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좁고 견고한 세계를 더 넓고 유연하게 바꿔주는 책. 그 책을 만드는 6명의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얼굴 사진 대신 직접 만든 책의 표지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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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편집자 | 서 효 인

<여수>로 대산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한 시인이자 <이게 다 야구 때문이라>, <잘 왔어 우리 딸>로 사랑받은 에세이스트. 민음사 한국문학팀의 편집자로 문학 단행본을 편집하며 동시에 격월간 <릿터>와 비평지 <크릿터>의 책임 편집을 맡고 있다.

출판사에서 일하게 된 계기 시인으로 등단 후 작품 활동을 하고는 있었으나 경제적으로는 불안하던 차에 이전 직장인 문학과지성사에서 구인 제안이 있었다. 당시에는 무엇이든 가릴 처지는 아니었으나 출판사에서 일을 하게 된 건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내가 하는 일 단행본과 정기간행물을 기획하고 만든다. 소설책, 시집, 에세이, 비평집 등 한국문학 거의 모든 장르에 다 관여하지만 지금 가장 주요하게 하고 있는 일은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를 만드는 일이다. 최근에 자매지 개념의 비평 무크지 <크릿터>도 책임 편집하게 되었다.
가장 많이 받는 오해 ‟야근 많죠?” 하는 걱정 어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직장인 평균치에 비하면 덜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야근은 급박한 마감을 앞둘 때에만 하려고 노력한다. 구체적으로는 한 달에 세네 번 정도다. 팀원들은 내가 일하거나 말거나 일이 끝나면 집에 가는데, 그것이 자랑이라면 자랑이다.
출판사가 있는 곳 많은 출판사가 파주에 있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는 강남 신사동에 있다. 불행하게도 내가 사는 곳은 파주다. 장점이라면 주로 서울이나 경기 남부에 사는 저자 혹은 관련 업체와 미팅이 편하다는 점이고 단점은 출퇴근에 하루의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점.
가장 기억에 남는 3권 <릿터> 창간호. 무슨 이유가 있겠나. 죽다 살아났으니 그걸로 되었다. 김혼비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안 읽은 사람은 많지만 읽고 나서 후회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정세랑 <보건교사 안은영> 최선을 다했다. 그 최선을 지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진이 잇고 있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읽어도 지겹지 않은 책 <백년의 고독>은 읽을 때마다 새롭고 멋지고 짜릿하다.
최근 1년간 나를 놀라게 한 책 <바르도의 링컨>을 읽고 아직까지도 소설로서 기분 좋은 쇼크를 받는 일이 가능하다는 걸 느꼈다.
가장 신날 때, 괴로울 때 책에 대한 좋은 반응이 SNS에 속속 올라올 때 신난다. 책과 저자에 대한 악평이 SNS에 속속 올라올 때 괴롭다.
독자 및 출판계에 바라는 점 출판계 동향과 그에 대한 논평을 50대 이상 남성에게 그만 물어보자.
일에 관한 한 가지 소원을 빌 수 있다면 여유롭게 회사 차려 독립할 수 있는 자본을 주소서. 큰 거 서른 장이면 될 듯합니다.
책과 관련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한 가지 자신의 원고에 대해 객관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극히 일부) 저자의 오만한 태도.
꿈의 서재가 있다면 내 앞으로 등기가 확실히 되어 있는 100평대 집의 두 번째 거실이 모조리 서재라면.
출판사에서 일하는 가장 큰 즐거움 책을 만든다는 점 자체. 문학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사실 그 전부. 이적의 ‘다행이다’를 들을 때마다 감정이 이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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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편집자 | 박 혜 진

젊은 평론가상을 받은 문학평론가다. 민음사 한국문학팀의 편집자로 <82년생 김지영>을 세상에 내놓은 주인공이다. 섬세한 문학적 감수성으로 문학과 동시대 독자의 평화로운 조우를 가능하게 한다.

