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이하는 우리의 참된 자세 하나, 장난스러우면서도 소녀 같은 레이스 의상을 준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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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한 방송국의 가요대전에서는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의 의상이 화제를 모았다. 평소 ‘인간 샤넬’이라 불릴 정도로 샤넬의 애정을 듬뿍 받는 것은 물론 패션계 전반에서 주목받는 그녀이기에 몸에 걸치는 작은 아이템 하나까지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이날은 샤넬이 아닌 전위적인 디자인에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알렉산더 맥퀸의 2019 리조트 컬렉션을 선택해 시선을 모았다. 멤버 모두 맥퀸의 의상을 입었으나 제니가 특히 화제가 된 것은 드레스 전체를 덮은 레이스 소재 덕분이다. 원래 모델이 착용했을 때는 드레스 안에 쇼츠만 입어 다리를 훤히 드러냈는데, 제니는 자체 검열(?) 후 누드 컬러의 이너 슬립을 착용하고 포토월에 섰다. 그러나 가죽 소재 콘브라 뷔스티에와 화려한 귀고리를 더한 레이스 룩의 관능미는 감추려 해도 쉬이 감춰지지 않았다. 소녀가 비로소 여인이 되는 순간처럼 느껴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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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는 실이 엉키고 설켜서 다양한 문양을 나타내는 기법을 총칭한다. 현대에 여성의 의상에 주로 사용되는 레이스 소재는 분위기를 압도하는 그만의 확실한 힘을 가진다. 정갈하고 단아하거나 그게 아니면 차라리 화려하고 관능적이다. 어느 쪽이든 성숙한 멋을 지닌 여성의 룩에서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러나 이번 시즌, 우아하고 고혹적인 룩의 디테일을 전담했던 레이스는 잠시 잊어도 좋다. 보다 트렌디하고 소녀스러운, 아니 그보다 스트리트 스타일을 즐기는 패션 키즈들의 의상 전반에서 활약을 예고하고 있으므로. 대표적으로 영원한 뉴욕의 패션 키즈, 알렉산더 왕의 컬렉션을 들여다보자. 두툼한 저지와 구멍이 송송 뚫린 메시 소재 사이를 블랙 레이스로 연결한 톱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광택이 은은한 조거 팬츠와 얇은 스트랩 힐을 매치, 완성도 높은 애슬레저 룩을 보여준다. 자칭 스트리트 무드를 사랑하며 SNS에도 밝은 리카르도 티시는 확실히 화제를 일으킬 줄 아는 전략가임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적인 오피스우먼들이 열광할 만한 단정한 트렌치코트, 스커트 슈트 사이에 잠옷이 연상되는 짧은 슬립 드레스를 배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마치 긴 암워머를 착용한 듯한 슬립은 클리비지와 헴라인을 레이스로 장식해 통통 튀는 매력을 선사한다. 그뿐 아니라 10년 만에 고향인 런던으로 돌아와 컬렉션을 개최한 빅토리아 베컴 역시 금의환향에 걸맞은 다양한 룩을 쏟아냈다. 그중 여러 가지 문양의 레이스를 패치워크한 칼라 셔츠는 눈길이 오래 머무는 아이템 중 하나. 아름다운 셔츠는 타이트한 스키니 진과 매치해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밖에 안토니오 마라스는 박시한 레오퍼드 패턴 원피스의 가장자리를, 크리스토퍼 케인은 강렬한 칵테일 드레스의 소재로, 또 조나단 심카이는 오프 숄더 뷔스티에를 각각 레이스로 장식해 누가 누가 더 잘했나 승부(?)를 다툰다. 당장 새로운 아이템을 준비할 수 없다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아이템으로 색다른 스타일링을 시도해봐도 좋다. 존 갈리아노가 퍼프 소매의 레이스 블라우스를 서스펜더를 장착한 커다란 바지에 매치한 것이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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