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갈아입어야 할 것은? 바로 옷과 향수.

가볍고 상큼한 느낌의 시트러스 계열 향수는 이제 내려두고 따뜻하고 포근한 캐시미어와 잘 어울리는 겨울 향수를 꺼내들어야 할 때. 최근 출시된 향수는 대체 어떤 느낌으로 따뜻하고 향긋할까? 글로 맡는 겨울 신상 향수 3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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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고 독립적인 나 자신 디올 쟈도르 압솔뤼 오 드 퍼퓸 50ml  – 17 8천원  75ml – 21 4천원

디올이 설명하는 이 향수  20년 동안 ‘시대의 아이콘’으로 사랑받는 플라워 어코드의 향수. 페미닌한 실루엣의 골드빛 보틀은 페미닌한 관능미를 상징하며 강렬한 여성성을 대표한다. 쟈스민을 중심으로 풍성한 플로랄 향과 함께 싱그러운 프루티향이 섞여 있는 감각적인 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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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노트 매그놀리아, 쟈스민 삼박 미들 노트 그라스 쟈스민, 그라스 로즈  베이스 노트 오렌지 블라썸

STORY 1999년에 등장하자마자 단숨에 대성공을 거뒀던 디올의 쟈도르. 아직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사람도 특유의 골드빛 보틀과 ‘쟈도르’라는 이름은 어렴풋이 알고 있을 거다. 향도 향이지만, 크리스챤 디올의 역대 향수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영화배우 중에서도 여신 비주얼로 손꼽히는  ‘샤를리즈 테론’이 2004년부터 지금까지 뮤즈로 쭉 활약해왔기 때문은 아닐까. 찬란한 금빛 궁전(혹은 쇼장.. 여하튼 금빛으로 가득 찬 공간)을 당당하게 맨발로 걸어나가는 그녀의 모습은 ‘쟈도르’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비주얼인 만큼 캠페인 영상을 빼놓고 이 향수를 설명하기 힘들 정도.

 

혹시, 이거 기억나는 사람? 금빛(아마도 잉크)이 가득찬 욕탕을 헤치며 “쟈도르-“라고 외치는 첫 번째 쟈도르 캠페인 영상이다. 향수 보틀에 있던 금빛 띠와 당시 쟈도르의 뮤즈였던 모델 ‘카르멘 카스’가 하고 있던 금빛 네클라스의 싱크로율이 상당해 보틀만 보고도 자동으로 카르멘 카스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번 광고 캠페인도 웅장한 음악과 함께 터키식 공중목욕탕을 현대식으로 재현한 세트 한가운데에서 당당하게 걸어나간다. 그녀가 하는 말은 딱 한마디. “쟈도르-“(끝 르-발음은 거의 묵음)다. 재미있는 점은 금빛으로 찬란한 욕탕을 가로지르는 전개가 앞서 소개한 1999년도 광고 캠페인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

‘그래서, 1999년도 쟈도르와 2018년의 쟈도르가 뭐가 다른거지?’라고 궁금해한다면 이 두 광고의 차이점을 자세히 보자. 의외로 쉽게 어떤 점이 다른지 알 수 있다. 카르멘 카스는 금빛 욕조에 빠져들고 ‘싶어하다가’ 마침내 빠져들어 무언가를 깨닫는 느낌이 강했다면 샤를리즈 테론은 이미 내 것이라는 느낌이다. 욕조에 발을 뻗는 전 버전과 달리 이미 욕조 안에 들어가 있는 것도 차이점 중 한 가지. 최신 버전은 여기서 더 나아가 진취적으로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한마디로 ‘수동적’보다는 ‘능동적’인 느낌. 실제로 영상 비하인드 샤를리즈 테론 인터뷰에서 누구보다 먼저 당당하게 앞서 나가며 진정한 여성성이 무엇인지 스스로가 개척해 나가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밝혔다. 디올이 추구하는 여성성에 대해 같은 철학이 담긴 향수지만 이처럼 시대에 따라 약간씩의 차이점을 보이는 것 또한 새로운 향수를 알아가는 재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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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낀 디올의 쟈도르 압솔뤼  10여 년 전 엄마의 화장대 한편에 항상 자리 잡고 있었던 향수.  초딩 때, 호기심에 어른의 향수란 어떤 걸까 궁금해하며 몰래 뿌렸다가 등짝 스매싱을 면치 못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와 같은 에피소드가 있었기 때문일까, 마냥 어른의 향처럼 성숙하게 느껴졌던 향수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다. 그때 그 시절 쟈도르와 새로운 쟈도르 압솔뤼의 기본 골격은 같다. 베이스 노트부터 탑노트까지 모든 노트가 플로랄 계열로 이뤄진 만큼 향긋한 꽃내음과 함께 파우더리한 느낌이 강한 편. 하나의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첫 내음에 느낄 수 있는 좀 더 싱그럽고 생동감 넘치는 백합향이다. 기존 쟈도르는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고 단정한 느낌이었다면 쟈도르 압솔뤼는 이전 버전보다 조금 더 밝고 발랄한 느낌이 든다. 베이스 노트가 묵직하지 않아서 일까 보틀이나 광고 이미지처럼 굉장히 강한 향은 아니라 의외로 상큼하며 톡톡 튀는 매력도 있다.