출판사에서 일하게 된 계기 엘리노 비노리티의 <시칠리아에서의 대화>를 읽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반했다. 이런 책을 출판하는 집단에 나도 속하고 싶다고 생각한 게 시작이었다.
내가 하는 일 편집부에서 편집자로 일한다. 소설, 시, 에세이 등을 기획하고 작가로부터 원고가 들어오면 책으로 만드는 편집 전반을 진행한다. 편집 전반이라 함은 원고 피드백과 교정교열을 포함해 마케팅, 홍보까지를 아우르는 경우가 일반적.
가장 많이 받는 오해 책 만든다고 해서 독서가 특기는 아닙니다.
출판사가 있는 곳 신사동에 있다. 장점이라면, 강남에서 가깝고 단점이라면, 강남에 갈 일이 없다. 대부분의 작가 미팅이 강북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직접 작업에 참여한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3권
<배삼식 희곡집> 배삼식이라는 글자를 모던하게 만들 만큼 세련된 표지가 기억에 남는다. <딸에 대하여> 신춘문예 단편 보고 연락해서 계약한 김혜진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문단과 대중 모두에게 호평받은 작품인데, 작가의 처음부터 함께해서 그런지 기쁨이 남달랐다. <김수영 전집> 3판 여러 명의 편집자 선배들이 이 책을 만들다가 퇴사했다. 고비가 있었지만, 어쨌든 나는 안 나갔고 책은 나왔다.
아무리 읽어도 지겹지 않은 책 이성복 <그 여름의 끝>.
최근 1년간 나를 놀라게 한 책 김숨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가장 신날 때, 괴로울 때 작가가 탈고한 소설 원고를 보내줬는데 너무 재미있을 때 가장 신난다. 작가가 수정한 소설 원고를 보내줬는데 어디가 수정된 건지 알 수 없을 때 가장 괴롭다. 이걸 그대로 내야 할 것인가 다시 수정해달라고 할 것인가….
독자 및 출판계에 바라는 점 출판계에 다양한 독자 개발과 독자 지원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좋겠다.
일에 관해 한 가지 소원을 빌 수 있다면 노안을 막아주세요. 늙도록 책 읽고 싶습니다.
책과 관련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한 가지 내가 좋아하는 책의 절판.
꿈의 서재가 있다면 누군가 영원히 절판되지 않길 바라는 책들로 가득 채워진 서재.
출판사에서 일하는 가장 큰 즐거움 사무실이 조용하다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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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분야 편집자 | 양 춘 미 

자기계발서, 경제경영서, 학습서, 에세이 등을 만들다가 현재는 육아, 요리, 건강, 취미 등의 실용 분야 책을 기획하고 만든 베테랑 편집자. 네이버 블로그 ‘봄쌀만세’와 유튜브 ‘실용책방’을 운영하며 그동안의 노하우를 담은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 쓰기 기술>을 썼다.

