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음직스러운 과일의 껍질을 쓱쓱 벗겨 한입 크게 베어 문 것처럼. 말초신경이 깨어나는 상쾌한 스타일을 맛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극약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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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컬러 트렌드를 지배하는 것은 파스텔 컬러 팔레트지만, 아이템이 슈트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달콤한 캔디나 마카롱보다 자극적인, 싱그럽고 상큼한 열대 과일이 연상되는 프루티 컬러 슈트가 대세인 것. 푸크시아, 오렌지, 라임 등 컬러가 번갈아가며 유행을 일으킨 것이 몇 시즌째, 2019 봄/여름에는 이 같은 프루티 컬러 팔레트가 한데 모여 슈트를 경쾌하게 물들이고 있다. 그중 주요 컬러는 노란빛이 도는 미모사와 오렌지와 레몬 등 시트러스 계열이다. 최근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에스카다를 비롯해 구찌, 막스마라, 록산다, 에트로 등이 이 트렌드의 선두에 섰다. 2019 봄/여름 프루티 컬러 슈트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재킷과 팬츠, 이너가 한 컬러로 세트를 이룬다는 점이다. 보통 재킷과 팬츠의 컬러가 강할 때는 블랙&화이트 또는 누드톤 이너를 더해 넘치는 강렬함을 중화시키기 마련인데 이번 시즌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의 컬러로, 쉽게 말해서 ‘깔맞춤’을 시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컬렉션은 이번 시즌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올 슬로안과 함께 40주년 기념 컬렉션을 준비한 에스카다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노라 톡톡 튀는 컬러 팔레트를 1980~90년대 유행했던 실루엣에 입힌 에스카다. 과거에 심취해 엄마나 이모의 옷장에 걸려 있을 법한 옷을 만들었다는 혹평도 있었으나, 가방과 슈즈까지 아름다운 프루티 컬러 슈트 룩을 보여준 것만은 분명하다. 막스마라의 이언 그리피스는 막스마라만의 여성상을 재해석하며 시그니처인 뉴트럴톤 의상 가운데 프루티 컬러 슈트를 삽입, 다채로운 컬렉션을 완성했다. 기존 슈트 디자인이 아닌 재킷과 그리스 신화에 나올 법한 원숄더 드레스, 풋워머, 페플럼 등을 이용해 힘있는 여성성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는 부드러운 셰이프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이다. 각진 어깨보다는 둥글린 어깨, 재킷 끝선도 날카롭지 않은 곡선으로 마감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은유한다. 그도 아니면 러플, 스티치 등 디테일과 부드러운 소재의 움직임을 이용해 유연함을 강조했다. 화이트 스티치를 장식한 아딤은 직선으로 몸의 굴곡을 표현했고, 프라발 구룽은 칼라의 셰이프와 벌룬 소매의 주름 디테일을 이용해 그만의 여성성을 드러냈으며, 록산다는 랩 스타일의 재킷 여밈과 보색 대비의 스카프 디테일로 입체적인 슈트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세 번째는 다양한 길이의 팬츠가 세트를 이룬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재킷은 몸매가 심하게 드러나지 않는 낙낙한 품의 오버사이즈 디자인이 많은 편이다. 팬츠는 길고 와이드한 디자인, 복사뼈가 드러나는 발목 길이의 디자인, 이번 시즌 키 아이템으로 떠오른 무릎 길이의 버뮤다 팬츠까지 다양하게 선보인다. 팬츠의 디자인에 따라 매치하는 슈즈도 가지각색이다. 길고 와이드한 팬츠는 접어 올리지 말고 주름이 잡히는 그대로 스니커즈에 매치하고, 발목 근처 길이의 팬츠는 활동적인 로퍼나 펌프스와 함께, 그리고 짧은 팬츠는 보다 스포티한 샌들과 함께하면 스타일에 빈틈이 느껴지지 않을 것. 이번 시즌 대담하고도 우아한 스타일링을 원한다면 이 프루티 컬러 슈트를 기억하자. 모자나 목걸이, 귀고리와 같은 액세서리 매칭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이 스타일이 주는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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