은 일에도 긴장하고. 대처능력이 떨어졌다고 할까? 하지만 지금은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해보고 싶은 거 있나?
스토리가 있는 작업을 할 예정이다. 평소 페인팅 작가 장우석님을 좋아해서 전부터 무언가 같이해보고 싶었는데, 곧 기회가 생길 것 같다. 아직은 구상 중이다.

스스로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있는 그대로를 좋아하는, 자연스럽고 행복한 사람. Peace(나는 평화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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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수영, 서핑 등을 즐기는 이선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