출판사에서 일하게 된 계기 ‘새로운 건 없을까?’ ‘좀 더 재미있게 할 수는 없을까?’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력서를 내야 할 시절에 ‘기획’이 들어가면 다 찔러보았던 것 같아요. 결국 ‘출판기획’을 선택했다.
내가 하는 일 현재 단행본 종합 출판사에서 실용도서 브랜드 팀의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주로 취미, 운동, 육아, 요리, 인테리어 등의 도서를 만든다. 다시 말해 도서를 기획하고 저자를 찾아 계약을 맺고, 원고를 받아 편집하여 세상에 내놓는 일, 그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가장 많이 받는 오해 단순히 맞춤법만 고집하는 사람이라는 오해.
출판사가 있는 곳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 집과 거리가 가까워서 좋다. 그리고 작년부터 ‘탄력근무제’가 도입되어서 출퇴근이 자유로운 편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단점은 출판사 건물 자체가 워낙 오래되어서 겨울에는 손가락이 얼어서 자판을 두드리지 못할 정도로 춥다는 것.
가장 기억에 남는 3권 <한 그릇 뚝딱 이유식> 10만 부 이상 팔려 내가 만든 책 중에서 가장 많이 나간 스테디셀러다. 800쪽이 넘는 분량이라 만드는 동안 꽤 힘들었는데, 잘 나가니까 힘들었던 시간이 기억이 안 난다. <한 권으로 끝내는 초등학교 입학 준비> 투고 들어온 원고였는데, 읽자 마자 이거다 싶었다. 매년 개정판을 내는 책이다. <NEW 임신출산육아 대백과> 저자인 산부인과 전문의 류지원 선생님과 이 책을 만들면서 굉장히 친해져 국내 최초 임신출산육아 전문 팟캐스트 ‘맘맘맘’을 시작하게 되었다. 1월부터 SK브로드밴드 케이블 채널에 방송될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아무리 읽어도 지겹지 않은 책 많이 보면 다 지겨워진다.
최근 1년간 나를 놀라게 한 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아마 이 책을 회의 때 기획안으로 내밀었다면 분명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우울증 얘기가 팔리겠어?”, “대담 형식인데 팔리겠어?”
가장 신날 때, 괴로울 때 인쇄소에 최종 파일을 다 쏜 뒤 수일 내에 인쇄소에 인쇄감리를 가서 맛집을 찾아 점심을 먹는 그 순간은 마치 놀러 온 듯하다. 가장 괴로울 때는 독자들의 전화를 받을 때. 오탈자에 대한 항의를 할 때는 그래도 수긍이 되지만 전화에 대고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면 듣고 있기 괴롭다. 최근에는 요리책을 보고 전화한 독자가 “OO페이지에 있는 요리에 ‘무’가 들어가더라. 무가 남으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물었다.
독자 및 출판계에 바라는 점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사주시기를. 출판계에 계신 꼰대들은 싹 사라지길 바란다.
일에 관한 한 가지 소원을 빌 수 있다면 두툼한 교정지를 양손으로 잡고, 책상 위에 두 번 ‘탁탁’ 털면 오탈자 우두둑 떨어지게 해주세요.
책과 관련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한 가지 안 팔리는 것.
꿈의 서재가 있다면 그 서재 앞에서 하루 종일 책만 읽을 수 있는 여유의 시간이 주어지는 것. 책만 읽고 있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의 서재이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가장 큰 즐거움 책은 에디터라는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한다. 즉 나의 아이디어가 한 권의 책이 되어 내 손에 들어오는 모든 과정에 관여를 하니까 그 완제품(책)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지는 것 같다. 가장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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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편집자 | 장 선 정 

김영사의 문학 임프린트 비채의 편집장. 순문학부터 장르문학, 다양한 문화권의 문학까지 모두 아우른다. 아는 사람은 아는, 세계문학팀의 숨은 능력자.