 

한마디로 샤를리즈 테론은 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당당해질 수 있는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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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처럼 달달하고 따뜻한 티파니 오 드 퍼퓸 인텐스 30ml 10만9천원 50ml 15만3천원

티파니가 설명하는 이 향수 긍정, 강인함, 즐거움, 그리고 순수함이라는 티파니 브랜드의 본질에서 영감을 얻은 향. 티파니의 두 번째 향으로 머스키한 플로럴 계열에 아이리스 버터의 풍부함을 더했다. 보틀 또한 첫 번째 향수처럼 하우스의 아이코닉한 다이아몬드 컷팅을 그대로 담았다.

탑 노트 만다린, 핑크페퍼, 배 미들 노트 아이리스 버터, 쟈스민, 로즈  베이스 노트 벤조인, 엠버, 머스크, 당근, 바닐라, 캐시머란

조향사 다니엘라 앤드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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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낀 티파니의 오 드 퍼퓸 인텐스 누구나 한 번쯤은 선물 받기를 꿈꿔봤을 하늘색 상자. 비록 그 안에 들어있는 게 반짝이는 악세서리가 아니더라도 반짝반짝 하늘색 쥬스가 들어있는 다이아몬드 컷팅의 유리병이 절로 가슴이 두근거리게 한다. 이처럼 패키지부터 보틀까지 티파니만의 느낌과 컬러를 가득 담은 이 향수는 향 또한 그 브랜드와 닮았다. 지난 여름 등장했던 티파니의 첫 번째 향수와 비교를 빼놓을 수 없는데, 결론부터 말해보자면 서로 너무 다른 느낌. 첫 번째 향은 시트러스 계열의 싱그러움과 은색의 차가운 악세서리와 잘 어울리는 깔끔한 느낌의 향이었다면, 인텐스는 부드럽고 보들보들한 니트가 생각나는 향이다. 맡는 순간부터 달콤하고 따뜻한 바닐라향의 티가 생각날 정도로 묵직하며 달다. 시향지 혹은 어떤 공간에 뿌렸을 때와 다르게 살결에 직접 뿌리면 미약하게 나마 플로럴 계열의 노트가 산다. 사람에 따라서는 조금 느끼하다고 생각될 수도. 강렬함과 깊이가 있는 잔향이 큰 특징인데, 그 강렬함이 마냥 ‘독하다’ 혹은 ‘강하다’라고 표현하기보다는 니치 퍼퓸의 강렬함과 닮았다고 얘기하고 싶다.

 

한마디로 보석 선물처럼 강렬하고 아름다운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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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조와 향기의 매혹적인 만남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 리미티드 바틀 컬렉션

프레데릭 말이 설명하는 이 향수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의 7가지 베스트 셀러인 비가라드 꽁쌍뜨레, 카날 플라워, 엉 빠성, 이리스 뿌드르, 뮤스크 라바줴,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립스틱 로즈가 새 디자인을 입었다. 전설적인 건축가이자 유리 제작자인 ‘까를로 스카르파’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바틀은 각 향의 원료와 느낌을 선명한 컬러로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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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프레데릭 말의 시크한 블랙띠를 벗고 컬러풀하게 변신한 보틀. 전설적인 건축가이자 유리 작가인 ‘까를로 스카르파’의 유리 작업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으로 여러가지 컬러가 마치 라바 램프처럼 자유롭게 떠다니는 듯 장식되어 있다. 각 향수마다 2가지의 다른 컬러들이 있는데 단순히 예쁜 컬러의 조합이 아니었다. 엄마와 뽀뽀했을 때 느꼈던 옛 유년시절의 기억을 향으로 되살린 ‘립스틱 로즈’는 핑크색과 바이올렛 컬러가 유기적인 모양으로 보틀에 붙어 있는데 이는 이 향의 키 노트인 로즈의 핑크색과 바이올렛의 보라색을 나타낸 것. 살아생전 ‘까를로 스카르파’의 작품처럼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없는 보틀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작가의 실제 작품은 두 가지 혹은 세 가지의 색유리를 섞어 직접 블로잉해 만들었지만 이 보틀은 기존 보틀 겉면에 컬러를 한 번 더 덧댄 방식으로 완성시켰다는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보틀 전체를 감싸는 듯한 모양이라 각도에 따라 컬러끼리 서로 겹쳐지기도 하고 컬러의 단면이 다른 쪽에 비쳐 색다른 느낌을 주는 점은 상당히 인상 깊다. 마치 향료들이 향수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한마디로 두말할 것 없는 니치 퍼퓸의 고급스런 향과 작품같은 보틀의 조화.