출판사에서 일하게 된 계기 정말 우연히 시작했다. 그냥 책이라는 물건(?)을 좋아한 것밖에. 딱히 드라마틱한 계기는 없다.
내가 하는 일 크게 기획, 편집, 관리로 말할 수 있다. 어떤 책을 한국 독자에게 선보일지 선별하고 검토한다. 계약이 성사되면 번역자를 선정하고 한국어판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한다. 그후 편집을 전반적으로 디렉팅한다. 책이 탄생하면 판매를 위한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해당 실무자들과의 협업의 연속이다. 또한 상품으로서 부족함은 없는지 점검하고 중쇄 제작 시엔 더욱 온전한 상품이 되도록 보완하는 일도 중요하다.
가장 많이 받는 오해 무슨 일을 하냐는 질문에 책을 만든다고 답하면, 그러니까 결국 책을 쓰는 것이냐며 되묻곤 한다. 편집자가 하는 일을 설명하고 한번에 이해받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출판사가 있는 곳 드물게도 북촌에 있다. 광화문 교보문고라는 큰 서점도 가깝고. 정독도서관도 걸어서 다녀올 수 있다. 지하철역과도 가깝고 시내 한복판이다 보니 점심시간을 이용해 간단히 사적인 용무를 해결할 수도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3권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원제는 ‘북풍을 등지고’ 정도로 번역된다. 고심고심해서 한국어판 제목을 새로 붙였는데 로맨스력이 한층 상승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사람들의 의견은 실로 다양하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한 책인데, 10만이 넘는 독자와 교감하며 좋은 평을 얻은 한편, 항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전화의 이유는 “이렇게 재미없는 책 왜 출간했나?”였다. <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 이우일 작가의 유혹에 편집하는 내내 그곳이 궁금해 미칠 뻔했던 책. 출간하자마자 결국 난생처음 미국 여행에 나섰다.
아무리 읽어도 지겹지 않은 책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들. 그중에서도 <빵가게 재습격>, <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 여백 많은 스토리에 결말도 열려 있다 보니 읽을 때마다 독후감이 조금씩 다르다.
최근 1년간 나를 놀라게 한 책 찬호께이의 <13.67>, 일단 심하게 재미있어서 놀랐다. 이제까지 왜 중국(홍콩)과 대만 소설을 별로 안 읽었을까 반성했을 만큼 엄청난 작품이었다.
가장 신날 때, 괴로울 때 전자는 열심히 작업한 책이 독자들에게 진하게 또 길게 사랑받을 때 그리고 후자는 독자 손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창고에 머무르다가 결국 파쇄되는 도서 폐기 작업을 마주할 때.
독자 및 출판계에 바라는 점 줄 서서 먹는 맛집 소식이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것처럼, 출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물론이고 선뜻 사서 읽었다는 책 소식이 더 많아졌음 좋겠다.
일에 관한 한 가지 소원을 빌 수 있다면 책을 인쇄하기 전, 모든 오탈자가 내 눈에 띄기를!
책과 관련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한 가지 책이 물에 젖어 책 끝 어딘가가 얼룩얼룩 혹은 구불구불해지는 일. 아무리 좋아하는 책이라도 다시는 손이 잘 안 가게 된다.
꿈의 서재가 있다면 세상의 모든 책이 있다는, 보르헤스의 상상 속 바벨의 도서관.
출판사에서 일하는 가장 큰 즐거움 책에 둘러싸여 살면서 나보다 더 책을 잘 알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책 얘기를 하며 지내는 것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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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 박 연 미

그래픽 디자이너. 인하우스 북디자이너로 6년간 근무한 후 현재는 다양한 출판사의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북디자인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출판사에서 일하게 된 계기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여러 세부 전공 중에서도 이왕이면 일반 사람들을 만나는 매체를 다루고 싶었다. 책을 만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학생 때부터 책이라는 물성이 좋았고 편집 디자인 쪽으로 포트폴리오가 주로 쌓였고 졸업할 무렵 출판사 구인 소식에 자연스럽게 지원했다.
내가 하는 일 A4 뭉치 혹은 한글 파일로 되어 있는 원고를 받아 그것의 꼴을 만드는 일. 각 출판사에서 일을 의뢰해오면 콘텐츠를 파악하고 편집 계획과 큰 방향을 논의하여 작업을 시작한다. 내부 기획에 따라 이미 판형이 정해져 일을 의뢰받기도 하지만 대개 판형을 먼저 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어떤 글꼴로 어떤 크기로 어떤 여백에 원고가 얹혀질지, 한 페이지에는 몇 줄의 텍스트가 들어갈지 등 세세하게 본문을 세팅한다. 본문을 출판사 내부 디자이너가 작업하는 경우 표지만 의뢰받기도 하고 콘텐츠 성격이나 기획에 따라 일러스트레이터나 포토그래퍼와 협업하기도 한다. 종이 선택과 실제로 제작되는 과정까지 관리해야 비로소 일이 끝난다.
가장 많이 받는 오해 “1000페이지 가까운 책도 모두 읽고 작업하나요?”, “일 많이 하니 돈 많이 벌겠다!”
작업실이 있는 곳 홍대 언저리에 사무실이 있다. 장점은 파주 출판단지와 서교동, 동교동 일대의 출판사들과 위치가 나름 가까워 미팅이 서로 부담 없다는 것과 단점은 야근 시 사무실 밖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신나는 함성 또는 괴성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3권 민음사에서 출간한 <밀란 쿤데라 전집> 쿤데라의 작품 15종 정식 계약 완역판으로 2년여에 걸쳐 발행했고 표지에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사용했다. 마그리트 재단의 작품 사용 규제와 밀란 쿤데라의 확인 과정 등 절차가 간단하지만은 않았는데, 출간된 책을 받아본 밀란 쿤데라의 아름답고 훌륭하다는 답장에 ‘성덕’이 된 기분이었다. 아고라에서 출간 중인 <레닌 전집>은 2017년 여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8권이 출간되었는데 총 100여 권이 넘는 분량으로 호흡이 긴 작업이다. 시리즈명 부분만 통일된 디자인이 들어가고 매 권 자유롭게 작업하고 있는데 이 전집을 언제까지 계속하게 될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디자인이 어떤 모습으로 쌓일지 궁금하다. 독자들이 좀 더 찾아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마음이 담긴 책이다. <감옥의 몽상> 돌베개의 편집자와 함께 제대로 된 책을 만들고자 나눈 고통과 고민의 과정이 오히려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읽어도 지겹지 않은 책 화성 정찰위성 (MRO)이 보내온 아름다운 이미지를 담고 있는 <This is Mars>. 언제나 두근거리는 책이다.
최근 1년간 나를 놀라게 한 책 <일간 이슬아 수필집>. 사람에 대해, 글에 대해, 매력이란 것에 대해 생각했다.
가장 신날 때, 괴로울 때 ‘이거야’ 싶은 아이디어 스케치가 모니터에서 그대로 혹은 더 근사하게 구현될 때. 반대로 그 아이디어가 모니터에서 전혀 구현이 안 될 때 괴로운 마음으로 다시 스케치 노트를 편다.
독자 및 출판계에 바라는 점 소설도 재미있게 작업 잘할 수 있습니다. 인문 논픽션 일을 주로 의뢰받고 있기 때문에.
일에 관한 한 가지 소원을 빌 수 있다면 의심하지 않고 일하게 해주세요.
책과 관련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한 가지 일반 무선 제본으로 제작했는데 분량이 적다고 본문 용지를 두껍게 써서 책을 펼쳐 든 손이 아플 때. 그런데 책이 재미있어서 계속 읽고 싶을 때.
꿈의 서재가 있다면 책의 수량과 책장을 여유 있게 안고 있는 공간, 아니면 여유 있어 보이도록 읽지 않을 책은 과감하게 정리한 서재. 조금 긴 형태의 책상에 그동안 여행하면서 사 모은 아름답고 쓸모 없는 페이퍼 웨이트들이 제각각 투명한 빛을 반사하고 있으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가장 큰 즐거움 글자를 다룬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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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 겸 마케터 | 정 유 선 

대중의 기호를 날렵하게 읽고, 독자에게 유쾌하고 다정하게 다가서는 모든 방식을 찾아낸다. 기획자 겸 마케터로 아르테의 마케팅팀장을 맡고 있다.

출판사에서 일하게 된 계기 6년 정도 영화 쪽에서 일을 하다가 좀 쉬려고 그만두었다. 지인이 문학동네 채용공고를 보고 권해 별 생각 없이 가지고 있던 이력서를 보냈다. 잠깐 다녀야지 싶던 출판사에서 이렇게 오래 일하고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 문학동네에서 6년 일한 후 지금은 아르테에서 일한다.
내가 하는 일 국내 저자 관리와 도서 기획, 아르테 SNS 관리, 아르테에서 나오는 단행본들의 마케팅을 총괄한다.
가장 많이 받는 오해 “와, 책 진짜 많이 읽으시겠어요!” 내 경우엔 책을 그렇게 많이 읽는 편은 아닌 것 같다. 내부 원고만 읽기에도 시간이 좀 빠듯한 편이라 영화, 전시, 이런 것들을 더 찾아서 보는 편이다.
출판사가 있는 곳 파주출판단지. 단점은 위치가 ‘파주’라는 것인데 단점이라기엔 사실 서울에서 떨어져 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자유로를 운전할 때와 겨울철 눈이 오는 날에는 ‘단점’임이 확실하지만, 서울 시내의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고, 파주에 돈을 쓸 곳이 딱히 없다는 것은 좋다.
가장 기억에 남는 3권 이경미 <잘돼가? 무엇이든> 2010년 그녀의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보고 연락해서 시작된 우리의 인연이 이어지고 이어져 8년 만에 출간한 책이다. 책을 떠나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일, 그리고 사람이다. 김종관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처음 감독님 원고를 받고 ‘에세이 독자들에겐 좀 야한가?’싶었는데 에세이면서도 단편소설이기도 하고 야하기도 하면서 사실 내 이야기 같기도 한 다중적인 매력이 있다. 처음 기획한 책이기도 하다. 이석원 <보통의 존재> 블랙에디션 워낙 스테디셀러인 책이지만 어느 날, 몰스킨 다이어리를 보다가 이런 느낌으로도 만들어보면 좋겠다 싶었다. 2일 만에 완판, 2009년에 출간된 책이 2016년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8위에 다시 오르는 걸 보면서 독자들의 눈, 독자들의 마음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무리 읽어도 지겹지 않은 책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 처음 읽은 스무 살 무렵에는 그저 뜨거운 사랑 소설이라고 여겼으나 나이가 들면서 그녀의 열정이 비단 ‘사랑’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사랑, 열정, 배신, 이별…. 이 모든 것과 함께 뜨겁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최근 1년간 나를 놀라게 한 책 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 최근 몇 년간은 순문학보다 자기계발적인 메시지가 숨어 있는 에세이를 많이 읽었는데, 그 계기를 만들어준 책이다. 인생의 순간들을 비겁하지 않게, 늘 정면으로 부딪혀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힘.
가장 신날 때, 괴로울 때 기쁠 때는 기획하거나 마케팅한 책이 잘 팔릴 때, 독자들의 뜨거운 리뷰가 올라올 때. 괴로울 때는 판매가 저조하고, 독자들에게 외면당할 때. 오랜 시간 마케팅을 하면서 그 어떤 유명 저자라도 판매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또 다른 한 가지 확신하는 것은 대중의 눈은 정확하다는 것. 아니 정확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눈높이에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 및 출판계에 바라는 점 좀 더 다양한 책을 사람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 물론 그렇게 다양한 책을 읽고 싶도록 잘 만들어야겠지만, 자신이 읽지 않던 분야의 책들에서 새로운 기쁨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열린 마음의 독자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일에 관한 한 가지 소원을 빌 수 있다면 이 일을 하려면 무엇보다 유연하고 빠르며, 젊은 세대에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꼰대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 되고 있는 것 같지만….
꿈의 서재가 있다면 아주 심플하고 모던한 책장에 만화책과 장르소설을 가장 먼저 채워 넣고 좋아하는 소파와 티테이블, 에스프레소 머신만 두고 싶다. 큰 창이 있어 볕이 잘 드는 서재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가장 큰 즐거움 처음 일할 때는, 만나고 싶던 저자를 만나 함께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 이젠 좀 다르다. 어떤 콘텐츠가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것, 그 마음을 뒤흔드는 것, 그리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 그런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큰 기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